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18 10:28
수정 : 2011.08.18 10:28
女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회사는 사회다. 남녀가 모여서 일하는 사회. 남녀가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 불꽃이 튄다.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사내연애는 여러 장단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일하는 게 즐거워진다. 연애의 연장이 일이고, 일의 연장이 연애가 된다. 콩닥콩닥 뛰는 심장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대신 사이가 틀어지면, 일도 틀어진다. 부딪치면 껄끄럽고 동네방네 소문나는 것도 단점이다. 그러나 뭐~ 남녀 사이,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고, 그건 뭐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항상 그렇듯 애먼 데서 일어난다. 정작 불꽃이 튀어야 할 처녀, 총각을 피해 그러면 안 되는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 말이다. 얼마 전 선배네 회사에 특별 감사가 진행됐다. 내용은 사내 불륜 커플 처단이었다. 이메일 조사와 인터뷰 등으로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11쌍의 커플(?)이 사표를 내게 됐다. 결과는 ‘그럴 줄 알았지’ 커플부터, ‘아니 이럴수가’ 커플까지 다양했다고 한다.
기 세기로 유명한 여자 부장과 조신한(?) 노총각 김 차장의 로맨스는 단연코 화제였다며, 선배는 침을 튀겼다. 여자 부장은 감사관에게 우린 사랑하는 사이라며 불륜으로 왜곡하지 말라고 강조했지만, 상대 노총각 김 차장은 자신의 실수였음을 쿨하게 밝혔다. 누구는 사랑이고 누구는 실수인 그런 연애였던 거였다.
모 은행 인사팀에 있는 친구가 얼마 전 우는 얼굴을 하고 왔다. 인사 상무가 자신한테 시디(CD) 한 장을 주면서, 알아서 처리하라고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새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사내 곳곳에 설치되었는데, 아직 이 소식을 못 들은 한 커플이 시시티브이가 없다고 생각한 곳에서 진한 애정행각을 벌였다는 거다.(그 시디 안에는 적나라한 애정행각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더구나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 모두 친구와 입사 동기로,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목격하니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게 그 친구의 하소연이었다. 결혼한 지 석달도 안 되는 놈이 사내 여직원과 이게 무슨 짓이냐며, 이 자식이 이런 놈인지 몰랐다고 고개를 떨구는 친구놈에게 나는 한마디를 했다. 남녀사이 일은 아무도 모른다 하지 않았냐, 당사자 둘만 아는 일 아니냐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결국 그 시시티브이 영화 주인공들은 사규대로 북쪽과 남쪽 영업점으로 찢어져 발령이 났다. 남들이야 결국 저렇게 되었구먼 하고 혀를 차겠지만, 둘만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사표를 내고 둘이 살림을 차렸는지, 아님 각각 헤어져 시시티브이를 원망하며 살지 그건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한가지, 사랑은 소리도 기척도 없이 어느 순간 두 사람을 사로잡는다는 거다. 호프집에서도 동호회에서도 그리고 동창회에서도 남녀가 있는 곳 어디서든 남자와 여자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다들 아시면서)
지루한 비 소식에 가슴도 울적해 선배 언니에게 연애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옆자리 선배 언니의 조언. “야 연애하려면 소문내지 말고 조용히 해, 그건 예의야. 왜냐고? 부럽잖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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