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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2 14:51 수정 : 2011.12.27 15:58

입시 준비 중 심해지는 망상증… 어떻게 벗어날까요?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sc] 3D 입체 마음테라피

Q 입시 준비 중 심해지는 망상증… 어떻게 벗어날까요?

수능을 보고 한달 반 남은 실기 입시를 준비중인 고3 예체능계열 수험생입니다. 저에게는 망상증이 있습니다. 제 또래 여자들이 자주 한다지만, 저는 생활에 큰 지장이 있을 정도로 병적입니다. 정말 쓸데없는 ‘헛된 망상’을 합니다. 머릿속에서 ‘제가 바라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아주 자세하게, 대사 하나하나까지…. 드라마 대본 수준으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냅니다. 망상중에는 모든 걸 다 잊고 마약 먹은 것처럼 기분이 좋습니다. 그럴수록, 현실로 겨우 돌아왔을 때 그 괴리감을 참을 수가 없죠.

요즘은 제가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가는 망상을 가장 많이 합니다. 보통은 그렇게 망상을 하면 ‘아, 이렇게 되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면서 노력을 하기 마련인데, 의지가 부족해서 항상 실패하고 또 망상으로 시간을 허비하게 되고…. 결국 그런 제 현실이 너무 싫어지죠. 그럴 때마다 전 ‘저렇게 되고 싶은데, 난 왜 이럴까? 또 망상만 하며 시간 허비하고…’ 하며 자기 학대를 합니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묘한 안도감을 느끼고, 다시 망상을 하며 자기 위안을 합니다.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죠. 책상 앞에만 앉으면 습관처럼 주체할 수 없이 10시간 정도 망상에 빠진 적도 많습니다. 고1 때부터 점점 심해져 지금이 최고조인 것 같습니다. 현실은 외면한 채 환각 속에서만 살아가는 알코올 중독자 또는 마약 중독자와 다름없다는 생각에, 가장 노력해야 할 중요한 시기인 요즘 ‘살기 싫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자살할 용기도 없고, 어차피 현실에서 살아야 한다면 더 이상… 이렇게 살기 싫습니다.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주변 사람과의 소통으로 벗어나 봐요→ 아시죠? 누구나 하루에도 여러 번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십몇 분에 이르기까지 매일 망상을 해요. 자기만의 상상의 세계는 마치 깊은 물속에서 우리가 숨 쉬고 견디게 도와주는 산소통이나 작은 잠수함 같은 구실을 해요. 그렇지만 글 쓴 님의 경우에는 너무 자주, 지나치게 오래여서 문제인 거겠죠.

흔히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버린 상태를 망상, 환각이라고 불러요. 그러니까 실제로 보고 듣고 만져지는 신체 감각들과의 연결이 끊어지고, 실제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곤 하는 신경 감각계의 혼돈 상태를 말하는 거죠. 하지만 글 쓴 님은 아직 그 단계는 전혀 아니에요. 게다가 상상의 소재나 배경이 너무나도 한국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이네요.

사실 이 모든 문제의 시작점은 바로 글 쓴 님이 자신을 너무나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는 것에 있어요. 현실의 자기를 받아들이거나, 현실에서 노력해서 천천히 나아지는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할 만큼 스스로에 대한 이상을 높게 두고 계신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에 대한 큰 욕심과 애정으로 인해서 현실의 나 자신을 부정하고 비하하고 있는 거랍니다. 지금 현재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내가 잘나고 훌륭하기 때문에 그걸 좋아하라는 말은 아니에요. 나 자신이 어떠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말인데, 쉽지는 않겠죠?

일단 현실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는 방법을 일러드릴게요. 그 내용을 혼자만 간직하지 말고 현실에 실재하는 사람들과 꼭 나누도록 하세요. 일기장에 적거나 블로그에 익명으로 올리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앞에 있는 사람의 눈을 보면서 내 몸을 사용해서 말과 표정으로 전달하는 것이에요. 주변에 그 역할을 해줄 분이 계신가요? 혹은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셔도 좋겠죠.


생생하게 이야기를 구상하고 이야기 안에서 있을 법한 사건과 인물들을 출연시키고 만들어가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자 재능입니다. 여기에 어쩌면 미래 직업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몰라요. 중요한 건 자기애에서 출발한 상상의 나래를, 이 세상의 말로 번역해서 끊임없이 사람들과 나누는 일입니다. 한지영 무용심리치료사·힐링모션 대표


정확한 진단을 받으세요→ 마음과 정신이 혼란스럽고 복잡해 보입니다. 망상과 더불어 마음의 불편감, 집중력 저하, 자기 질책, 자살 사고 등의 모습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실제 방해가 초래되고 있네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정신건강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조처’입니다. 진단에 따라 개입, 조처, 치료가 달라집니다. 모든 망상이 다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성질과 양상에 따라 여러 수준으로 나뉩니다. 공상, 망상을 포함하는 사고체계의 증상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 때문에 님께서 그 스펙트럼 중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는지 명확히 짚어봐야합니다.

님처럼 지금 이것이 망상인 것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멈출 수 없어 너무나 괴로운 망상도 있는 반면, 지금 이 망상이 망상인지 모르는, 망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망상도 있습니다. 현재 상태를 님께서 혼자 해결, 해소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되며 그럴 때는 정신건강 전문가로부터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 모두는 괴로운 현실에 맞닥뜨릴 때 그 현실을 회피하고 싶어지는 마음의 반사작용이 있습니다.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와 고립되어 지내거나 대인관계를 서서히 끊어버리거나 혼자만의 시간 동안 환상 속으로 빠져드는 등, 괴로운 현실을 회피함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꾀하려는 방어기제죠. 현실로부터 떨어져 나만의 세계로 들어가면 일시적으로는 안전감이 느껴지니까요. 그 감정은 물론 가짜이지만 현실이 너무 힘겨울 땐 그나마 큰 위로가 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만들어낸 임시방편으로, 실제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를 더욱 소극적으로 만들고 위축되게 할 뿐이죠. 인생의 과도기, 위기와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인간은 누구나 흔들리며 불안정해집니다. 심리적으로 불균형 상태가 되고 정신작용에 이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마음의 안정을 꾀하는 것이 중요한데 증상이 심각하여 자력으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전문가에게 ‘정확한 도움’을 받는다면 어려움을 좀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선희 임상심리전문가·김선희부부클리닉 원장·<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저자


작은 일부터 실천에 옮기시길→ 한국 사회에 살면서 대학입시라는 넘어야 하는 산 앞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괴로워 신음하고 있고, 님 역시도 많이 힘들어하고 계신 것 같아 제 마음이 아픕니다. 저 역시도 입시를 앞두고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단 님께서 상상하시는 상황은 모두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다만, 수능시험을 본 뒤에 실기시험에 몰두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지나치게 공상과 상상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매우 심각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금 실기시험을 앞두고 있는 님을 매우 힘들게 하는 상황이지요.

님께서는 지금 실기시험 준비라는 현실을 망상(망상이라 하지만 정확한 용어는 상상이죠. 안 보이고 안 들리는 것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아니니까요)으로 도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님께서 인식하고 있듯이 그건 문제해결이 아니고 회피이며, 결국 자기 비하와 자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의 시작입니다.

지금 님께서 이 상황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먼저 현실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에 옮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님께서 입시 준비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일간 목표를 다섯개에서 여섯개 정도 세우고, 실천에 옮기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매일매일의 목표를 적어 실천에 옮길 때마다 하나씩 지워 나가세요.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능력 등 현실에 맞추어 좀더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기를 권합니다. 하지만 하루 10시간 이상의 상상이 지속하여 현실 생활에 어려움을 주는 것이 계속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역사란 도전과 그에 대한 응전의 다이내믹이다”라고 했습니다. 이 말처럼 님께서 지금 직면한 문제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님의 역사가 결정되는 것입니다. 반드시 이번 문제에 적절하게 반응하여 성공적인 삶의 역사를 써 가시길 응원합니다. 전용관 연세대 교수(스포츠레저학)·<너희가 사랑을 아느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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