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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8 10:59 수정 : 2011.08.25 15:01

[3D 입체 마음테라피] 헤어지면 상처 치유 될까요?

3D 입체 마음테라피
대학 친구로 만나 27살에 결혼했어요. 지금까지 좋아 어쩔 줄 모르는 40살 동갑내기 부부죠. 둘 다 프리랜서라 함께하는 시간도 많고 대화도 많았어요. 지금껏 죽음 말고는 남편과 갈라질 일이 없을 줄 알았고, 그래서 늘 그의 건강이나 사고가 두려웠어요. 지난해 가을, 남편 마음속에 멋진 여성이 슬그머니 들어왔습니다. 저보다 젊고 씩씩하고 세련된 같은 직종의 후배…. 바보 같은 저는 올봄에야 겨우 눈치챘어요. 어쩐지 소원해진다는 느낌, 마음속에 제 비중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했지만, 육아·내조에서 벗어나 제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하던 때라 마음에 두지 않으려 했지요. 마흔이 되었으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스스로 다독였어요. 그러다 남편의 일기를 우연히 읽고 혼자 괴로워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다잡으려고도, 그리움과 사랑의 갈구에 울기도 하고 있었습니다. 충격에 신용카드와 행적들을 뒤졌지만 깨끗했습니다. 남편은 그저 시를 쓴 것뿐이었다고 전혀 당황하지 않고 웃으며 이야기했습니다. 그 일기가 단순한 상상력에서 나온 건 아닐 겁니다. 증명할 수 없지만, 느낌으로는 확실합니다. 마음을 못 잡겠습니다. 인내하고 참다 보면 모든 게 제자리로 간다지만, 그게 제자리일까요? 무엇보다 더는 아내라는 이름만으로 남편 곁에 머물고 싶지 않습니다. 남편을 놓아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듭니다.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길 참고 기다려야 할까요,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까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혼란과 고통은 또다른 계기→

감당 못할 하염없는 슬픔은 몸의 어느 곳에 쌓여 있나요?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은 몸 안에 얼마나 어떻게 채워져 있나요? 잠시 지금의 슬프고 불안한 감정에 집중한 채로 마치 자신의 몸이 무엇처럼 느껴지는지 눈 감고 떠올려보세요. 얇은 플라스틱통 가득 찰랑거리는 눈물이 떠오르건, 혹은 공기처럼 흩어져버릴 듯한 몸의 이미지가 떠오르건 생각나는 대로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거나 글로 써보기를 권해드려요. 그 이미지에 집중해보면 아마도 애니메이션처럼 그 상황들이 달라지는 걸 경험할 수도 있을 거예요.

지금은 어떠한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에요. 논리적인 말로 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다독임과 설득을 스스로에게 했지만, 그 말들이 그 마음을 거의 덜어주지 못하고 있는 중이에요. 게다가 표면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고 행복한 나날들이어서 마음속 슬픔과 우울은 더욱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해요.

일단은 ‘전부가 아니면 싫어’, ‘진실이 아니면 의미 없어’라고 외치는 그 목소리와 대화해보면 좋겠어요. 거꾸로 스스로 마음에 대고 이렇게 좀 물어봐요. ‘그러면 누군가와 그 사람의 전부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 ‘100%의 진심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상대에게 있었던 모든 일들을 낱낱이 다 알아내는 것이 가능해?’라고. 머리가 설득되는 방식이 아니라, 내 마음이, 감정을 담고 있는 내 몸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다른 빛깔을 담은 새로운 몸이 돼야 이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답니다.

타로카드에서 죽음의 여신 카드가 나오면 텔러들은 이렇게 말해요. “죽음에 비견하는 고통스러운 변화와 변이가 지나가고 새로 생명이 태어나는 것에 비교할 만한 새로운 생이 시작된다”고. 제 보기엔 인생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시기예요. “이제까지의 삶도 훌륭하고 가치 있었지만, 더이상 지금 이대로는 안 돼. 다른 방식이 필요해”라고 모든 작금의 상황들이 열렬히 말하고 있어요. 슬프고 불안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힘겹겠지만, 이 혼란을 계기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생에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시기입니다.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육감 때문에 파국으로 가려 하나요? →

글을 읽으며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저 역시도 바로 얼마 전에 40대가 된 남자거든요. 마흔살 남자로, 어쩌면 의뢰인의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해봅니다. 일단 님은 매우 완벽주의자이며 이상주의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우 상상력도 뛰어나네요. 자신의 상상이 맞다고 확신하고 있고, 더 나아가 앞으로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까지 생각하며 눈물을 짓고 있기도 하네요.

예전에 엄마이자 아내인 장애인이 자살했습니다. 이 장애인은 자녀와 남편에게 짐이 되고 있는 자신의 삶을 더는 용납할 수 없어 가족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과연 가족을 위한 일이었을까요? 그리고 실제로 가족 구성원에게 더욱 행복한 삶을 선물했을까요? 가족을 위한다면, 더욱 악착같이 살아주었어야 했습니다. 자녀들은 엄마라는 존재, 무한정 의지할 수 있는 존재를 잃어버리게 되었고, 남편과 자녀에게는 평생 못 씻을 죄책감과 상처만을 안겨주었지요. 그녀의 결정은 자신의 무너진 자존심을 견디다 못해 결정한 매우 매우 비겁하고 이기적인 행동입니다.

님의 글은 사실이 20%라면 상상이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0%의 사실도 작진 않습니다. 여성들은 육감이 있다고 하지만 많은 경우 이 육감 역시 틀릴 때가 많습니다. 남편이 시를 쓴 것이든, 아니면 자신의 감정을 글로 표현한 것이든, 어쨌든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님이 결정해야 하는 것은 그런 마음을 가진 남편을 ‘용서할 것인가, 아닌가’일 것입니다. 더는 상상의 나래를 펴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지 마세요. 용서하지 않는다면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님의 자존심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도 남편을 사랑한다면 남편을 위해서도 자녀와 자신을 위해서도 제발 용서하십시오. 사랑은 인내와 용서입니다. 40년쯤 지나 노부부로 함께 손잡고 바다를 거닐며 지난 시간을 회상할 때, 이번 일은 오히려 웃으며 이야기할 소재뿐일 텐데요. 님께서 상상한 것처럼 남편을 놓아준다 해도, 그녀는 당신의 남편을 당신처럼 사랑해 줄까요? 그렇지 않을 확률이 거의 99%입니다. 지혜로운 결정을 기대합니다.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회피 말고 잠재된 문제 찾아봐야→

평상시와 달라진 남편의 행동과 일기장을 통해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감지하게 됐군요. 배우자의 이성문제(외도)를 접하게 되면 우리들 대부분은 도저히 믿을 수 없어 합니다. 영원할 거라 믿었던 내 사랑도 깨질 수 있다는 충격적 사실, 무너진 신뢰, 거짓말, 은폐, 배신감, 배우자가 나를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 내 결혼의 근본에 금이 가는 아픔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습관적으로 바람을 피우는 성격장애자 부류는 아니라는 가정 아래 포괄적으로 두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남편에 대한 조사, 압박 질문, 의심을 멈추고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 바랍니다. 남편이 지금처럼 이성관계를 계속 부정할 경우, 아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현실적으로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대신 부부관계의 진정한 실체와 개선점으로 과감히 관점을 옮기세요. 이러한 건설적 태도가 상처 치유, 관계 개선을 불러옵니다. 목표는 남편 징벌이 아니라 관계 수선과 회복입니다. 남편의 진심 어린 ‘고백’이 아닌 이상, ‘자백’을 강요한다고 크게 좋아지는 건 없습니다.

둘째, 지금 상황만으로 이혼에 대해 생각하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마음에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이혼을 상상할 순 있지만 그런 생각에 빠져드는 건 문제 상황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과의 관계에서 그간 잠재되어 있던 문제가 혹시 있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사고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사고가 탄탄히 쌓인 뒤 비로소 현명한 행동이 가능합니다.

지금 벌어진 일은 부부간에 발생한 누수(exit) 현상으로, 남편이 아내와 가정에 대한 헌신도, 관심과 집중도가 흐트러진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산란함은 수선되어야 합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에게 실제로 어떤 일이 있는지 여부를 떠나 내가 마음을 다친 게 사실이다, 당신과 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운을 떼시면서 남편과 대화를 시도해보세요. 이 난관을 통해 그간 잊고 있었던 것,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던 그 어떤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임상심리전문가, 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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