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09 18:33
수정 : 2014.11.1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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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012년 9월3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열린 잡페스티벌 현장을 방문한 뒤 돌아가 던 중, 총학생회의 반값 등록금 요구 피켓 시위자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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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칼럼]
지금쯤이면 전국의 약 250만 대학 재학생 중에서 50만명(소득 하위 20%)은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50만명(차상위 20%)은 등록금의 4분의 1만을, 75만명(차상위 30%)은 등록금의 반만 내고 대학을 다니고 있어야 한다. 또 다른 25만명(차상위 10%)은 등록금의 4분의 1을 장학금으로 받고 있어야 하니 대한민국 대학생 10명 중 8명, 총 200만명가량은 최소한 등록금의 4분의 1 이상을 국가장학금으로 받고 있어야 한다. 또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소득 상위 20% 부유한 가정의 학생 50만명까지 포함해서 대한민국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실질적으로 무이자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군 복무 기간 중에는 모든 학자금 대출이자가 면제되고 있어야 한다.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고? 그렇게 하려면 국가장학금으로 매년 10조원, 무이자 대출을 위한 국고지원으로 매년 2천억~3천억원 이상 들 텐데 지금 정부는 돈이 없는 걸 모르느냐고. 필자를 힐난하지 마시라. 이건 필자가 하는 헛소리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대학생들,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 그리고 앞으로 대학생 자녀를 둘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에게 한 철석같은 약속이었다. 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 실천 공약, 소위 ‘소득연계 맞춤형 국가장학금’과 ‘든든학자금’ 대출 약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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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반값 등록금 공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후보. K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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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자기는 실천할 수 없는 것은 절대 약속하지 않는다고 했다. 모든 약속이 재정적으로 실행 가능한지 한개 한개 모두 따져보고 또 따져봤다고 전국민에게 공언했다. 대학생 반값등록금도 그렇게 약속했고, 그렇게 약속한 2014년이 지금 거의 다 지나갔으니 지금은 대한민국의 모든 대학생들과 대학생을 자녀로 둔 모든 가정은 학자금 부담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야 했다. 내년에 대학에 갈 예비대학생들과 그 부모들도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국가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주변을 둘러보고 확인해보라.
정치라는 게 다 거짓말인 거 모르느냐, 그 말을 믿었던 네가 멍청이지, 겨우 그것 갖고 또 대통령에게 시비를 거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무상급식, 무상보육, 노인연금, 4대 중증질환, 행복주택, 행복전세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약속을 파기한 거 모르느냐. 그것도 모자라서 세월호 약속도 파기하고 ‘안보’ 보수라는 사람이 심지어 자주국방 약속까지 파기하는 마당에 그까짓 반값등록금쯤이야 뭔 대수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박 대통령의 그 많은 공약 중에서 그래도 꼭 지켜야 할 게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대학생 반값등록금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자라나는 대학생들에게 거짓과 편법이 정상이라는 생각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 그릇된 생각을 심어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는 원래 더러운 것, 정치가가 국민들에게 한 약속은 헌신짝처럼 버려도 된다는 것, 그러니 정치는 더러운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젊은이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가 지도자라면 국민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젊어서부터 제대로 교육하지 못하면 나라를 망친다. 지금 우리나라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셋째, 국가경제의 미래가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공부할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든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고, 또 부모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젊은이들이 꿈과 열정을 마음껏 키우고 그 꿈과 열정에 따라 마음껏 활약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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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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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배움과 탐구가 부모의 소득 순서인 나라에서 청년들이 어찌 창의력을 꽃피울 것이며 무슨 창조경제가 되겠는가.
그러니 제발 자라나는 대학생들에게 한 약속만은 지키자. 교육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고, 반값등록금은 소비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투자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와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어기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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