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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2.09 19:21 수정 : 2015.12.10 23:37

자퇴서 내러 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 3명, 그리고 삭발하는 사법시험 준비생 3명. 그들의 표정이 자못 비장하다.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학교 안과 밖의 두 풍경은 법무부가 최근 발표한 ‘사법시험 폐지 4년 유예 방침’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첨예한 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제도 모두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로스쿨 제도는 현대판 음서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등 도입 취지와는 달리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고, 사법시험 제도도 ‘개천에서 용 나는’ 통로라고 하지만 실상은 많이 다르다. 그럼에도, 양쪽은 상대방의 주장에는 귀 막고 자신에게 유리한 논리만 내세우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자신들의 앞날이 걸려 있는 중요한 사안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들의 행태를 지켜보는 마음은 왠지 씁쓸하다. 집단 이기주의 차원에서 하는 행동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사시 폐지 유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생결단의 싸움이 비뚤어진 우리 법조계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로스쿨 재학생이나 사시 준비생은 판사나 검사 등 법조인을 지망하는 예비 법조인이다. 법조인이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법조인의 역할을 설명할 때 자주 거론하는 게 디케 여신상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정의의 여신으로 불리는 디케는 눈을 가린 채 왼손에는 저울을, 오른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어떤 외부 압력에도 영향받지 않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칼(권력)을 쓰라는 뜻일 게다. 그런데 우리 법조인들은 어떤가.

가장 문제가 많은 조직이 검찰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을 들은 지는 오래됐다. 그들이 공정하고 형평에 맞게 칼을 휘두를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검찰은 완벽하게 정권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수사를 밀어붙였던 채동욱 검찰총장은 옷을 벗었고,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도 밀려났다. 박 대통령의 최대 약점인 대선 부정 사건을 덮으려는 정권의 압력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최근에는 상부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 구형’을 했던 임은정 검사마저 쫓아내려 하고 있다. 딴 목소리 내는 검사는 한 명이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거다.

정권이 검찰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내 앞에 줄을 서라! 그러지 않으면 승진도 없고, 좋은 보직도 없다!’ 무슨 특정 정권의 사병도 아니고 조폭도 아닐 텐데 검찰은 이미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렸다. 더구나 정권으로부터 부당한 압력이 내려오는데도 저항하기는커녕 몇몇 소수 정치검사들은 정권을 등에 업고 자신의 조직을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다. 거의 자해 수준이다. 이들에게 공정하라거나 정의롭게 처신하라고 말하는 건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이처럼 망가진 검찰을 두고 그동안 로스쿨 학생이나 사시 준비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과문한지 모르지만 삭발은커녕 1인시위를 벌였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자신의 직접적인 이해가 걸려 있는 사시 폐지 유예를 둘러싸고는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면서 정작 나중에 자신들이 몸담게 될지도 모를 법조계가 망가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애써 모른 척해온 셈이다.

자신들도 나중에 검사가 되면 정권의 하수인이 돼 꽃보직을 받고, 권력을 맘껏 휘두르겠다는 생각에서 가만히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부하는 처지에서 기존 법조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적절치 않아서 그랬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럴 것만은 아니다. 예비 법조인이라면 자신들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사시 폐지 유예 못지않게 사회 전반의 부조리에 대해서도 당연히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석구 편집인
그래서 바란다. 사시 폐지 유예 싸움에 기울이는 노력의 반의반만이라도 들여서 ‘임은정 검사 축출 반대!’ 같은 공적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래야 사시 폐지 유예를 둘러싼 논란을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보는 국민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겠는가.

정석구 편집인 twin86@hani.co.kr

관련영상 : 임은정 검사, 사시 존치 vs 로스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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