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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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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3D 입체 마음테라피
Q 믿으세요, 짚신도 짝이 있다는 사실
22살 여대생입니다. 이성 친구 사귀기가 너무 힘들어요. 얼굴 보며 이야기는 할 수 있지만 동성 친구들처럼 편하질 않습니다. 자연스레 남자들과 얘기할 기회도 적어지고, 그러다보니 연애도 별로 못했어요. 대학 1학년 때 소개팅에서 첫 남자친구를 사귀었어요. 중학교 때 잠깐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고, 기억도 가물가물해서 오랜만에 연애한다는 기분에 매우 좋았습니다. 하지만 100일을 넘기지 못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연애와 달랐고, 또 남자친구가 그렇게 좋지도 않았거든요. 제가 무작정 사귄다고 응한 게 잘못이었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 뒤로 연애에 대한 막연한 생각은 있었지만, 기회도 없었고, 다시 소개팅에 나가기는 꺼려지더라고요.
이번에 다시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한 선배가 아는 후배한테 제가 마음에 든다고 저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네요. 당황스러우면서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첫인상이 그리 나쁘진 않았거든요. 고민 끝에 일단 수락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라 떨리기도 하고 걱정됩니다. 이제는 한 사람과 진득하게 사귀고 싶은데 또 길게 가지 못할까 봐서요. ‘그래, 그냥 편하게 좋은 사람 만난다고 생각하고 오자. 혼자서 김칫국 마시지 말고 기대도 하지 말고 그냥 가자.’ 이렇게 몇 번이나 다짐하지만 쉽진 않아요. 짧은 연애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람이랑 오래갈 수 있겠다’는 확신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연애하다 받는 상처 두려워 말아요 →
제 경험상 오래 하는 연애가 꼭 좋은 연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오래 한 연애 중에 짧게 끝났으면 더욱 좋았을 뻔한 연애가 있기도 하고요, 짧은 연애였지만 평생 그 관계를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연애도 있습니다. 문제는 사귀는 기간이 아니라 누구를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사귀는가이겠지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했던 모든 연애는 제게 유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패한 연애를 통해서는 인생의 아픔과 시련 그리고 그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고요, 성공한 연애를 통해서는 삶의 기쁨과 행복, 배려 그리고 더 나아가 진정한 사랑을 배운 것 같습니다. 완벽한 연애나 사랑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연애, 그리고 아름다운 사랑은 우리가 추구하고 또 도전해야겠지요.
이번 만남은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일단 만나보세요. 어떤 사람인지 만나서 대화해보고 서로 알아가다 보면, 과연 이 사람이 어울리는 사람인지, 그리고 서로 사랑할 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친구로 혹은 아는 사람으로 만나면 좋을 사람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연애를 하다가 상처받을 수도 있습니다. 너무 두려워하지는 마세요.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못한다면, 평생 자전거를 배울 수 없을 겁니다. 넘어지면 일어나면 되고, 상처가 나면 치료받으면 됩니다. 치유받지 못할 상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문 상처는 스스로를 더욱 성장하게 하고 더 나아가 같은 상처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치유해줄 수 있는 능력까지 선사합니다.
저한테 이런 질문을 하는 학생이 꼭 있습니다. “교수님! 짚신도 짝이 있다고 하는데, 저도 짝이 있을까요?” 반드시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최고의 짝이 있습니다. 과거의 남자 혹은 여자와 잘못된 것은 그 사람이 최고의 짝이 아니기 때문에 헤어지게 된 것입니다. 님에게도 최고의 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극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형의 남자에게 최고로 어울리는 사람이 되도록 스스로 노력하기를 응원합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 최고의 사랑을 꼭 이루세요!
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영원한 사랑이란 실천 불가능한 신념 →
오랜만에 저의 연애사를 회상하게 만드는 사연이 올라왔군요. 반갑습니다. 일단 짧은 연애가 왜 나쁘거나 싫은가요? 막연하게 생각으로 답하지 말고, 컴퓨터나 종이에 구체적이고 완결된 문장으로 적어보면 더 도움이 된답니다. 저는 연애라는 걸 처음 경험하며 좌충우돌하던 중고생 시절 “우리의 사랑이 진실하다면 그 사랑은 영원해야 해”라는 다소 실천 불가능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리고 거기에 무지 집착했죠. 그런데 언젠가 그 당시 애인이 “사랑이 진실한 거랑 연애가 영원한 게 무슨 상관이야? 연애의 길이가 사랑의 진실성을 증명해주는 거야?”라고 되물어왔어요. 주변에는 정말 매일 싸우면서도 헤어질 용기가 없어서 그냥저냥 연애 햇수만 늘리는 커플이 한둘이 아니었죠. 그때부터 저의 오랜 그 신념 아닌 신념이 조금씩 흔들리고 움직이면서, 더 유연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진화해갔죠. 연애에는 고려해야 할 것이 수백가지인데, 한가지 생각에만 강하게 매달려 있다 보면 여러가지로 손해예요. 그러니까 그 생각이 조금 유연해지도록 스스로 묻고 대답하면서 다양하게 되물어보기를 추천!
그럼에도 오래가는 예쁜 연애를 원하신다면 ‘자기가 원하는 것에 솔직해지기!’ 처방을 강추합니다. 보아하니 글쓴 님은 얌전할 수는 있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 걸 오래 참는 타입은 아닐 것 같아요. 심리적으로 건강한 면이지요. 그러니까 정말 오래가려면 진짜 자기 마음이 상대와 함께할 때 즐거운지, 기쁘고 행복한지를 잘 관찰하는 게 관건이에요. 사실 이건 연애 중급 이상자에게만 전해주는 비밀인데 말이죠, ‘자기 스스로가 충만하고 자기 콘텐츠가 많은 사람’일수록 상대가 누군지 덜 중요하답니다. 나만의 생각, 내 생활, 나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그득그득할수록 상대가 누구든 행복과 재미의 장 안으로 끌어들여 짜릿하고 신나는 연애를 하거든요. 반대로 내 안이 가난하고 자기 콘텐츠가 없으면 무지 상대방 의존적으로 되어버려요. 그러니 스스로 풍성해질 수 있는 다양한 경험 많이 하시고, 두렵고 겁나지만 모두가 원하는 연애, 그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마음껏 헤엄쳐보길 바랍니다.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확신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 →
이성과의 일대일 관계는 개인에게 커다란 도전이죠. 그 안에는 수많은 성장기회와 깨달음, 지식과 지혜가 숨쉬고 있지만 동시에 난관, 위기, 상처의 가능성 또한 잠재해 있습니다. 연애는 고도의 감정개입을 요하는 큰 모험인지라 관계에 대한 불안 그 자체는 보편적인 양상이죠. 애정의 정도 그리고 애정관계의 영속 여부를 확인하려는 강박적 충동 또한 당연한 것이고요. 관계 초기에 연인들은 특히 ‘거절’에 취약합니다. 그러다 관계가 견고해지면 이 불안은 대개 진정되기 마련입니다만 관계가 안정화되는 중반 이후에는 또다른 문제들이 발생하고요.
쉽지 않은 여정이죠? 하지만 아니 갈 수는 없습니다. 용기와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사랑과 이별, 기쁨과 슬픔, 기대와 실망이 뒤섞여 있는 연애라는 그 ‘실험’을 통해서 비로소 크게 성장할 수 있다는 것, 그 경험이 밑거름이 될 때만 ‘나에게 잘 맞는 이성’을 알아볼 수 있는 실질적 안목이 생겨난다는 걸 기억하세요. 그 안목은 연애라는 실전을 통해서만 키워집니다. 연애란 서로 알아가는 긴밀한 과정, 사랑도 주고받지만 갈등도 해결하는 그 역동적 과정을 거치면서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건축물과도 같은 것입니다. 실전, 관찰, 인내가 모두 필요합니다.
아울러 연애라는 ‘실험’을 통해 상대방의 성격을 계속해서 검증해봐야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런 경험이 나날이 쌓여 상대와 내가 얼마나 장기적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지 매 순간 결정하며 나갈 수밖에 없답니다. 연애는 위험감수이며 나를 기꺼이 내주고 상대방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과정’이죠. 확신이라는 건 상대가 주는 것이라기보다는 내가 명철하고 지혜롭게 상대방과 내 마음을, 관계 전체를 관찰하면서 스스로 만들어가는 겁니다. 물론 상대방도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겠지만 내가 나 자신을 얼마나 믿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젊은 날의 아름다운 특권인 연애, 용기있게 도전하고 충분히 즐기세요. 설령 이별이 찾아온다 해도 그 이별도 사랑의 일부분이며 아픔을 넘어서는 교훈과 지혜, 성숙을 안겨준답니다.
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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