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25 14:57
수정 : 2011.08.26 23:26
[3D 입체마음테라피] 자신을 좀더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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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입체 마음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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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에요. 자신감 없는 저의 성격을 꼭 고치고 싶어요. 학교 성적도 상위권이에요. 하지만 단지 운이 좋아서 시험을 잘 본 것이고, 다른 친구들은 실수로 저보다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이 보면 부러워할 성적의 등수인데도 자신감이 없는 제가 이상하게 느껴져요. 친한 친구들 앞에서는 수다도 많이 떨고 말도 재밌게 잘하는데, 어른들이나 친하지 않은 친구들 앞에서는 벙어리가 돼요. 어른들과 대화를 하는 순간에는 떨리고 그냥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얘기도 지어내고, 그런 상황이 불편해요. 남들이 이런 저를 볼 때 내숭 떨거나 가식적이라는 오해를 할까봐 불안하기도 하고요. 혹시 제가 먼저 말을 했는데 상대방이 못 듣거나 해서 무시당하는 경우가 생길까봐 먼저 말 건네기가 두려워요. 이런 저를 보면서 너무 자존심이 센 건가 아니면 제가 너무 남들 앞에서 잘 보이려고 발버둥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불이익을 받는 상황에서도 낯선 사람에게는 자신있게 싫다고 거절 못하는 것도 한심해요. 항상 주목받고, 모르는 사람 앞에서 자신있게 말하는 저를 상상하고, 또 그런 상황을 대비해 연습도 많이 하곤 해요. 하지만 꼭 그런 상황이 오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제가 창피해요. 친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도 자신있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세요→

심리학자 에런 벡은 사람들의 생각에 무언가 오류가 생기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부정적 사고에 시달리고, 인지적 오류를 발생시킨다고 했지요. 우선 의뢰인 착한 씨(편의상 그대를 이렇게 부를게요)의 생각을 한번 정리해 봅시다. 어른들이나 낯선 사람이 어렵고 불편하다 → 말을 빨리 끝내려는 나를 내숭 떤다고 볼 것이다 → 나는 어른들이나 낯선 사람 앞에선 자신감이 없어진다 → 그들이 뭐라 하면 싫다고 거절하지 못한다 → 이런 내가 한심하고 창피하다. 나는 자신감 없는 인간이다. 이런 식의 생각도 전형적인 논리적 오류이지요.
착한 씨는 지금 현실의 의미를 왜곡하여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내가 시험을 잘 본 것은 단지 운이 좋아서일 뿐이다’라는 생각도 전형적인 ‘의미 축소’이지요.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세요. 만약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은가요?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면 나는 착한 아이가 아니게 되나요? 착한 씨의 진짜 두려움과 진짜 바람은 무엇일까요?
착한 씨는 다른 사람에게 주목받고 사랑받고 싶어해요. 그래서 남의 부탁을 ‘싫다’라고 거절할 경우 사랑받지 못하거나 욕을 먹을 거라는 왜곡된 믿음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말이죠. 착한 씨. 세상 사람들과 두루두루 원만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판타지예요. 천하의 김태희도 그럴 순 없어요.
자, 이제 착한 씨의 생각에 대한 저의 재해석을 들어 보실래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이,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 내가 어떤 부분을 못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 나는 말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 싶은 만큼 해볼 테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게 뭐라 하는지 잘 살펴볼 테다.
나쁜 아이가 되세요.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어요. 착한 씨는 지금도 충분히 착해요. 자기 자신에게 좋은 사람이 되세요. 마음속 응어리를 미루지 말고, 몇 마디라도 그냥 말해요. 나답게. 착한 씨답게.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
‘지금의 나도 괜찮아!’란 마음을→

고1 나이면 아직은 성격이 형성되는 과정이니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기에도 더 유연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성인기 초기까지 변화의 기회들도 분명 올 것이고요. 하지만 그 전에 맘에 걸리는 부분은 주인공 스스로에 대한 평가 자체에 인색하다는 것인데요. 원인을 해결하자면 어린 시절의 경험과 부모와의 관계 등을 살펴보고 이에 대해 다루어보는 게 필요합니다. 사연 내용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우선 현재 자신에서 출발해 봅시다.
자, 자신과 비슷한 친구가 있다고 가정해 보지요. 그 친구는 친구들 앞에서 재밌는 말도 하며 수다도 떨 수 있고 성적도 우수할 만큼 똑똑하지만,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고 모르는 사람에겐 함부로 거절 못하는 면이 있다네요. 그래도, 꽤 괜찮은 친구 아닌가요? 주변 사람들은 주인공을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을 인정하고 수용해줄 수 있어야 변화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자신의 성적이 우수한 것은 스스로의 능력과 노력 덕입니다. 아셨죠? 자신감이란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도 말을 잘하고 대범해야만 얻어지는 게 아니라, 서투르더라도 주어진 일에서 노력하고 실력을 쌓아온 자신을 괜찮다고 느낄 줄 아는 마음에서 비롯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괜찮다고 인정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고 나면, 남들 앞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며 부정적인 평가를 예견하던 두려움이 감소하고 비로소 자신있는 태도도 나타납니다.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스스로 생각하니까요. 그런 다음에 주인공의 나이와 앞으로 펼쳐질 많은 기회를 이용해서 꾸준한 훈련을 해야겠지요. 우선 당장은, 어른들이나 친하지 않은 교우들 앞에서 떨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얘기해보려 시도하고, 불편함을 더 오래 견뎌보려는 훈련부터 해보세요. 처음의 결과들은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한두 차례에 실망하지 말고, ‘이럴 줄 알고 시작한 일이잖아. 내 장점을 더해가려는 노력이니까 조금 창피해도 괜찮아!’라는 마음가짐으로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점차 달라져 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정신과 전문의·미소정신과 원장
옷차림부터 싹 바꿔봐요→

낯선 이들 앞에서 너무나 소심해진다고요? 어른과의 이야기가 두렵다고요? 그거 당연한 겁니다. 시간은 결코 같은 속도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마음이 통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그렇지 않은 관계에선 지겨울 정도로 천천히 흘러가지요.
저에게 아마 가장 느릿했던 시간은 프로레슬러 훈련생 시절일 겁니다. 체대 출신이거나 운동경력 있는 다른 훈련생에 견줘 워낙 ‘몸이 허약했던’ 저는 참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우린 ‘빤스’만 입고 운동하잖아요. 그 얄팍한 섬유 한 장을 아랫도리에 걸치고 링에서 서로 부비부비하며 스파링을 할 때의 그 끔찍함이란! 낯선 근육질 사내들 사이에서 느껴야 했던 저의 그 감정을, 학교를 배경으로 종종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제가 자주 추천하는 방법은 바로 ‘입는 태도’를 바꾸어 보는 겁니다. 바로 입는 옷을 바꿔 보는 거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는 사실 화려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신이었습니다. 권위와 힘을 나타내고자 자줏빛 드레스를 입고, 왼쪽 어깨엔 독수리를, 한 손엔 번개를 들고 있었죠. 지금 입고 계신 옷을 완전히 바꿔 보세요. 아마 부모님이 추천하는 ‘아이비리그 모범생’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으실 것 같습니다. 싹 바뀐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본인이 어떻게 적응하는지 스스로 문제를 내고 답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운동을 하세요. 특히 팔굽혀펴기와 복근 그리고 스쾃(앉았다 일어나기)를 추천합니다. 몸에 근육이 있을수록 자세가 바뀌고 그 바뀐 자세는 당당함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매일 맨손운동 한다고 결코 몸이 ‘여자 람보’처럼 될 일은 없습니다. 혹 그렇게 된다면 프로레슬링 입문을 추천합니다. 제가 훌륭한 멘토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참, 자신을 자신감 없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건 정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타인에게 용기를 내어 도움을 구하는 사람은 결코 자신감 없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충분히 자신감이 있고 자신을 사랑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더 멋진 삶을 살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기대합니다. 짱짱한 8월의 여름날 같은 학창생활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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