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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30 09:44 수정 : 2011.06.30 09:54

3D 입체 마음테라피

[3D입체마음테라피]
남친 누나가 사장 부인…이게 연애냐, 시집살이냐

Q 29살 직장인입니다. 사장 가족들이 함께 일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제 문제는, 사모(사장의 부인)의 동생과 제가 연인관계라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사모와 저는 수다도 떨고 사이가 좋은 편이었습니다. 사내연애 티낸다고 할까 봐 더 잘하려고 아등바등하는데, 동생과 사귀고 나서 사모는 등을 딱 돌리시더라고요. 사모는 저에게 항상 “내 동생과는 이야기가 안 통한다”고 합니다. 이야기하면 싸운다면서 저한테만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저에 대한 불만, 동생에 대한 불만, 그리고 저희 결혼 이야기까지…. 대놓고 한심하다고까지 하더군요. 계획도 없이 어떻게 결혼하고 살아갈 거냐고. 술만 마시면 더 심해집니다. “미리 물어보지도 않고 부모님께 옷을 사줘서 기분이 굉장히 나빴다.” “연말에는 가족끼리 있어야 하는데 왜 단둘이 여행을 가냐, 예의가 없다.” 마치 결혼해서 시누이 시집살이하는 것 같고, 누나까지 껴서 연애하는 기분이에요. 직장을 그만두는 것까지 생각중입니다. 사모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두려워 노이로제가 걸릴 정도예요. 남자친구 역시 이런 제 모습에 힘들어하고 있고, 대화 아닌 싸움으로 계속 번집니다. 이제 사귄 지 일곱달입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에 충실하면서 만나고 싶습니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아직은 없고요. 주변에서는 나중에 결혼할지도 모르니 너무 갈등 빚지 말라 하더군요. 저에게 너무 부정적인 면이 있고, 신경 과민이라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구요. 저 사람과의 미래가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남친 누나가 사장 부인…이게 연애냐, 시집살이냐.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소기윤 정신과 전문의·미소정신과 원장
남친 개조 프로젝트의 역발상 →

둘이 알콩달콩 사랑만 하려 해도 바쁜 연애사에 꽤 막강한 참견쟁이가 끼셨네요. 게다가 그 사람이 남친의 누나에, 회사 사모님이라니 얽힌 정도가 드라마 수준이네요. 그런데 이 조건들은 연애가 시작될 때 이미 알고 계셨을 터, 민감하고 부정적이라는 평을 듣기도 하는 주인공이시라면 초기부터 뭔가 꺼림칙하고 불안한 예감을 하진 않았을까 싶네요. 그러니 우선 지인들이 권하듯 적어도 예민하고 부정적인 안경은 벗고 혹시나 하고 있을 나쁜 예견도 내려놓은 뒤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 잘 살펴보니 내용 전개에 뻔한 드라마와는 다른 점들이 좀 보입니다. 보통, 잘난 동생 두둔하며 여주인공을 폄하하고 비난하기 일쑤던데, 누님은 주인공한테 되레 남동생 흉을 보고 있습니다. 둘 사이만 문제 삼는 게 아니라 남동생에게 평소 못마땅한 게 많아 보이는군요. 왠지 남매간의 관계 개선이 먼저 필요해 보입니다.

근데 남자친구는 뭐하고 있나요? 여친이 자신의 누나한테 허구한 날 한심하단 비난과 본인 험담까지 듣고 오는데 나서서 해결하기보다 여친과 싸우는 지경이라니요. 두 분의 연애가 누님에겐 동생의 잘못하는 일들 중 하나로 비치고 있는데, 이전과 같은 답답한 태도로 화를 돋우고 있으니 누님의 공격의지는 더 상승할밖에요.

작전명을 ‘우리 남동생이 달라졌어요!’쯤으로 하고 남자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부분을 이해시키는 건 어떨까요? 남자친구가 주인공 덕에 여성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을 깨달았다는 걸(그렇다 칩시다) 누님께 보여주고 ‘여자 사귀더니 철들었네!’ 소리 좀 들어보자는 겁니다. 그러려면 여자의 마음을 잘 아는 코치가 필요할 테니 그 역할은 주인공이 해주세요. ‘겪어보니 당신 누나는 여자가 보기엔 이러이러한 분 같다. 대쪽 같아 보이지만 실은 이러이러한 데 약하니까 화를 잘 내시는 모양이다. 괜히 무뚝뚝하게 굴어 성질 돋우지 말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자. 난 가족인 여자에게 인정 못 받는 남자 매력 없다…’ 등등. 그러나 주인공이 이런 노력까지 하는데 사랑하는 여친을 위해 행동하지 않는 남친이라면 냉정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애든 결혼이든, 한쪽의 노력만으로 지켜낼 순 없으니까요.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
웬만하면 그 직장 그만두세요 →

미스 사내연애씨. 핵심적인 질문을 해봅시다. 사모는 왜 동생에 대한 불만을 동생에게 직접 말하지 않고 당신에게 하는 걸까요? 결혼도 하지 않은, 사귄 지 7개월밖에 안 된, 남동생의 여자친구인 당신에게 말이지요.

여러 정황으로 미뤄 보건대, 사모라는 분은 타인에 대한 통제를 통해 나를 확인하는, 타인의 삶에 대한 관여도가 높은 사람인 듯합니다. 이런 분일수록, 자신의 불안을 줄이고 내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수단으로 주변 대상에게 매우 간섭적으로 나서지요. 또한 그녀는 남동생에 대한 불만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자신의 통제가 남동생에게는 먹히지 않아서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문제는 그녀의 남동생에 대한 불만이 사연(사내연애의 약자로 하지요)씨에게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생에게 직접 터뜨릴 수 없는 감정을, 덜 위험하고 만만한 당신에게 옮겨 버려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식인데요. 심리학에서는 이를 ‘전치’ 혹은 ‘전이’라고 하지요. 이상한 건요, 분노의 전이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이유도 없이 특정 사람이 참 미워진다는 거예요. 왜 ‘중이 미우면 그가 입은 가사(옷)마저 미워진다’는 말 있잖아요.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다른 직장을 구하세요. 앞으로 당신의 정신건강과 애인과의 관계를 위해 사모와 적절한 심리적 거리감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 그럴듯한 이유를 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갑작스럽게 옮기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직장에 불만이 있어서 그런가’ 하니까 천천히 옮기거나 그만두고, 대신 인수인계를 최선을 다해 잘해주세요. 그럼 대부분 직장 내부에서는 상황을 이해합니다. 혹 그럴 여건이 전혀 되지 않는다면, 사모와 거리를 두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깍듯하지만 좀 서늘하게 대하는 것이지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사연씨 본인입니다. 당신이 건강해야 남도 살펴볼 힘이 생기는 것이랍니다. 그래야 연애도 즐거워지죠. 결혼은 나중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제 7개월. 연애의 파도가 무엇을 가져다줄지 아직 모르잖아요. 지금은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 초점인 것 같은데요. 제삼자의 개입 없는 즐거운 연애.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 아닐까요?


윤선현 정리 컨설턴트·베리굿 정리 컨설팅 대표
사모와 명확히 선 긋고, 남친 앞세워야 →

사모가 둘 사이에 간섭하는 구체적 이유가 뭔지 파악해 보세요. 님을 동생의 배우자로 탐탁지 않아 할 수도 있겠고, 동생이 아직 교제나 결혼 준비가 안 됐다고 판단한다거나, 사내 교제가 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갈등의 원인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첫 단계입니다.

갈등 해결의 열쇠를 누가 쥐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누구보다 남자친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하지 않나요? 가족이라는 특별한 관계 속에서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도 남자친구가 누나의 태도 변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겠죠. 무엇보다 남자친구에게 님이나 누나가 한 말을 옮기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합니다. 결혼이 아닌 교제하는 상황인데 누나가 간섭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직접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겠죠.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사모가 자꾸 동생에 대한 불만을 쏟아놓는다면 적절한 한계를 정해야 할 테고, 동생에 대한 불만은 직접 동생한테 말하는 게 좋겠다고 정중하게 얘기해야 합니다. 남자친구와의 교제가 어느 선까지 왔는지 분명히 밝히고 미래는 결정된 게 없다고 강조하는 게 좋겠습니다. 대화로 어렵다면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상담가인 폴 마이어는 ‘크레이지 메이커’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가정이나 직장에는 둔감하고 무뚝뚝하고 무심하고 자기밖에 모르고 냉담하고 상처를 주며 비난을 퍼붓고 믿기 어렵고 잘 속이며 편견으로 가득하고 다른 이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이들입니다. 크레이지 메이커와의 관계에서는 세가지 태도를 갖춰야 하는데, 첫째가 현재의 문제는 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것, 둘째는 크레이지 메이커는 자신이 고칠 수 없다는 것, 셋째는 자신은 자신만이 고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모의 행동은 님 때문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는 분노의 감정을 만들어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될 겁니다. 건강한 해결을 위해서 관계를 무너뜨리는 사모의 태도를 고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선은 님의 행복한 인생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이유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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