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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15 19:26 수정 : 2011.12.15 19:26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난항 끝에 어제 연말 ‘임시국회’가 소집되었다. 그러나 세부적인 의사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등원할지 말지조차도 미정이라고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사후대책 등 등원의 선결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쨌든 조만간에 해결될 것이다. 명분과 실리의 조정, 정치란 본시 그런 것이니까.

그런데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국회는 상시 개원하는 것이 옳다. 행정부도 사법부도 상시근무 체제인데 유독 의회만이 휴무기간을 가진다. 법에 근거를 둔 오랜 관행이지만 국민의 입장에서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김형오 전임 국회의장이 상시개원을 국회의 핵심 개혁과제로 내걸었으나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유급휴가를 줄이면 누구나 반대하기 마련이다. 국회의원이라고 별수 있으랴.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짚어볼 문제다.

이번 임시국회가 처리할 급박한 현안이 많다. 내년도 예산안의 처리도 이미 법적 기한을 넘겼다. 이명박 정부와 18대 국회의 연중행사다. 반년 동안이나 보류상태에 있던 조용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의 인준 문제는 반드시 결말을 보아야 한다. 이미 법을 위반한 지 오래다. 법은 재판관이 결원된 경우에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헌법재판소법 6조 4항) 국회가 폐회된 경우에도 취지를 살리도록 보충규정을 두었다.(5항) 그런데도 엄연한 법 위반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에 이르게 된 연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다름 아닌 여야의 정쟁 때문이었다.

재판관 후보자의 정치적 성향이 시비 대상이 된 것이다. 헌법이 정치적 문서인 만큼 헌법재판소도 정치적 성격의 기관이다. 헌법재판에서 정치적 함의를 제거할 수 없다. 정당에게 재판관의 추천권을 준 것은 그만큼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이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것이 헌법재판소가 통상의 법원과 다른 점이다.

대치국면에 있던 여야가 마침내 김용덕, 박보영 두 대법관 후보자와 함께 일괄처리하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외견상 다행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그렇게 도매금으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은 국가의전에서는 동격일지는 모르나, 헌법상의 지위는 다르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헌법 111조 2항) 헌법은 대법관의 정원은 하위법에 맡긴 반면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수를 9명으로 못박았다. 개개 재판관의 비중을 유념한 것이다. 9인의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한다.(111조 3항) 그중 한 사람은 야당에서 추천하는 후보자를 선출한다. 그런데 야당이 추천한 조 후보의 인준을 무려 반년이나 미루었던 것이다.

헌법재판관 한 사람의 비중은 대법관보다 무겁다. 법률의 위헌결정, 탄핵, 정당 해산, 헌법소원의 인용결정에는 재판관 6인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헌법 113조 1항) 그래서 재판관 한 사람이 비면 부작용이 크다. 단지 나머지 8명의 업무부담이 늘어나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중요한 사건에서 변화보다는 현상유지로 결말이 날 개연성이 높다. 소수의견의 논리가 위축될 소지도 높다.

장기간에 걸친 결원으로 인해 헌법재판소는 장애기관 신세가 되었다. 그럼에도 헌재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최고규범을 운영하는 최고의 사법기관으로서의 권위가 걸린 문제였다. 오로지 여의도의 처분만 기다리며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었다. 극단적으로 평의를 거부하면서라도 조속한 충원을 촉구해야 했다.


국회도 최고 사법기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최대한으로 협력할 헌법적 의무를 진다. 국회 자신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 헌법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최종의 기준을 정립하는 것도 헌법이다. 그 헌법의 의미를 확정하는 기관이 헌법재판소이다.

이번 사태는 헌법재판소와 재판관의 지위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회도, 헌법재판소도 크게 반성해야 한다. 다시는 이런 위헌적인 사태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안경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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