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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04 13:48 수정 : 2011.08.04 13:48

3D 입체 마음테라피
착하고 성실하던 동생이 이렇게 변하리라고는…

3D 입체 마음테라피
Q 1남2녀 중 막내인 30살짜리 남동생이 있어요. 동생이 중학생이 되면서 아버지 사업이 망해 집에서 개를 400마리 정도 키웠습니다. 온 가족이 개 키우느라 고생이 많았죠. 노름을 좋아하신 아버지는 저희에게 일을 맡겨둔 적이 많았어요. 저는 고등학교를 가면서 일을 덜 했는데, 공부를 못했던 남동생은 아버지의 화풀이 대상이 돼 저보다 오래 일을 했습니다. 저와 달리 동생은 아버지에게 그 많은 욕을 먹고 이유 없는 무시를 당해도 대드는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동생은 참 착했습니다. 대학교는 집에서 떨어진 곳에 다니고 싶다 했죠. 대학교 3학년 때까지 학비·방세를 스스로 마련했어요. 군대에서 휴가 나와도 노름하는 아버지 대신 개밥 주고, 방학 때는 막노동도 나갔어요. 졸업하고 작은 중소기업에 취직을 했는데 그 부지런하던 동생이 너무나 변해버렸어요. 직장을 1년도 못 채우고 그만두고, 아는 형이 사업하자니까 사채 500만원 빌렸다가 제가 갚아주기도 했죠. 최근 두달 동안은 함께 지냈는데 게임만 합니다. 새롭게 도전하는 것을 겁내는 것 같아요. 그러다 알바 자리 구한다며 집으로 간 동생은 늦게 귀가하거나 외박을 해 아버지에게 혼나고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것도 직장 상사가 동생이 할 일이 아닌 것까지 시켰는데 못하겠다고 말 못해서였나 봐요. 아버지에게 주눅든 상황이 상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나 봅니다. 어릴 때 고생한 동생이 맘에 걸려서 잘해주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든든한 나무가 돼주세요

동생도 긴 시간 힘들었겠지만, 글쓴님도 긴 시간 마음고생이 정말 많으셨어요. 어느 누구보다 남동생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마음이 깊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동생이 이해할 수 없고 원망스럽다가도 불쌍하기도 하다가 다시 원망하는 등등 하루에도 12번씩 요동치는 마음으로는 동생을 도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동생을 위해서라도 혹은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이 감정을 한번쯤 정리하는 것이 필요해요.

‘감정 내려놓기’는 동작치유 때에는 이렇게 해요. 그 감정을 강하게 떠올리고, 그 느낌이 집중되는 신체의 한 부분에 집중한 뒤 내쉬는 호흡과 함께 감정을 덜어내고 불어서 날려버리는 등의 ‘감각-심상 기법’을 이용해요. 일단은 그 감정들이 독소가 되어서 몸에 쌓이지 않도록 하루에 2번 이상 그 감정들을 몸 안에서 비워내는 연습을 권합니다.

글쓴님은 남동생을 세상 어느 누구보다 많이 알고 가까이 지내왔지만, 동생이 실제 겪은 일들과 감정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각자에게는 주관적인 현실이라는 것이 있어서, 누구에게는 전쟁 같았던 현실도 다른 누구는 별 감흥 없이 지나칠 수 있고, 누구는 기억도 안 나는 순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을 좀먹는 트라우마일 수 있어요. 그러니 동생에 대한 복잡한 마음들은 일단 내려놓고 비워놓고 시작해봅시다.

동생은 어쩌면 지금 그 순종적이고 순응적인 태도로 자기 자신과 세상에 열심히 항의하고 복수하는 중일 수 있어요. 이런 방식으로 잃었던 자기 존재감을 찾아가는 중인 거죠. 그러니 글쓴님은 이에 대해 한결 정돈된 감정과 태도로 곁에서 든든한 나무가 되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동생에게 요즘 생활하는 것이 어떤지, 어떤 부분을 도와주면 좋을지 묻고, 도움을 청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요청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월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돕더라도 그의 승낙이 있어야 해요. 남동생이 자기 상황에 대해서 스스로 컨트롤하고 삶에 대한 결정권과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작은 사건들을 통해 스스로 경험하고 납득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 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동기부여에 시간 필요한 법

님의 말씀을 토대로 남동생의 현재 상태를 그려보니, 직업생활·경제생활·대인관계·가족관계·생활습관 모두에서 무기력감과 부적응감이 비교적 분명히 드러나네요. 동생이 자신의 나이와 미래계획, 능력에 맞는 생산적인 생활을 만들어가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동생의 삶이 전체적인 난관에 봉착한 듯합니다. 게다가 현재는 거주지도 불분명해진 상태네요.

동생이 현재 이런 부적응을 겪게 된 이유와 배경을 한마디로 단언하기는 무척 조심스럽지만, 동생이 성장기 동안 경험한 가족관계에서 그 단초를 일부분 찾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부모와의 관계,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아버지를 전적으로 도와야 했던 상황이 동생의 심리적 발달에는 깊은 상흔을 남긴 것 같아요. 더욱이 노름을 많이 한 아버지가 동생에게 욕을 많이 하고 무시하면서 동생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다면, 동생 마음에 상처가 새겨졌겠지요.

동생의 경우, 일단 심리적으로 차근차근 정돈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크게 보았을 때, 감정치유가 기반이 된 상태에서 그 위에 문제해결적 접근이 더해져야 합니다. 동생이 많이 힘들어하고 무기력하다면, 우선은 가족의 강력한 정서적 지지가 필요합니다. 일단은 지금 동생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뒤 동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기회를 만들어야겠죠. 가족간 약속이라든가 직업 등에 대한 그 어떤 강요나 지시, 동생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 과도한 불안 등은 드러내지 마세요. 시기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동생은 지금 심리적으로 취약상태일 소지가 높고, 새로운 것을 실행할 동기나 마음가짐이 생겨나지 않을 수 있어요. 동생 마음 안에서 내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내 내면에서 비롯되는 변화, 행동습관의 교정이 필요하다는 절박한 마음이 솟아나야 합니다. 그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셔야 합니다.

그 과정 중에 동생 주변에 믿을 만한 멘토로 적합한 분이 있을 경우 그 멘토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도 좋고,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시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가능한 방책입니다.

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자존감 회복엔 믿음이 즉효약

먼저 누나로서 동생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을 응원합니다. 사랑은 주고 주고 또 주고도 혹시 상대방에게 부족한 것이 없는지 돌아보는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때로 내 사랑의 표현이 상대방에게 독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될 때도 있습니다. 과연 그냥 지켜보면서 종종 도와주는 것이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적극적으로 삶에 개입하면서 실제로 변화시켜보는 것이 좋은 것일까? 정답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니까요.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은 반드시 어떤 식으로든 전달될 것이고, 동생이 자신의 꿈을 찾고 이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생은 여러모로 힘든 가운데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청년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학벌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집에 재력이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직장을 다녀보지만 적성에 맞지 않거나, 너무 임금이 적어 오래 다니기 어려운 상황. 다른 직장을 찾아보지만, 취직은 막상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 백수생활이 길어지면서, 문제는 나에게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더욱 절망적인 상황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다가 일부는 스스로 포기해 버리게 되죠.

저라면 동생으로 하여금 더욱 발전한 모습을 꿈꾸게 하고, 또 그 꿈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리고 자존심을 건드리는 어떠한 말도 피하고 ‘난 너를 믿는다’는 마음을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동생의 현재 모습은 아버지의 실패와 습관적 도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동생은 내성적으로 자신의 분노와 수치심 등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스스로 삭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분노는 밖으로 표현하면 폭력이 되지만, 안으로 향하게 하면 자기 학대와 우울로 바뀝니다. 정신과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의 계획을 함께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생이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줘 스스로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우면 좋겠네요. 어떤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게 하는 가장 큰 힘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자아효능감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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