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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9 16:37 수정 : 2011.12.29 19:02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매거진 esc] 3D 입체 마음테라피
임용고시 낙방·결혼 맘 접은 남친…불확실한 미래 두려워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지난해 기간제 교사를 하다가 올해는 모든 걸 접고 교원 임용고시 준비에만 몰두했습니다. 열심히 준비 못했던 대학 4학년 시절이 후회돼 여태까지 살아온 것과는 다르게 살겠다는 의지로 성실히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수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내년에는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준비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둔 채 일년을 다시 공부만 하기에는 제 청춘이 아깝습니다. 올해처럼 잘할 자신도 없고요. 무엇보다도 몇달째 적자인 부모님께 더이상 손 벌리기도 죄송하네요. 학자금 대출도 상환을 시작했는데…. 내년에는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할지, 공부만 해서 합격 전까지 계속되는 이 만성적인 스트레스를 합격으로 날려버려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그리고 이미 헤어진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진지하게 결혼하자고 하던 친구였는데, 제가 당장은 하고 싶지 않아 미루자 결국 헤어졌습니다. 그런데 전 아직 그 사람이 좋습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제가 합격만 한다면 그때는 결혼을 하고 싶은데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은 이제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저랑 결혼할 생각이 없는 게 아니라 어떤 사람과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지요. 또 만나다 보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가 그리는 미래가 ‘혼자인 삶’이라는 점이 저에겐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몇년 뒤 그가 저와의 결혼을 후회하면 어쩌나 싶어서요. 이럴 땐, 제가 포기하는 게 맞는 거겠죠?

고민상담은 gomin@hani.co.kr

‘올인’하는 자에게 성공의 열쇠가 → 당신은 아직, 20대입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 그게 바로 당신의 삶이죠.

영화 <쿵푸팬더>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과거는 히스토리, 미래는 미스터리, 현재는 기프트. 그래서 우리는 현재(present)를 선물이라 부른다.” 불확실한 미래를 둔 채 일년을 다시 공부만 하기에는 청춘이 아깝다고 하셨는데요. 불확실하고 가변적인 것. 그게 바로 미래의 속성입니다. 확실하고 변하지 않는 것, 그건 미래가 아니라 과거겠죠. 과거란 껌에 붙어 있는 거. 재미없습니다.

제 말을 믿어 보세요. 다음번엔 꼭 임용고시에 붙을 겁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답니다. ‘집중’만 하면요. 그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미련이 남지 않도록,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현재란 선물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제 아는 사람 가운데 명리학을 배우신 분이 계신데, 시험철만 되면 자신의 운을 묻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질문하는 것을 보면, 대략 당락에 감이 온다는 거죠. 경험상, 오로지 시험에 관한 것만 묻는 사람은 거의 합격하고, 시험 외에 기타 등등 잡다한 것도 모두 묻는 사람들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네요. 그만큼 시험 하나에 올인하지 않고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얘기죠.


그리고 사랑. 현재 고민이 옛 남자친구가 두근두근 내 인생님과의 결혼을 후회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부분이 맞나요? 만약 그렇다면, 그의 고민이 먼저가 돼서는 안 됩니다. 사랑이나 결혼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함께 공유하는 소중한 감정입니다. 박수는 두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요. 옛 남자친구가 진지하게 ‘혼자만의 삶’에 가치를 두고 있다면, 지금 당신은 혼자 박수 치려고 하는 거예요. 결혼은 100m 달리기가 아닙니다. 성취가 아닙니다. 결혼 전의 지금이 행복해야죠.

자 두근두근 내 인생님. 중요한 건, 옛 남자친구도 부모님도 아니고, 바로 당신이 원하는 ‘진짜’ 삶이에요. 그 삶을 향해서…, 우산 하나 믿고 빗속에 뛰어드는 것처럼 당신의 삶 속으로 풍덩 뛰어드세요.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상담심리학)·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장

게임시간에 예술영화 찍으시나요? → 이별의 아픔은 하루마다 리듬을 탑니다. 천천히 그리고 지긋하게 말이죠. 햇볕이 드는 낮에는 사람들과 웃고 떠들고 일하고 움직이느라 이별의 편린이 끼어들 새가 없지요. 하지만 밤이 되면 달라집니다. 퇴근길 버스 안에서 오랜만에 듣는 라디오 디제이의 목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느끼하게 느껴지는 그 시간. 그리고 그 깊이가 한 뼘 두 뼘 더 들어간 새벽 2시가 되면 휴대전화를 계속 만지작거리는 ‘구 여친, 구 남친 타임’입니다. 외로움의 밀도가 깊어지는 이 시간대에 많은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전화를 들었다가 후회를 하곤 합니다.

사연 주인공의 상황은 참 힘들고 암담합니다. 그 답답함을 제가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도전과 패기보다는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그저 정규직’만을 바라보는 그 황당함은 새벽 2시의 ‘구 남친 타임’에 견줄 바가 아니겠지요.

아마 그 사람은 이미 마음의 정리가 끝났을 거예요. 여기서 다가가면 사랑도 뭐도 아닌 이상한 관계로 뒤죽박죽이 될 수도 있지요. 왜냐면 사랑에도 엄연히 위상 차이가 있거든요. 얄궂게도 더 외롭고 힘든 사람이 더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요. 헤어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은 뭐라 할 건 아니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습니다. 일생일대의 승부에 나선 상황에선 지금의 게임에 집중하세요. 어정쩡하고 희미하게 끝나는 프랑스 영화 같은 삶이 아니잖아요. 제대로 끝을 봐야죠. 그리고 지나간 사랑은 냉정하답니다.

물론 이런 현실을 어떻게 다 그냥 못 본 척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본인은 그렇게 냉정한 사람이 아니라고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말이죠. 맞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감정을 배제하고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은 없어요. 결국 그렇게 차갑게 보이려고 하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보여지는 자신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의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고 당연한 겁니다. 하지만 상황을 인식하고 헤쳐나가는 것은 조금 다르지요.

다시 낮으로 가세요. 지금은 어둡고 적막한 밤의 그림자가 너무 짙은 심야시간입니다. 이럴 때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세요. 지금 바로 당신이 느끼는 그 외로움이, 정말 말하기 미안하지만 해답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김남훈 프로레슬러·<청춘매뉴얼제작소> 저자

의지의 유통기한 1년은 너무 짧아 → 우선 실망하시기엔 아쉬웠던 4년의 대학 시절에도 불구하고, 1년간의 노력만으로도 합격선 직전의 실력향상을 이루셨다는 점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도 여태까지 살아온 것과는 다르게 살겠다는 의지의 유통기한이 1년이란 건 좀 짧지 않나 싶고요. 그러므로 해결의 실마리는 그 의지를 다시 되찾아내는 것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주인공께선 ‘내년에는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준비한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고 계시니 당장 실망감이 빠져나갈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그 의지를 되살리실 거라고 기대가 됩니다. 그 의지 위에서라면 현재의 어려운 형편을 감수하고서 공부에 올인을 하시든, 현실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과 공부를 병행하시든 간에, 올해의 노력의 결과에 새로운 노력의 결과를 더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게 더 나을지 묻고 누군가 답을 줬으면 하고 기대하는 마음은 그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부족해진 자신감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잠깐은 실망하셨지만 머지않아 이대론 안 되리라는 불안감이 더 자라기 전에 1년 전 굳은 의지를 어떻게 다졌던가 다시 떠올려 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세요.

또 하나의 고민인 헤어진 남자친구는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미 헤어진 상태라는 게 답이겠지만, 이 고민이 단지 지금의 실망감의 여파로 생긴 후회나 갈등이 아니라 정말 주인공의 마음에 남아 있는 애정 때문이라면,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두 분이 아직 각자의 인생계획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인정해줄 필요가 있겠습니다. 즉, 진지하게 결혼을 하자다가 미루자는 얘기에 결별을 하고 이젠 ‘혼자만의 삶’을 미래로 그리고 있는, 전 남자친구분 역시 아직 자신의 미래에 확신이 부족하신 것 같다는 거죠. 그러므로 아직 서로에 대한 애정이 충분하다면 상대에게서 확실한 미래를 보려 하기보단 자신의 미래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서 서로 응원하는 사랑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소기윤 정신과 전문의·미소정신과 원장

일러스트레이션 양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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