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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20 10:57 수정 : 2011.11.09 17:07

3D 입체 마음테라피

[esc] 3D 입체 마음테라피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 못 받으면 뿌리부터 흔들려요

30대 중반 싱글 여성입니다. 꽤 유명한 대기업을 다니다가 지난해 말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고 불리는 회사로 옮겼어요. 모자랄 것 없어 보이지만, 저는 칭찬이나 인정을 못 받으면 불안하고 힘든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 칭찬과 애정을 아끼지 않으셨던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언제나 이불 정리나 청소 같은 작은 일로 크게 혼을 내시며 늘 제게 ‘뭔가 부족한 애’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 2년을 함께한 담임선생님은 제 일기에 매일 두 쪽씩 답장을 써주며 제게 사랑을 주셨죠. 그 뒤로 늘 선생님 또는 상사로부터 칭찬을 들으려고 일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험은 별로 없지만) 혹시라도 이들이 저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습니다. 기가 죽고, 입맛이 없고, 제가 평범한 사람 같아 초조해집니다.

회사를 옮긴 뒤 저를 가장 괴롭히는 건 바로 상사입니다. 그는 칭찬에 인색합니다. 그동안 들어온 “넌 달라, 넌 대단해”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가뭄에 단비처럼 가끔 칭찬도 합니다만 제가 기가 죽는 것은 지금의 상사가 저보다 배로 꼼꼼하고 철저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최고의 학벌에, 다재다능합니다. 오히려 그 상사 앞에서는 긴장해 실수가 많아집니다. 오늘도 상사가 퇴근을 하면서 습관적으로 질책하는 말투(다른 직원들에게도 그렇게 대합니다)로 말하자 “저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울컥하며 회사를 나서다, 업무 데이터를 묻는 직원에게 답을 해줬더니 “역시 과장님은 최고야!”라는 말이 돌아와 아주 약간 살 것 같았습니다. 그 상사가 정말 이상한 사람이었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겠지만, 그는 따뜻하지는 않지만 보통의 상식적인 좋은 상사입니다. 늘 감독의 사랑으로 주연만 하던 배우가, 관심이 없는 감독 밑에서 조연을 하는 듯한 느낌…이라면 정확할까요. 저를 어떻게 하면 좋나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
당신 인생의 ‘감독’이 되어야→

참, 신기하죠. 어엿한 30대가 되고, 힘과 지위, 부를 가진 자가 되어도, 아직도 어렸을 적 나를 혼내던 부모의 한마디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으니 말이죠. 심리상담을 하다 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성이 자신을 무시했던 부모로부터 인정받으려고 했던 노력을 고백하면서 엉엉 울거나, 부모에게 사과를 받았으면 하는 희망을 드러내는 일, 정말 많습니다.

파에톤 양.(타인에게 칭찬·인정을 받고 싶은 심리를 ‘파에톤 콤플렉스’라 합니다.) 님은 칭찬에 집착하는 환자라기보다, ‘내가 정리정돈을 안 하면 안 예뻐할 거야. 내가 공부 못하면 실망하실 거야. 내가 취업 잘되는 인기학과 대신 배고픈 학과를 선택한다면 걱정하실 거야’ 같은 내적 명령을 따르는 삶을 살고 있는 게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파에톤 양의 직장상사나 학교 선생님 등은 또다른 부모의 자아들인 셈이죠.

주변 사람들로부터 칭찬 못 받으면 뿌리부터 흔들려요. 일러스트레이션 이동희
일단 칭찬에 인색한 직장상사 말이죠. 반사회적 성격이 아닌 이상, 원래 남을 때려주거나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은 남이 아닌 스스로에게 화가 나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 이런 사람들은 무조건 칭찬을 기대하기보다, 오히려 연민을 갖고 따뜻하게 잘해주면 금방 엉겨붙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상사 앞에서는 마치 조연을 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셨죠? 저 같으면 부모든 상사든 누가 내 인생의 감독 노릇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하겠습니다.

스스로 자기 보상을, 자기 칭찬을 해보세요. 상사가 아무리 질책을 해도 내가 최선을 다했다면 오늘 나를 위해 맥주 한잔 하면서 스스로 칭찬해주는 거죠. 저는 심지어 밤새워 기업 강의 준비한 날, 친구들이 보는 ‘페이스북’에 ‘넌 정말 책임감 있는 인간이다’, 이렇게 스스로 칭찬해 주었답니다. 진정한 자존심은 인생의 감독인 ‘나’에게서 나옵니다. 내 칭찬을 잘해줘야 남 칭찬도 잘할 수 있고요. 무엇이든 잘 해내는 파에톤 양이시니 금방 배우시게 될 겁니다! ^^ 호호.

프로레슬러·<청춘매뉴얼제작소> 저자
스스로 만족하는 법, 찾아보세요→

과장님의 자존감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전 80년대 자양강장제 광고 같은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을 제일 좋아합니다. 그만큼 삶에 대한 열정이 많다는 거죠. 그런 경우 기본적으로 자기애에서 출발하지요.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건 자기애의 충족이 타인의 평가에서 출발한다는 겁니다.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아주 힘든 일입니다. 스스로 칭찬중독이라고 하실 정도로 타인의 평가에서 자기애를 실현하시는 분께 단번에 이 상황이 바뀔 방법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지 마시고 타인의 평가가 아닌 자기만족을 통한 즐거움을 찾아보라는 겁니다. ‘호모 루덴스’라는 말도 있잖아요. 유희하는 인간. 업무와 평가에서 즐거움을 찾지 말고 정말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서,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다른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말입니다.

사연을 읽다가 제 프로레슬링 연습생 시절이 생각났어요. 낙법도 제대로 못해서 머리부터 떨어지면서 혀를 깨물어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고 선배들에게 구박과 타박도 많이 당했는데 딱 한분의 차분한 설명과 칭찬으로 저의 딱딱하게 굳어버린 몸은 둥글게 공중에서 돌 수 있었죠. 그런 칭찬 덕에 오른 데뷔전에서 전 울 뻔했어요. 그날 제 한계를 느꼈거든요. 그 선배의 칭찬은 제가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도와준 건 분명했지만, 제가 진짜 슈퍼 1등급 프로레슬러는 못 될 거라는 건 제 몸으로 실감했으니까요. 남이 내려준 평가란 그런 겁니다. 이제 그 치열함의 탄착점을 타인의 평가가 아니라 본인의 즐거움 쪽으로 돌려보세요. 과장님 파이팅!

그런데 과장님은 어떤 상사인가요? 후배들을 칭찬하고 그 사람들의 노력과 성과를 잘 인정하시는지요?

소기윤 정신과 전문의·미소정신과 원장
애초에 ‘모자란 나’는 없었을 수도…→

우선 저는 칭찬에 인색한 두 인물(아버지·상사)에게 동의 못하겠단 말씀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칭찬과 인정에 대한 욕구는 성장에 좋은 동기가 됩니다. 특히 주인공처럼 재능과 장점이 많으면 뛰어난 인물이 될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그러나 그 욕구가 지나치면 충분히 훌륭한 자신에게도 만족 못하고 그만큼 자신감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하지요.

주인공의 경우, 어머니와 선생님의 칭찬이란 자양분으로 잘 성장하시는 동안, 사소한 잘못에도 크게 꾸짖던 아버지 때문에 어리둥절한 실망감을 겪으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누가 봐도 ‘엄친딸’인 주인공에게는 왜 그리 칭찬에 인색하셨을까요? 백번 좋게 생각해서 겸손한 딸을 만들기 위한 채찍질이었다 하더라도 칭찬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주인공은 뭘 더 해야 그분을 만족시킬 수 있고 인정과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 낭패감이 들었을 듯도 합니다. 어머니와 선생님 칭찬을 들으면 안심이 되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 2%도 늘 도사리고 있었던 거죠. 결국 칭찬으로 자주 안심하지 않으면 이 부족함을 채울 수 없는 구조는 최근의 직장생활에서까지 이어지고 있고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 부족한 무언가는 실제 없었던 걸지도 모릅니다. 있지도 않았던 부분이기 때문에 부단한 노력에도 채워지지 않았던 겁니다. 주인공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이제는 칭찬에 인색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좀더 능동적으로 그들의 의도를 해석해봐야 합니다. 가령 어릴 적 아버지의 얘기는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교만하지 않은 사람이 되라는 교훈이었다고 생각해봅시다. ‘너는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모든 것에서 다 최고가 될 수는 없고 조금은 부족하고 실수도 할 수 있단다. 그러니 칭찬을 받을 때도 겸손해야 해’라고 말이죠. 그에 대한 노력이라면 충분한 칭찬을 들어도 스스로 그 칭찬의 레벨보다 조금은 낮춰 받아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잠재력은 무한하지만 모두 칭찬받으려 하지 않고 내공으로 가지고 있겠다고 생각해보세요.

일러스트레이션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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