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5.26 11:23
수정 : 2011.05.26 17:00
女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직장생활 11년. 뭐 직장생활이 다 그렇지만, 다 사람이 문제다. 직장 사람, 딱 세 부류다. 좋은 놈, 나쁜 놈, 그리고 이상한 놈.
일반적으로는 좋은 놈이 많다. 뭐 그러니까 직장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거다. 나쁜 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소수정예다. 그러나 나쁜 놈의 영향력은 상상 초월이다. 다행인 것은 나쁜 놈들은 대놓고 모두 함께 욕할 수 있다는 거다. 즉 나쁜 놈은 누구한테나 나쁜, 공공의 적이다. 주로 부장급 이상의 상사들이 그런 경우가 많으므로 아랫사람들은 그를 안주 삼아 하루의 피로를 풀기도 한다.
문제는 이상한 놈. 그들의 가장 큰 특징은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같이 생활을 하다 보면 그냥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이다. 그런 유형은 분명 좋은 놈도, 나쁜 놈도 아니다.
쿠키 굽는 남자 후배가 있었다. 동료의 생일날, 직접 구운 거라며 과자 한 바구니를 내밀었을 때 모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일등 신랑감이다”, “참 가정적인 남자다”, “대체 못하는 게 뭐냐” 등등.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다른 동료의 생일 때 그는 수제 쿠키에 직접 갈아 만든 주스를 준비했고, 다음 생일 때는 수제 쿠키와 주스 그리고 5분여의 악기 연주를 하기에 이르렀다. 한 달 뒤 이어진 또다른 생일날, 직접 만든 케이크와 주스 그리고 5분여의 악기 연주에 이어 시 낭송까지…. 동료들은 이제 생일이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다음은 건실해 보이는 외모와 당당한 어조가 윗사람의 마음을 사 입사하게 된 남자 선배. 회의시간 그는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손동작을 많이 쓴다. 말 한마디 한마디, 자신감 있는 어조로 쩌렁쩌렁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그. 문제는 그에게 발언권이 넘어가는 순간 대화는 어그러진다는 것이다. 회의는 이내 웅변의 장으로 변하고, 다른 이들은 청중으로 전락하고 만다. 잘난 척은 집구석에서 혼자서 하지…. 더 웃긴 건 임원들은 회의실 바깥에서 지켜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이상한 놈의 결정판은, 지금도 기억나는 여자 선배. 첫 직장생활을 할 때 만났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이상한 놈(女?) 그 자체다. 뭐 힘든 거 없냐, 과자 좀 먹어라 하며 살뜰히 챙겨주다가, 업무에 관해 뭘 물어본다든가 하면 갑자기 정색한다. “어머 S씨, 이런 기본적인 건 알고 회사 입사해야 되는 거 아녜요?” 나를 세상에서 가장 능력 없는 후배로 취급하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사람의 이중성에 대한 깊은 고뇌에 저절로 빠지곤 했다. 어떤 특징도, 어떤 증세도 없이 주변에 서식하고 있다가 특정 환경에 그 이상한 오로라를 내뿜으며 변신하는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놈이다.
한마디 덧붙이면, 이게 다 ‘또라이’를 4차원이니, 개성이 강하다니, 주관이 있다며 토닥여 주는 사회 분위기인 거 같기도 하고…. 산업사회의 구조 속에 마음이 병든 환자인 거 같기도 해 안쓰럽기도 하다. 이랬다저랬다. 뭐야~ 나도 이상한 놈인 건가?
OO기업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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