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지지율이 금년 들어 연일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30% 선을 불과 며칠 만에 뚫고 내려왔다. 올 것 같지 않더니,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와야 할 것을 콘크리트 보가 막으니 결국 콘크리트 보도 깨진다. 그것이 깨지자 진짜 봇물 터지듯 더욱 거세게 오는 것이다.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이 레임덕의 문턱을 넘어섰다느니 하며 그 정치적 의미를 달고 있다. 임기를 절반 이상 남긴 ‘레임덕’ 대통령? 두고 보시라. 이것이 절대 끝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0% 선을 뚫고 내려가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 선을 ‘심리적 뇌사선’이라고 할까? 박 대통령은 벌써 ‘데드덕’의 문턱을 넘어섰다. 날갯죽지가 부러진 정도가 아니다. 뇌사 상태에 빠진 죽은 오리 말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는 이미 적지 않게 뇌사 징후를 보여주고 있다. 박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은 대통령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많은 국민이 알고 있거나 또는 의심하고 있던 것을 단단히 확인시켜 주었다. 박 대통령은 나라의 ‘어른’으로서의 품위, 지성, 너그러움만 없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지적 능력과 자신감마저 없고, 그리고 인간으로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성능력조차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정말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기자회견 이후 박 대통령의 행보가 그것을 다시 한번 더 증명해주었다고나 할까. 박 대통령이 자신을 스스로 ‘확인사살’한 셈이다.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깨뜨렸던 그 요인들이 앞으로도 계속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떨어뜨릴 것이 틀림없다. 물론 앞으로도 박 대통령은 여론에 따라서, 그리고 지지율에 따라서 ‘변한 척’ 말하고 행동할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십수년 동안 집권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보인 무한변신, 거짓말과 말 바꾸기를 수도 없이 듣고 보지 않았던가. 그것이 변하겠는가. 경제민주화, 복지,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창조경제 등 핵심 경제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거짓과 위선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번 지적했고 또 앞으로 기회 있을 때마다 지적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하기로 하자. 그러나 건강보험료 개편이나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등 최근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한다고 했다가 아니라고 했다가, 다시 아니라고 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여론에 따라 춤추듯 오락가락한다. 국민 앞에서 ‘악어의 눈물’까지 흘리며 다 해준다고 하더니, 선거가 끝나고서는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발뺌을 했던 것도 기억난다. 지지율이 떨어지니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면서 새삼스럽게 재래시장 가고, 어린이집 간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선거 때 전태일 열사의 동상을 방문한 ‘정치 쇼’를 보지 않았는가. 박 대통령이 현장에 가는 이유는 답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국민이 다 알아챘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국정을 ‘쇼’로 생각한다는 것을 다 알아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지지율이 콘크리트였던 것은 한편으로는 무능한 야당으로 인한 정치적 반사이익으로, 또 한편으로는 행동경제학에서 설명하는 ‘심리적 매몰비용’과 ‘손실회피’로 상당 부분 설명된다. 심리적 매몰비용은 자신의 노력·열정·결정의 결과에 대해 비합리적으로 집착하는 행동을 말하며, 손실회피는 얻은 떡보다 잃은 떡이 더 맛있어 보이는 성향, 그래서 변화를 원치 않는 성향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아무래도 보수적인 연령층에 강하게 나타난다. 박 대통령의 지지층이 마지막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는 이유가 상당 부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성향이 강한 사람은 생각을 바꾸면 같은 이유로 다시 되돌아오기 쉽지 않다. 한번 깨진 콘크리트는 쉽게 다시 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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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동국대 경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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