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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21 09:56 수정 : 2011.07.24 17:19

女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작년 송년회 자리에서다. 업계 종사자들이 모였는데, 어느 부장님이 건배사로 “에스에스, 케이케이”를 외치시는 게 아닌가. 뭐 특이한 건배사들 많이도 들어왔지만, 대체 뭔지 궁금했다. 짐작하시겠는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라는 대로”라는 의미란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힘없는 직장인들이야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까라면 까라는 대로 해야지 뭐 별수 있겠는가? 대들었다가는 능력 없는 놈에다 회사일에 불평만 많은 불평분자로 찍혀서 승진은커녕 그나마 지키고 있던 자리마저 위태롭게 된다.

동갑인 절친 박 과장은 남자다. 성격도 좋다. 상사의 말씀은 곧 명령이다. 그런 까닭에 아는 지인을 다 섭외해 김연아 선수가 출전하는 빙상쇼 티켓을 구해 상사님의 민원을 해결해 드린다. 이건 약과다.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부장이 너무 달려서 회식비도 예산보다 30만원이나 더 나왔다. 나중에 주겠다는 부장님 말씀에 덜컥 개인카드로 결제를 해버린 거다. 한달이 훌쩍 넘었지만, 박 과장은 아직도 회식비 이야기를 못 꺼냈다. 보고 있는 내가 답답해서 대신 이야기해 주겠다 했더니, 담배만 태울 뿐 말이 없다.

잘 보면 ‘에스에스, 케이케이’ 문화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대부분 여자들이다. 내가 공정하지 못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낄 때, 여자들은 분노한다. 또 분노를 속으로 참지만은 않는다. 따진다, 여자들은. 그런 까닭에 남자들은 여자들을 싫어한다. 뭘 그렇게 말이 많냐는 거다. 그런데 여자들이 따진다고 화내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그 자체가 싫어서가 아니다. “왜요?”라고 물었을 때 할 말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월요일마다 있는 팀 회의 시간, 부장의 지시사항에 대해 막내가 “왜요?”를 말하자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 부장이 순간 움찔, 당황하는 게 보였다. 부장은 이내 곧 침착을 되찾고, 직원의 마음가짐에 대한 강의를 한시간 넘게 하셨다. 막내는 결국 “네”라고 답했다. 눈치를 보아 하니 그 이유를 타당하게 여겼던 것은 아니다. 한시간이 넘도록 팀 사람들이 일도 못하고, 회의실에 앉아 고문 아닌 고문을 당하는 게 너무 미안한 나머지 뱉은 말이었다. 상사 처지에서는 때론 명분이 있지만 설명하기도 귀찮고, ‘내가 이딴 놈한테 구구절절 설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랴~ 이것 또한 다 같이, 어울려 살아가기 위한 방법인 것을….

벽돌이나 잘 쌓으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우리가 지금 교회를 짓고 있는데 당신이 맡은 부분은 교회 담장이니 잘 쌓아라’라고 ‘설명’해주면 일을 더 잘할 수 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설명할 때 잘해야 한다. 처음엔 교회를 짓고 있다고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모텔이고, 하는 일은 담장 쌓는 일이라고 했는데 나중엔 계단까지 깔라고 하면 또 ‘왜요?’가 나올 수 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왜 제가 벽돌 쌓는 일이나 해야 하나요’라든가, ‘저는 교회보단 궁전이 좋아요’라고 하면, 그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분이 가고 싶은 대로 보내드려야지.

○○기업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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