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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15 10:06 수정 : 2011.09.15 10:14

[매거진 esc] 3D 입체 마음테라피|변화의 의지… 있나요?

2002년 결혼한 30대 동갑내기 부부입니다. 결혼 뒤 보니 남편은 3000만원 카드빚 등이 있다는 걸 숨기고 있었습니다. 빚지고 사는 걸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혼 전 일이고 남편은 부모님 없이 혼자 살았기 때문에 다신 이런 일 없기로 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도 2년 뒤 인터넷 도박빚 2000만원이 생겼더라고요. 제가 애 낳던 날은 회사 간다더니 게임머니까지 구매하고 게임을 했더군요. 빚과 게임도 남편이 얘기한 게 아니고 제가 알아낸 거고요. 증거 있을 땐 모른다고만 하다가 자세히 추궁하면 그때야 잘못했다고 다시는 안 그런다고 하네요. 결국 사소한 일로도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각서까지 썼죠. 그랬는데 또 최근 카드론 250만원을 몰래 받은 걸 알게 됐어요. 저한테 안 들키려고 새 통장까지 발급받아가면서 말이죠.

이것 말고도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저를 속인 게 이해할 수 없고 잊고 살 자신도 없습니다. 몇 년 전 일이지만 노래방 도우미한테 전화 오고 게임하며 알게 된 여자하고 새벽에 통화하면서 친구라고 거짓말도 했답니다. 그러면서 영업직인 남편은 회사를 옮겨야 가정이 편해질 것 같다며 회사 핑계를 대기도 하고요. 우울증까지 생겼어요. 아이한테도 온갖 신경질을 내고 있습니다. 가끔 이런 일들이 생각나면 참을 수 없도록 성질이 나요. 이혼하면 우리 식구 모두 힘들겠지만 마음에 불만을 품고 남편 탓하며 사는 것보단 나을까요? 제가 또 참고 이해해야 하나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한번뿐인 당신의 생이 가장 중요한 것! →


가장 나쁜 건 이렇게 하소연하고 일시적으로 스트레스 해소하고는, 정작 실생활에서는 아무런 개선이나 변화 없이 생을 지속하는 일입니다. 결혼 이후 10년 동안 효과적인 조처 없이 비슷한 문제에 내내 시달리고 있는 님이 과연 이번에는 정말 변화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다음 두 가지 이미지 중 글쓴 님은 어떤 것에 가까우신가요? 남편·자식·식구들 때문에 어쩔 도리 없이 사는, 마치 덫에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불쌍하고 나약한 존재? 아니면 튼튼한 두 다리로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선택하고 걸어갈 수 있는 힘있는 존재? 만약 첫번째에 더 가깝다면 이미 이 상황에 지고 있는 겁니다. 어쩔 수 없어서 이혼 못하고 사는 것과 나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 수 있지만 이런저런 비전과 대책을 가지고 이혼하지 않고 사는 삶을 선택하는 것은 그 내용에 있어서 천지 차이죠.

일단 불안·걱정 보따리는 내려놓으시고 자기 생에 대해 시나리오를 시원시원하게 써봅시다.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났을까요? 내 생에서 죽어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어떤 건가요? 님은 10년 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요?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구체적으로 떠올려보세요. 상상만으로 부족하면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보세요. 한생을 잘 살아내고 난 다음 ‘내 생의 마지막 일주일’의 스스로를 한번 상상해보세요. 살아온 날들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오세요. 일단 말씀드려야 할 것이 도박중독은 엄연한 정신적 질환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건 평소에 남편이 성실하다는 것과는 별개로 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사안이죠.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지속적으로 주변인들의 피해가 계속될 것입니다.

자, 이제 이혼을 하면 가족이 곤란할 것이라는 생각의 족쇄는 잠시 풀어두고, 내가 정말 이혼을 하게 된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되고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 상상 속으로 생생한 여행을 다녀와봅시다. 인생은 OX문제가 절대 아닙니다. 어떤 Yes인지 어떤 No인지 그 내용이 더 중요하죠. 생은 단 한번뿐임을 새삼 한번 더 알려드립니다. 그러니 좀더 이기적이고 더 건강하고 힘있는 존재로 살아 보시기를 힘주어 권합니다.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마음의 병을 우선 적극적으로 고치세요 →


행간에서 고뇌와 좌절감, 심적 상처가 느껴집니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잘 위로하고 담대히 대처해야 합니다. 문제들을 짚어보죠.

첫째, 남편의 게임과 컴퓨터도박 문제인데요, 이 문제는 당사자를 넘어 가족의 삶을 황폐화시키고 금전 문제까지 일으키는 악성 사안입니다. 도를 넘어섰을 때에는 반드시 전문치료가 필요한데, 행위자가 피상적으로 면피용 약속을 남발하며 행동 변화가 없을 때(즉 개선 의지가 없을 때) 해결은 참으로 어려워집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말고 곁에서 지속적으로 변화와 치료의 기회를 북돋고 이끌어줘야 합니다.

둘째, 남편이 전반적인 행동조절에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컴퓨터 도박과 돈관리 행태에 더해 이성 문제도 얽혀 있어 보이고 반복된 거짓말로 신뢰도 부식돼 각서까지 등장하는 형국이 되었네요. 부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행동들이 수년간 반복되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각도의 현실적 방안이 필요합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남편의 개선 동기가 전제돼야겠죠.

셋째, 경제 문제입니다. 결혼 전 빚을 예비배우자에게 숨기고 결혼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결혼 뒤 이것이 드러났을 때 부부관계에 불화와 실망이 오가는 경우가 많고 빚을 진 이유에 따라 불화의 양상도 달라집니다. 부부는 정서공동체이기도 하지만 경제공동체입니다. 경제 운영에 부부가 적절한 합의와 협력이 이루어져야 하지요. 돈은 정서적 배려, 사랑과도 연결되기에 돈에서 반복되는 마찰은 마음과 관계를 멍들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울증’이라는 부분이 염려됩니다. 님의 상한 마음은 양육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요. 현재 남편과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우선은 님의 정서상태 개선을 위한 외부 도움을 적극적으로 찾는 게 순서입니다. 결혼생활을 영위하면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작은 다짐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 또는 도움을 받으면서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모두를 만나게 됩니다. 이 둘을 잘 변별해야 합니다. 지금 님께서 처한 상황은 이미 복잡한 실타래가 되었고 정서적 타격이 용량을 초과한 것 같습니다. 정확한 도움을 받고 하나하나 순서대로 수선해 나갈 것을 권유합니다.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용서는 나를 위해 잊는 것 →


남편에게 받은 상처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출산을 할 때 남편이 밖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충격적입니다. 그래도 잘 버텨 왔네요. 하지만 님은 지금도 과거의 일들을 생각하며 현재에 살고 있는 남편과 님 스스로를 자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용서는 영어로 Forgive라고 하는데, 어원이 잊는다는 뜻의 Forget과 같답니다. 용서한다는 것은 잊는다는 거죠. 용서는, 하는 사람이 손해 같지만 사실 상대방보다 나를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남편으로부터 받은 상처는 용서를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거든요.

남편이 진실되지 못하고 또 허풍이 심하다고 하셨죠? 남자로서 가장 자존심 상하는 이야기는 ‘처자식도 못 먹인다’, ‘무능력하다’일 것입니다. 아마 남편은 결혼하는 아내에게 빚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최근 저희 가족 역시 1년간 미국에 체류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은행 대출을 요청했습니다. 미국 은행으로부터 보기 좋게 거절당했죠. 아내에겐 차마 솔직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좀더 기다려 보자고 했습니다. 이후 방법을 모색할 때까지 제 어깨는 매우 무거웠답니다. 아이들에게 괜히 짜증을 내게 될 정도로요. 혹시 남편분도 그렇지는 않았을까요? 그런 마음에 도박에 손댔던 건 아닐까요? 도박을 하고 거짓말까지 했던 남편이 잘했다는 게 아니라, 남편 역시 가장이라는 책임과 역할에 허덕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 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과거를 보면 힘이 듭니다. 함께 장밋빛 미래를 꿈꿔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남편과 솔직히 서로에게 섭섭한 점을 이야기하고 함께 앞일을 계획하며 현재를 살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 이미 그렇게 하셨다고요? 남편의 결심이 며칠 가지 않았다고요? 작심삼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하루에 한번씩 작정합니다. 님께서 하루하루를 남편을 원망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더 나은 앞날을 꿈꾸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볼 것을 응원합니다. 사랑의 다른 이름은 용서입니다.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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