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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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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으로 포장한 두려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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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입체 마음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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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귄 지 100일쯤 된 남자친구가 있어요. 전 22살이고 그 친구는 이제 막 수능시험을 치른 아이고요. 저희는 여섯달 전쯤 어떤 가수의 팬 사이트에서 활동을 하다가 친해졌어요. 서로 안부도 묻고 개인적인 얘기까지 하는 사이가 됐는데,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그 아이가 고백을 해왔어요.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지만 저를 사랑하게 됐다’고요. 조금 당황이 되더군요. 3살이나 어리기도 했고…. 그래도 참 착하고 믿음직스러운 아이라는 걸 알고 고백을 받아주기로 했습니다. 지금까지 몇 번 만나 재밌는 시간을 보냈어요. 그 아이 마음도 진심이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정말 그 아이를 좋아하는 것인지 스스로 묻게 되더라고요. 남친도 나를 사랑하느냐며 자꾸 물어오고요. 사랑하면 확인하고 싶다는 거 저도 잘 아는데 언젠가부터 그게 점점 부담처럼 느껴지네요. 그리고 그 아이는 처음부터 저를 사랑한 상태였지만, 전 호감에서 시작한 만남이라 더욱 걱정이 되고요. 멀리 살아서 자주 만나지도 못하고 제가 곧 1년간 유학을 가는데, 지금의 이 호감마저 사라질까 봐, 그 이상으로 많이 좋아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듭니다. 그런데 참 우스운 건 저와 헤어져서 제게 했던 행동들을 다른 여자에게 똑같이 해준다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정말 놓치기 싫을 만큼 좋은 사람이거든요. 그렇다고 지금 제가 많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아이를 사랑하고 싶은데 답답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좀더 노력하고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야 하나요?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사랑인지, 아니면 소유욕인지?→

어떤 경우에 우리는 헤어져야 할까요? 저는 이런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첫째, 내가 좋아하는 상대가 이 연애로 인해서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할 때. 둘째, 둘이 함께 있는 것보다 각각 다른 사람과 있는 것이 더 행복할 것으로 보일 때. 글 쓴 님의 경우는 어떤가요?
물론 연애를 종결하는 것은 연애 기간이나 연애의 질과 비례하는 깊은 고통이 따르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연애는 시작하는 것보다는 종결하고 후속 작업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운 대표적인 생애 사건이에요. 하지만 우리 모두는 유한한 물리적 시간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한번 더 상기해 보면 좋겠어요.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연애할 수 있는 나날들을 좀더 소중하게 여기고, 더 좋은 경험들로 채워 나가야 할 의무가 스스로 있어요. 행복하지 못한 연애를 지속하는 것은 단 한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나와 상대, 이렇게 두 명에게 심하게 말하자면 피해를 주는 일이기도 해요.
살면서 우리는 때때로 누군가에게 호감 내지 열정을 느끼곤 하지만, 사실 둘이 동시에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될 확률이란 그리 높지 않죠. 그래서 우연히도 둘이 동시에 서로에게 높은 호감을 느끼고 연애가 성사되는 것은 드문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연애관계를 계약하고 나서도 각자의 연애감정의 진도와 속도, 그리고 애정표현의 방식까지 같기를 기대하는 것은 정말 기적을 바라는 것과 같을 거예요.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상대와 함께해야 할 순간과 헤어져야 할 순간들을 잘 결정하고 실천하는 경향이 있어요. 글 쓴 님이 쓰신 대로 자신이 다른 사람에 의해 대체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역시나 많은 사람에게 열정이 충분하지 못한 관계를 지속하게 하는 흔한 이유 중 하나랍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들여다보면 소유욕, 과시욕, 불안, 경쟁, 안정 등등 다른 욕구가 더 많은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땐 다시 저 위의 두 가지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애에 참가하고 있는 둘 모두에게 충분히 행복한 연애를 원한다면요.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인생 경로와 사랑, 적절히 조화해야→

20대의 다양한 연애경험은 삶의 자양분이지요. 사랑에는 열정 넘치는 사랑, 우정 같은 사랑도 있으며 아가페적인 사랑도 있지요.
님께서 말씀하신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의 고민도 많은 교훈을 주는 경험입니다. 자, 몇 가지 살펴보죠. 첫째, “그의 사랑이 부담되기도 하고” 동시에 “놓치기 싫을 정도로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에 고민스러우신데요. 일단 생각 속으로 너무 빠져들지 마시고 시선을 돌려 지금까지 드러난 자신의 행동패턴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 보세요. 내가 그에게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내 행동의 일관된 특징이 무엇인지, 내가 어떨 때 가장 기뻐하는지, 내가 어떤 경우에 괴로운지를 잘 관찰해보면 내 마음속 감정과 욕구를 더 정확히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 감정과 욕구에 따라 행동을 만들어나가고 관계에 대한 결정들을 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그 아이를 사랑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보다 그가 나를 좋아하는 강도가 더 높은 불균형 상황이 계속해서 님께 부담으로 작용한다면, 이 관계가 더 이상 풍성해지기 어려울 수 있어요. 님께서 도망가게 되겠지요. 만일 단지 “그 호감을 놓치기 싫어서” 붙잡고 계신 거라면 그건 깊이있는 상호교류가 결핍된 소모적인 정체성 연애로 변질된답니다.
마지막으로 유학 계획에 대한 부분인데요.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의 장거리 연애는 여러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래의 일을 미리 염려하며 지금 현재를 불안으로 물들여서는 안 되겠죠. 가장 좋은 것은 인생의 경로와 사랑 관계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것이 미확정 상태인 20대 초반에는 진로와 사랑 관계가 어긋날 경우가 허다하지요. 그럴 때 나의 꿈, 소망과 내 삶의 큰 그림을 가지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물론 그 방향성은 내가 꾸준히 노력해 점검하며 만들어가야 합니다. 현재와 미래가 조화를 이룬, 관계와 현실상황에도 걸맞은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주도적 용기와 확신을 북돋우세요. 내가 원하는 삶의 포트폴리오 속에서 내게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충실히 현재를 만들어가세요.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대표
사랑에 대한 확신이 중요해요→

세상에 완벽한 연애라든지 혹은 나에게 완벽하게 맞는 짝은 없습니다. 다만 서로 함께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부족함을 채워가며 존중하고 위하며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행복해하는 것은 가능하지요.
저는 이런 사랑을 아름다운 연애, 아름다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님께서는 지금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한다고 하셨는데, 먼저 스스로 진정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있는지 한번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님께서는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통해서 진정으로 남자친구가 행복해지기를 바라시나요? 아니면,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통해서 스스로 행복하기를 바라시나요? 혹시 남자친구와의 연애를 위해 기꺼이 1년간 가려고 하는 유학을 포기할 수 있으신가요? 만약에 이번에 수능을 치른 남자친구가 재수를 해야 할 경우, 남자친구를 만나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그 친구의 대학입시를 도울 의향이 있나요? 남자친구가 대학에 입학할 경우 세 살 어린 젊은 같은 과의 여자 동기들과 함께 과 엠티를 가도록 해줄 수 있나요?
왜 대답하기 곤란한 이런 질문을 하냐고요? 왜냐하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얼마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가능하면 님께서 남자친구를 좀더 많이 만나보시고, 진정 그 친구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호감에 불과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와의 사랑을 확신하신다면 여러 가지 생각하지 말고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만약 그러고 나서도 그 사람을 진정 사랑한다는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면 유학을 가시기 전에 관계를 명확하게 정리하시는 것이 두 분을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리를 하실 때에는 애매모호하게 남자친구를 피하지 마시고, 명확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이제 대학생활 혹은 재수생활을 해야 하는 남자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배려입니다. 만약 두 분이 하늘이 정한 짝이라면, 다시 만나서 사랑의 열매를 이루실 줄 믿습니다. 아름다운 사랑을 만나 최고의 사랑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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