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7.14 10:52 수정 : 2011.07.14 15:54

[esc]다 좋아도 맞춤법 틀릴 땐 확 깨네…결혼해? 말아?

Q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40살 남자친구가 있는 39살 미혼녀입니다. 서울의 4년제 대학 가정학과 출신이고, 출판사에서 일하다 요즘은 회사 사정도 안 좋고 결혼 계획도 있고 해서 그만뒀습니다. 남자친구는 수도권 소재 전문대학 졸업했고, 몇 군데 직장 다니고 사업도 두어번 하다 지금은 인터넷 설치 기사로 일한 지 5개월쯤 됐습니다. 막상 결혼을 생각해 보니 참 여러 가지가 걸리네요. 그다지 전망도 밝지 않고 월급 적은 직업도 그렇고요. 참, 그래도 성실해서 주공아파트 한 채 장만했고 빚은 없어요. 그 부분은 높이 사고 싶습니다. 제 고민은 가끔씩 깰 때가 있다는 겁니다. 문자나 메일을 주고받을 때 꼭 몇 군데씩 맞춤법이 틀려요. 미안한 말이지만, 무식해 보여서 있던 정도 확 떨어질 정도입니다. ‘전화할깨요’(전화할게요) ‘덧없이 기쁘죠’(더없이 기쁘죠) ‘만남을 같은 지’(만남을 가진 지) 같은 식이죠. 그래도 마음 추스르고 틀린 부분 고쳐주고 책 더 읽어야겠다고 하는 식으로 기분 나쁘지 않게 넘어가긴 해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거부감이 크게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더 노력하겠다고 하지만 전 쉽게 용납이 안 돼요. 제가 더 어렸으면 그만뒀겠죠. 학벌 차이나 작은 키는 감수해도 학식과 상식이 있는, 저만큼은 머리에 든 게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은데, 제 나이에 너무 큰 꿈인가요? 냉철한 조언 부탁드려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콩깍지도 안 씐 사람하고 결혼하려고?
어떤 남자와 우연히 사랑하게 되어 결혼한다는 것은 “철쭉꽃이 만발했기에 고양이를 창밖으로 내보내는 것과 비슷한 논리적 과정”이라고 미국의 소설가 캐벌이 말했답니다. 맞춤녀씨, 무슨 이야기인지 좀 아리송하죠? 이 말을 다르게 풀어 보자면, 2+3=7인 게 틀린 답이 아니라 “오! 행운의 7이라니! 나는 참 운도 좋지!”라고 느껴지는 과정이 결혼이라는 거죠.

맞춤법이 눈에 거슬리는 건, 일종의 징후예요. 몇 년 전 영국 방송에서, ㄱ이라는 곳에서 ㄴ이라는 곳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공모한 적이 있었습니다. 1등상을 받은 답은 뭔 줄 아세요?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간다’였죠.


왜 그런 경험 있지 않아요? 불편하고 싫은 사람과 식사를 하면 아무리 산해진미여도 맛없게 느껴지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먹는 우동 한 그릇은 꿀맛인 경험. 맞춤녀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까지 마음에 안 드는 사람과 퍼스트클래스로 갈래요, 마음에 쏙 드는 사람과 이코노미클래스로 갈래요? 물론 마음에 쏙 드는 사람과 퍼스트클래스로 가면 금상첨화죠. 그렇지만 인생이 그런 기회 잘 안 준다는 거, 알잖아요.

어차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에요. 선택은 둘 중 하나를 버리는 거랍니다. 학벌·키·지적수준·직업·인성·재산, 이 중에서 ‘이것만은 절대 버리지 못하겠는 것’은 뭔가요? 맞춤법 틀리는 그분이 인생에 ‘맞춤’한 사람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책 안 읽는 남자에게 책을 읽히고, 맞춤법 틀리는 남자 맞춤법 고쳐주는 것은 평강 공주 하나면 충분하답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장광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원하는 결혼은 하지 마세요’라는 거예요. 상대방에게 확신이 들어도 결혼하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투성이인 게 결혼이죠.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결혼을 한다면 더욱더 힘들어질 게 뻔하니까요.

앞으론 누구든 그가 맞춤법을 틀린다면, 마음이 확 식는 게 아니라, 그 남자가 귀엽게 느껴져서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게 답문자를 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결혼을 하세요. 덩달아 맞춤법을 틀려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당신은 틀림없이 누구에게도 질문하지 않는, 행복한 신부가 되어 있을 겁니다.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

똑똑한 머리 무식한 행동보단 낫지…
결혼 전 이미 마음에 걸려버린 이 아쉬움이 결혼하고 나서라고 쉽게 사라져 줄까요? 오히려 결혼 전 보이지 않던 단점도 결혼 뒤 눈에 띄기 쉬워지는 우리네 부부살이들을 생각해본다면, 그냥 참고 결혼하라고 하긴 어렵겠네요. 그냥 맘에 드는 다른 분 만나시랄밖에요. 물론 그분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이왕이면 키도 크신 분이길 바랍니다. 하지만 그가 만약… 부채도 자산이라며 돈을 펑펑 쓰더라도, 여자친구가 단점에 대해 조언하면 ‘노력할게’라기는커녕 자존심 상한다며 화만 내더라도, 일도 안 하고 놀면서 자기한테 맞는 직업 귀천 따져가며 집에서 책만 파더라도, 그때는 좀 참아 보겠습니까? 나이가 걱정이 되시겠지만 이전 후보의 장점이 아쉬워서라도 한 번 더 탈락시키고 가봐야지요.

그러다가 드디어 맘에 드는 조건의 후보를 만났다고 합시다. 그때가 되면 그 사람이 위의 조건을 다 만족시킬 것이란 생각 때문에 주위에서 켕기는 게 있는 사람이라고 조언해도 더 따지기 싫어질 수도 있겠지요.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아예 결혼의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초조하기도 해서요. 그런데 막상 결혼에 성공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니, 그가 고집스럽고 자기만 잘난데다 거짓말도 잘하고 결혼 전 약속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깨는 그런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결정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 단점이 있고 없고를 떠나 살 수가 없을 노릇입니다.

이제 5년을 기다린다고 다시 뽑는 대통령도 아니고 어쩌지요? 이제 무식하다는 핀잔에도 웃으며 “노력할게”라던 그 사람 생각이 납니다. 자신도 썩 맘에 들지 않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일하던 그가 더 인내심 강한 사람같이 느껴지겠죠. 그리고 그가 장만했던 집은 왠지 뒤가 구리지 않아 편하고 안전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날 위해주고 마음씨가 착했던 그가 진심으로 나를 사랑했었다는(물론 지금 그분이 주인공을 정말 사랑하신다면요) 기억도 되살아나고요.

많이 배운 머리로 무식한 행동을 하는 사람보다는, 적은 지식으로도 더 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좋을 수 있습니다. ‘우리말 달인’은 사연의 주인공께서 도전해 보시고요.

정신과 전문의·미소정신과 원장

평강공주 돼보는 건 어떨까
인생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할 때가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준비할 때겠죠. 보통 상대방과 자신의 준비된 상황을 고려해서 결혼 대상자를 선택할 텐데요. 우선은 직업, 학력, 외모, 경제적 능력, 집안, 성품, 종교 등 구체적으로 원하는 조건을 솔직히 꺼내놓고 정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평생 인연으로 함께할 배우자라면 적어도 3가지 정도 양보할 수 없는 조건을 갖춘 사람을 선택해야 미래에 있을지 모를 후회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조건 중에도 미래에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특히 학력과 상식이 부족한 사람도 지금부터 시간을 갖고 투자를 하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 겁니다. 남자친구에게 잘 말해야 해요. 학력과 상식을 보완해야 더욱 존중받을 수 있고 또 자녀 양육을 책임질 부모의 역할을 위해서도 어느 정도는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겁니다.

‘평강 공주’가 되는 것도 꺼릴 일은 아닙니다. 옆에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과 열정을 아끼지 마세요. 남자친구가 자랑스러운 남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즐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출판사 근무 때의 실력을 발휘해 흔히 틀리는 맞춤법을 정리해 주는 건 어떨까요.

짐 콜린스는 “인생에서 궁극적인 성공이란 당신의 배우자가 해가 갈수록 당신을 더욱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건 서로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테죠. 현재 모습에는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사람은 기대하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믿어보시길 바랍니다. 그런다 해도 만에 하나 남자친구가 변화할 노력을 하지 않거나 존경할 구석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면 남자친구를 정리해야겠죠. 상대방의 현재 조건만 보이고 함께할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면 고민녀의 마음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정리컨설턴트·베리굿 정리 컨설팅 대표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3D 입체 마음테라피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