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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7.10 19:19 수정 : 2012.07.10 19:19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김종인 교수는 1972년 독일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올 때 “우리나라를 이렇게 운영해 봐야겠다는 안을 짜가지고 귀국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40년 전 일이다. 일찍부터 현실 참여 지향적이었던 셈이다. 학계와 관계, 정치권을 두루 거친 김 교수는 1987년 개헌 때 이른바 경제민주화 조항으로 불리는 헌법 제119조 2항을 만들어 넣은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연유로 그는 경제민주화의 원조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그가 어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이 됐다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는 앞으로 박근혜 대선 공약을 사실상 좌지우지하고, 만약 박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다음 정부 경제정책의 큰 틀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김종인 결합의 출발은 일단 순조로워 보인다. 그동안 야당이나 진보진영의 단골메뉴였던 경제민주화 의제를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선점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선점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민주화를 놓고 야당과 대등한 입장에서 논란을 벌일 수 있는 터전은 마련했다는 것만으로도 박근혜로서는 큰 수확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딱 여기까지다. 어제 공개된 박근혜 의원의 대선 출마 선언문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추상적인 내용만 담겨 있다. 앞으로 구체적인 방안이 얼마나 더 제시될지 모르지만 출마선언문에 담긴 것만으로는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런 추상적인 선언만으로 재벌개혁론자로 알려진 김 위원장과 박 의원의 결합이 성공적 결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박근혜와 김종인의 결합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엄밀히 말하면 박근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이 박 의원을 간택했다고 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김 위원장이 평소 생각하고 있던 자신의 국가운영 방안을 실현하게 할 대통령 후보로 박 의원을 선택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는 몇 년 전부터 좋은 대통령의 조건을 제시하고, 이에 걸맞은 인물을 주변에서 물색해 오기도 했다. 지난해 안철수 교수에게 정치를 권유했다가 실망한 뒤 대안으로 박 의원을 찾았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재벌개혁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국민의 절대적 신망을 받는 대통령이 나와야 재벌을 통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로선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월등하게 높은 박 의원의 책사를 자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위원장이 박 의원의 주문이나 의도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을 것이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박 의원의 의지가 약화될 경우 언제라도 그에게서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단히 불안한 정략적인 결합인 셈이다.

더욱이 경제민주화 논란은 단순히 개별 정책에 대한 이견이 충돌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의 상층부를 장악해왔던 공고한 기득권층과 이를 타파하려는 세력과의 싸움이다. 박 의원을 지지하는 보수 기득권층 다수는 김종인류의 경제민주화에 부정적이다. 현 정부 각료 중에서도 “북한식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할 수는 없다”며 경제민주화 논란에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박 의원이 기득권층의 거센 반발을 이겨내면서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밀어붙이리라고 확신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선판에 뛰어들었다. 김 위원장이 박 의원을 자신의 방향대로 이끌어 진정한 경제민주화를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은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지도자는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이승만 정권이 붕괴된 것도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박 의원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있다고 보아서 그를 주군으로 삼은 것일까. 아니면 ‘단지’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시킬 욕심에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박 의원을 선택한 것일까. 우리 사회의 몇 안 되는 원로로 꼽히는 그가 자칫 게도 구럭도 다 잃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석구 논설위원실장 twin8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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