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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0 11:00 수정 : 2011.11.10 11:00

3D 입체 마음테라피

[esc] 3D입체 마음테라피

Q 아빠의 외도와 폭력, 케케묵은 부모 다툼…돌파구 안보여

저희 집은 정기적으로 큰소리가 납니다. 부모님이 두 분 다 고집 센 동갑이기도 하지만, 아빠는 거짓말을 자주 하고, 엄마는 남편에 대한 신뢰 없이 살아오다 보니 사소한 일로도 말다툼이 잦습니다. 저희 자식들은 어릴 때부터 이런 걸 보고 자랐습니다. 부모님의 싸움 중에 언니가 얻어맞은 적도 있고 저희들 눈앞에서 두 분이 뒹굴며 싸운 적도 있습니다. 아빠는 밥상 뒤집어엎고 숟가락 던지는 다혈질입니다. 제가 직장 다닐 때도 화난 아빠가 밀쳐서 주저앉은 일도 있습니다. 고혈압인 엄마는 아빠와 말다툼하다 자정 넘어 응급실에 간 일도 있습니다. 아빠를 믿지 않는 엄마는 아빠의 전화를 끊어버리는 버릇이 있고 그래서 다툼이 생깁니다. 예전에 아빠는 여자친구들을 몰래 만나다가 엄마한테 들켰고, 의심하는 엄마한테 아빠는 “정신병원에나 가보라”고 폭언을 일삼았습니다. 저조차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아빠란 사람이 솔직하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게 너무 괴롭습니다.

아빠는 화가 나면, 특히 곤란한 상황이다 싶으면 파괴적으로 돌변하고 술 마시고 죽겠다고까지 합니다. 무엇보다 잠시 덮어뒀다 또다시 벌어지는 이런 패턴이 지긋지긋합니다. 두 분을 모시고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엄마는 가고 싶어 하지만 아빠는 한사코 거절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내 상처 먼저 보듬어야 관계도 변화→

지구상에 어떤 아이들은 전쟁 중에 태어나 전쟁터에서 유년기를 고스란히 보내기도 합니다. 그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한없이 작고 힘없는 존재이지만, 영문도 모른 채 성장하는 내내 일방적인 파괴와 폭력 상황들을 겪어내야만 하죠. 님도 인생의 많은 시간들을 그에 못지않은 상황 속에서 보내오셨네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어디선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탄이 터지고, 연이어 총포가 쏟아지면서 평화로운 일상은 순간 끔찍한 아수라장이 되어버립니다. 그 파편들은 사방으로 튀어 주변을 부수고, 급기야 그 난리통에 어느샌가 아이는 상해를 입기도 하면서 그 작은 몸으로 힘겹게 시간의 터널을 통과하게 되죠.

지금 문제의 원인인 ‘아빠’는 변하지 않아요. 나름의 타당한 스토리와 과정을 거쳐 이미 인성 혹은 성격으로 굳어져 버렸거든요. 게다가 폭력, 거짓말, 외도 등의 대응 방식들은 타인과의 관계망 속에서 이미 안정화, 고착화되어 버렸기 때문에 이후 어떤 식의 개입에 의해서도 바뀔 가능성이란 거의 희박하다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러니 글쓴 님이 본인 자체로 아빠를 둘러싼 환경 중 ‘주요하게 변화된 하나의 달라진 환경’이 되어주세요.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굽니까? 아빠도 엄마나 언니도 아닌 바로 본인 자신입니다. 무엇보다 먼저 자신을 돌보세요. 의례적인 말이 아닙니다. 이를 통해 기대하는 이상의 큰 변화를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일단 어린 시절 폭력 상황에서 놀라고 무서워하고 분노했을 그 아가, 그 어린아이의 표정을 종이에 펜으로 그려보세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표정과 모습과 상황을 그려보시고, 그 옆에 떠오르는 말들, 그 아이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들을 흘러나오는 대로 적어 내려가 보세요. 아프고 힘들었지만 마음은 점점 더 단단히 닫혀버리고, 자신을 돌보기보다는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기에 급급했던 그 아이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먼저 깊게 알아주셔야 합니다. 피 흘리며 절뚝거리는 본인의 발목을 먼저 치료하시고, 그다음에 저절로 달라진 본인의 대응 방식과 사고 패턴, 그리고 가족관계 양상의 변화를 기꺼운 마음으로 목격하시기 바랍니다.


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어머니라도 먼저 치료받으시길→

습관적 거짓말, 몸싸움으로도 번지는 부부싸움, 자녀에 대한 폭력, 물건 뒤엎거나 부수기, 이성 문제, 분노 시 돌변, ‘술 마시고 죽겠다’는 감정적 협박. 이런 아버지에 대한 불신 속에 살며 고혈압으로 고생하는 어머니. 부모의 모습을 보며 자녀분들이 겪었을 고뇌와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아버지는 충동 및 분노 조절에 어려움이 있는 분으로 여겨지고, 어머니는 불행감과 심적 상처, 건강 악화 속에서 노이로제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겠어요. 불행한 부모, 서로를 공격하는 부모, 자녀의 심신을 공격하는 부모만큼 자녀 마음에 트라우마가 되는 일이 있을까요? 더구나 부모의 불화가 긴 세월 동안 ‘반복되는 패턴’이기에 자녀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무기력하고 절망스러울 겁니다.

두 분의 행동과 현재 상태는 정신건강 전문가의 강력한 도움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나 당사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도움 자체를 받을 수 없는 게 문제죠. 만일 아버지가 계속 치료를 거부한다면 더 요구하지 말고 “가고 싶지 않으실 수 있다. 언제든 가고 싶으실 때 말씀해달라”고 부드럽게 말하고 일단 물러난 뒤 나중에 다시 다가가세요. 물론 이렇게 하는 것조차 자녀들에게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무조건 밀고 나가는 것만이 최선은 아닙니다. 또다른 다툼이 벌어질 테니까요.

어른이든 아이든 심리적인 문제로 “치료받으러 가자” 했을 때 반색하는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더욱이 아버지의 심리구조를 보았을 때 더더욱 그렇고요. 일단 어머니만이라도 모시고 전문가를 만나보세요. 부부관계 치유 이전에 어머니 마음속에 누적된 감정의 잔재들을 해소하고 내면의 평정을 도모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바라볼 때 행동조절에 분명한 한계가 있는 분이란 걸 기억하고 보통사람들에게 하듯 논쟁하거나 맞붙거나 서로 분노를 섞지 않도록 특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궁지에 몰아서도 안 됩니다. 그래야 더이상의 악화를 저지할 수 있습니다. 자녀분들 또한 내면의 고통과 각종 감정을 정리하고 해소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 내면의 건강을 돌보는 시간을 마련하길 바랍니다.

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힘들어도 아버지 이해하려 애써야→

지금부터 오해하지 말고 읽어주십시오. 아버지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버지의 입장을 조금은 생각해봅시다. 한국의 중년 남성은 너무 외롭습니다.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겁고 너무 힘들어 숨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내와 자녀를 바라보며 때려치워 버리고 싶은 직장이라도 참으며 꾸역꾸역 다니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다 명퇴다 뭐다 해서 50대에 직장에서 쫓겨나게 되면 그 스트레스는 말로 다 할 수 없지요. 처음에는 아내도 남편을 다독거려 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능해 보이는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종종 해서는 안 될 말을 합니다. “누구누구네 남편은 어떻다더라!”

대부분의 경우, 딸과 엄마는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머니에게 감정이입이 된 딸에게 아버지는 나쁜 아버지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여자는 사랑을 먹고 산다지만 남자는 자신을 믿어주는 여자의 신뢰를 먹고 삽니다. 그런데 님의 아버지는 어머니로부터도 그리고 딸로부터도 신뢰를 잃으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는 해선 안 될 일을 하셨네요. 그중 하나는 자신을 신뢰해주는 다른 여자를 만나 자신의 남성상을 확인하는 것이지요. 문제는, 자신의 뜻을 표현하거나 자신의 과오를 덮으려 하면서 폭력을 쓰는 아버지의 성향에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도 이런 자신이 스스로 너무 밉기도 하고, 고치고 싶을 겁니다.

자녀를 이기는 부모는 없습니다. 이런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힘들더라도 신뢰를 표현하고 편지를 이용하더라도 사랑으로 대화한다면 아버지는 변화할 수 있습니다. 딸로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갖는 것도 좋겠습니다. 다만 폭력적으로 다투시는 부모님 밑에서 계속 상처받고 계시기보다, 가능하다면 부모님을 떠나 독립하는 건 어떨까요. 오히려 떨어져서 부모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회복 가능성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상상해봅니다.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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