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입체 마음테라피]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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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입체 마음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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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살, 31살의 직장인 레즈비언 커플입니다. 만난 지 4년, 동거한 지 2년인 저희 커플은 무게감 있게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가족으로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에게는 저희가 그냥 ‘친한 언니 동생끼리 사는 미완의 여자들’로만 보인다는 게 문제입니다. 친구들이나 제 ‘배우자’의 부모·형제는 저희 관계를 아시고 어느 정도 인정해주시지만, 문제는 완고하고 가부장적인 제 부모님입니다. 20대 중반이 지나면서부터 부모님은 끊임없이 결혼 압박을 했습니다. 게다가 얼마 전에 부모님은 결혼하지 않으면 집이고 재산이고 한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인 저희에게는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지요. 고심 끝에 게이와 아예 계약결혼을 하거나 적당히 선을 보고 결혼을 하고 이혼한 뒤 돌아오는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동성 커플 사이에서는 압력에 못 이겨 이렇게 하는 사례들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계획대로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다면 부모와 사회의 압력을 둘만의 사랑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 남자친구 없느냐며 성화하는 것도 지겹고 외국으로 떠버리고 싶지만 똑같이 세금 내는 국민인데 억울합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게이/레즈비언 커플들이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성애자들은 대우받으면서 ‘당연하게’ 하는 결혼제도가 뭐길래 이런 고민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답답하고 속상합니다.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사랑 없음이 비극일 뿐→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 미워하고 싸우겠다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겠다는 건데, 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들은 반대를 하는 걸까요?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 경우처럼 원수 집안이라서, 영화 <위험한 상견례> 경우처럼 지역감정 때문에. 학력 차이, 재산 차이, 직업 차이, 나이 차이…. 시누이들 잔뜩 있는 삼대독자에 제사가 많은 집이라서, 한쪽은 초혼이지만 상대방은 재혼이라서, 신체적 장애, 외모, 궁합, 동성동본, 종교가 달라서…. 그리고 성(性, sex)이 같아서.
부모들이 결혼을 반대하는 이유는 지구상의 커플 수만큼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내 새끼가 더 밑지는 것 같다는 욕심, 그리고 타인의 이목 때문이겠죠. 동성 커플에 대한 편견이 심한 사회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은 분명히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당신. 문제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에 대한 용기’ 아닐까요.
부모님이 결혼하지 않으면 집이고 재산이고 한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하셨죠? 부모님이 물려줄 재산조차 기꺼이 포기할 용기는 있으신가요? 직장 동료나 사회의 압력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셨죠? 사회의 압력이나 편견을 기꺼이 받아낼 용기는 있으신가요? 이건 상대편이 레즈비언이 아니어도 분명히 결정해야 할 사랑의 용기와 결정에 관한 것이죠. 아마 백만년 뒤 최첨단 미래에 살아도 사랑의 희로애락적인 속성은 불변할 것입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욕심을 부리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인간이니까요.
테스카가 한 말처럼, 사랑에 비극은 없습니다. 사랑이 없다는 사실이 바로 비극이겠죠. 용기내어, 그냥 지금처럼 시작하세요. 가까운 사람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커밍아웃도 하고, 그렇게 버텨 나가는 겁니다. 당신의 사랑을 지지합니다. 당신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세상에 꽤 많은 사람들이 그대 같은 동성 커플의 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
부모님께도 시간과 기회를 주세요→

어려운 사랑을 씩씩하게 키워오신 두 분의 노력을 꺾기에는 사회적 편견과 국가제도, 부모님의 완고하고 가부장적인 태도란 장애물도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의 ‘사연 보내기’란 행동으로 이 문제를 공감하거나 이해할 분들이 분명 늘어날 것이고 제도적 개선이나 편견 깨기에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알리기’의 의미도 될 수 있으리라 소박하게 기대하면서 풀어보겠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무엇보다 주인공의 생활에서 부딪히는 개인적인 문제를 먼저 살펴봐야 하겠네요. 파트너와는 달리 가족의 인정과 이해를 받기 어려운 상황인 듯합니다. 만약 현재 부모님의 성정 때문에 자신의 취향과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를 알리지 못한 상황이라면 위장결혼이란 방법까지 동원할 경우 의도한 거짓말과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들 속에서 심리적 압박감과 혼란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알렸으나 인정받지 못하고 결혼압박만 계속 받는 상황이라면 결국 이 문제를 바라보는 부모님과의 시각차를 좁히느냐 아니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느냐의 길을 선택해야겠지요. 어차피 부모님이 이해를 못 하신다면 집도 돈도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은 내일 우리나라에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되더라도 바뀌지 않을 테니까요.
그럼 먼저 커밍아웃한 자녀를 인정하지 못하는 부모님의 편견을 이해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리고 그분들이 받을 충격의 정도만큼 자신도 이해와 인정을 받기 위한 고통스러운 노력의 시간을 참아낼 각오를 하고 있는지도요. 그렇지 않고 아직 당신들의 방식으로 주인공을 사랑하고 계신 부모님께 현재 고려하는 방법들을 사용하여 일시적인 만족을 드리고 실리를 챙기신다면… 아마도 훗날 진실이 밝혀질 때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정은 물론이고 신뢰와 사랑마저도 잃게 될 수 있겠지요.
그러니 부모님께 주인공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더 충분히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께서 이 사랑을 위해서 오랫동안 해왔던 고민을 어렵게 부모님께 털어놓으시는 그 순간부터 자신은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 조급하실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은 그날부터 이 낯설고 어려운 고민을 시작하게 되시는 거니까요.
정신과 전문의·미소정신과 원장
사랑 지키려 감행하지 못할 게 있나요→

제 주변 지인 중에도 몇몇 성적 소수의 길을 취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역시 20대 후반, 30대에 들어서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시더군요. 결혼이라는 이성애자 간의 결합(국내 통념상)을 통해서 만천하에 ‘우리는 행복해요, 잘 살겠어요’라고 선포하는 행사 말입니다. 이 행사를 거부하면 뭔가 이상이 있는 사람,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사람이라는 취급을 받게 되지요.
저는 솔직히 레즈 커플이 결혼생활을 위장 또는 가장 및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스킬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요. 그런데 그거 하나는 확실해요. 이 세상에 결코 쉬운 사랑은 하나도 없다는 것 말입니다. 사랑이란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가장 중요한 가치이므로 그것을 행하는 것도 가장 어렵겠지요. 처음부터 인간의 본성이 사랑에 적합하게 설계되었다면 아마 중요한 가치로 승격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동성 여성 커플이라는 것은 이미 시작부터 가시밭길이라는 것은 두 분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감행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세상에 쉬운 사랑은 없으니까요. 필요하다면 가면을 쓰세요. 진실을 덮기 위한 가면은 추한 것이지만 진실을 지키기 위한 가면은 언제든 써도 좋아요. 때론 그 가면 때문에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요.
그리고 정표를 준비하세요. 10년 전쯤인가 통일신라 고분에서 쪼개진 청동거울이 나왔어요. 부절이라고 해서 부부가 인연을 맺게 되었을 때 청동거울을 쪼개서 서로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죠. 세상을 떠날 때까지도 함께했던 것이죠. 살면서 힘들고 싸우고 그럴 때마다 그 맨들거리는 부절의 양면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그 촉감을 느끼면서 억누르고 이해하고 포용하려고 노력했겠지요.
부절과 가면. 지금 필요하실 것 같습니다.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선 무슨 방법이든 사용하세요.
프로레슬러·<청춘매뉴얼제작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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