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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1 10:16 수정 : 2011.07.21 10:16

3D입체 마음테라피

[esc] ‘그 아이’ 속 당신 욕구에 열쇠 있다

Q 아직은 제가 소중하고 아깝고 가능성이 남아 있을 거라는 착각 때문에, 결혼은 의식하면서 아직 ‘연애다운 연애’를 꿈꾸고 있는 23살 여대생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귀여운(?) 연애를 시작해 ‘대시’해오는 남자들 대부분을 짧게 수동적으로 만났어요. 중3 때 그런 남자들 중 하나를 정말 깊이 좋아하게 됐고, 고교 3년 내내 그 친구를 잊지 못했습니다. 잠들기 전 그 남자친구를 생각하며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곤 했죠. 지금 대학교 4학년 졸업반인데, 아직도 가끔 그 아이가 꿈에 나와요. 하지만 자기 앞길을 준비하지 않고 한심한 상태에 있는 그를 다시 만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거든요.

대학 1·2학년 때도 ‘이 사람이면 잘 만날 수 있겠지?’ 반신반의하며 아무나와 연애를 했지만 한두달 만나다가 제가 상대방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모두 헤어졌습니다. 그 뒤로 지금껏 10번 정도 소개팅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감 없는 모습이 맘에 들지 않았고, (의대생이나 사법시험 합격자 등 ‘스펙’이 뛰어나) 자신감 있는 남자들은 저에게 다시 만나자고 하지 않더군요. 사춘기 이후로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왜 마음이 안 열리는지 모르겠어요. 평소에는 감성적인데 남자를 일대일로 만나기만 하면 이성적인 사람이 됩니다. 마음을 열고 싶은데 왠지 더 좋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버려지지 않아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당신의 결핍, 거기에 해답

글쓴님의 연애관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하거나 조언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최대한 자신을 보호하며 더 잘 살기 위한 전략을 짜기 마련이니까요. 글쓴님의 연애 관련 전략은 ‘자기 전망이 있고 자신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전략이든 좋습니다. 거기에서부터 출발해보죠. 자, 질문 하나, 왜 자신감 없는 남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나요?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죠. 맞아요. 당연할 수 있지만, 좀더 길고 상세하게 대답하다 보면 그 안에 스스로를 도와줄 단서들이 고구마줄기처럼 딸려 올라오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죠. 종이 한장을 꺼내서 이 주제에 대해 제한 없이 한바닥 가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요. 누구 보여줄 것 아니니까 욕먹을지도 모를 말까지 모조리 가감 없이 쏟아내 보세요. 후련하고 해방감이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러고는 종이를 그곳에 두고 잠시 5분 정도 다른 장소로 이동해서 기분전환하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와 보세요. 그리고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듯 읽어보는 겁니다. 글쓴 사람을 전혀 모른다고 가정하고, 그 사람의 성격, 현재 마음 상태, 바라는 점 등을 한번 유추해보세요.

‘아, 이 사람은 이 부분에 유난히 집착하고 있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런이런 것 때문일까? 이 사람은 아마 어릴 적에 어떤 일을 겪었을 거야. 내가 친구라면 이런 조언을 해줄 텐데.’ 이런 생각들을 또 한번 글로 적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제까지 지인들의 조언과 상담이 부족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변하거나 나아지지는 않았을 테고요. 마음의 표피에서 답을 구해서일 거예요. 욕구의 안쪽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드디어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핵심 욕구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연애는 자기 자아의 결핍과 연관되어 있답니다. 내 안에 무엇이 부족해서 상대로부터 무엇을 찾아내서 강렬한 화학반응으로 하나가 되려고 하는지 그 지점에 현미경을 들이대 보세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온전한 사람이어야 둘이 함께일 때도 더불어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이젠 연애하는 사람들에겐 진리죠.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그 사람 만나 담판 지을 때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지만, 때때로 현재의 삶은 과거와 깊이 연관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님이 연애를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과거와 관계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님이 좋다고 하는 사람은 일단 싫어지는 경향이 있다 했고, 또 중3 때 사귄 남자와 어떤 이유에서인지 헤어지게 됐고 고교 3년간 눈물지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좀 심각하네요. 지금도 두달에 한번 정도 꿈에서 그 남자친구를 본다니, 아직 어떤 깊은 끈이 끊어지지 않은 것 같네요.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기억되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을뿐더러 현재의 삶에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네요.

혹시 이런 것은 아닌가요? 그 사람이 먼저 고백을 해서 마음을 열었고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는데, 막상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뒤 큰 상처를 받은 것은 아닌지요? 만약 그렇다면, 이런 옛 상처 때문에 지금도 님을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가지 제안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중3 때 교제하고 그 뒤로 눈물짓게 했던 그 남자를 만나보십시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마음과 여건이 허락되면 다시 시작하고, 그렇지 않다면 완전히 정리하세요. 님은 그 사람을 만나고 있지 않지만, 아직 그 사람과 정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님께서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열고 싶은데 ‘혹시 더 좋은 사람을 앞으로 만날까?’ 해서 마음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했죠? 이 역시 어쩌면 그 사람 때문일 수 있습니다.

둘째로는 완벽한 연애 상대가 있다는 환상은 버리세요. 우리에게 완벽한 연애 상대 또는 결혼 상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두 사람이 만나서 완벽한 연애가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사랑은 함께 만들어가는 겁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두 사람이 만나서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함께 사랑하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아름다운 연애와 결혼을 만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어쩌면 짝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사랑을 응원합니다.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멋진 연애’란 강박 버려요

성장기 동안 지속적으로 이성교제를 했군요. 배경이 무엇일까요? 그 경험들이 지금까지 님께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요? 님이 생각하는 ‘남과 여, 연애, 사랑’이란 개념이 과연 어떤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중학교 때 이성 친구가 지금까지 꿈에 나타난다는 것은, 마음 안에서 그에 대한 ‘애도’가 완결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과거의 그를 환상화·이상화시켜 품고 있는 것이죠. 이럴 경우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커집니다. 우선 그와의 경험을 잘 정리하고, 마음에서 그를 건강히 떠나보내는 작업이 진행돼야겠습니다.

그다음엔 진짜 어른으로서 건강한 연애를 할 수 있는 심리적 눈을 만들어야겠죠. 첫째, 나에게 맞는 적합한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이 좋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게 맞는 파트너를 알아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나’에 대해 정확히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내 성격, 욕구, 강점은 물론 아킬레스건까지 인정하는 자세가 중요해요. 자만심도 자기비하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수용 말입니다. 그래야 내게 잘 맞는 사람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됩니다.

둘째, 상대방의 성격을 넘어서 인격을 봐야 한다는 점이에요. 인격이란 성격에 가치관이 더해진 개념이죠. 성격도 중요하지만 가치관이 잘 맞아야 조화로운 만남이 가능합니다.

셋째,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는가 여부를 단순히 자문할 게 아니라 상대방이 ‘사랑하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가’를 관찰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랑하는 능력을 갖춘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자질입니다.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갖춰지죠. 20대의 심리적 과제는 이성과의 친밀감 형성이랍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도전, 시행착오를 통해 사랑에 대한 교훈과 혜안을 얻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전시키세요. 그러나 이성관계를 원한다고 남자에게 너무 몰두하고 이리저리 재기보다는 나 자신을 가꾸고 나의 일, 공부를 열심히 수행하면서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용기있게 잡는 것이 가장 현명한 태도랍니다.

멋진 연애에 대한 강박관념을 조절하면서 건강한 남자가 다가올 수 있게 나 자신을 가꾸는 알찬 시간을 만들기 바랍니다. 연애라는 게 꼭 정공법으로 돌진한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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