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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10 10:51 수정 : 2011.11.10 10:51

[esc] 女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얼마 전 결혼한 여자 직원이 사표를 냈다. 어디 이직하는 것도 아니고, 까닭이 궁금해 물어봤더니 몸이 아프단다. “좋겠어, 역시 남편님이 공무원이니 쿨하게 사표도 던지는구먼, 부러워 부러워.” 진짜 부러웠다, 진짜. 당장 월급이 없으면 이번달 생활이 어려운 워킹푸어로서는 아프다는 핑계로 사표 던지는 그가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근데, 진짜 아팠다. 병명도 영화에서나 들어봤을 법한 뇌종양이었다. 멀쩡하게 회사생활 하던 그가 뇌종양이라니, 놀랐다. 소문으로 듣기로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란다. 어쩐지 그, 자주 두통이 있다며, 점심도 걸렀던 거 같다. 괜히 더 미안하다. 좀더 따뜻한 안부라도 던질걸…. 마지막 사표 쓰는 그날에도 부럽다는 말만 해댔던 내가 한심했다. 사건(?) 이후 회사에서는 보험 바람이 불었다. 실비보험부터 생명보험까지, 그동안 연금보험에 치우쳐 있던 보험을 새로 들겠다며 서로 정보를 공유했다. 보험으로 뭐 병까지 막겠느냐마는 그래도 뭐 일말의 안심장치쯤으로 여기는 거 같다.

최 과장은 회사 앞 헬스클럽에 등록했다. 회사 건강검진에서 고도비만으로 건강검진표를 받아든 날도, 눈 하나 깜짝 안 하시고 ‘소주와 삼겹살’을 섭취하시던 분이, 갑자기 헬스클럽이라니. 알고 봤더니, 엊그제 세 살 위 고등학교 선배 장례식장을 다녀왔다고 한다. 선배는 간암으로 2년간 투병하다 운명을 달리했는데,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형수와 옆에서 코 흘리고 있는 조카를 보니, 갑자기 자기 부인과 딸이 오버랩 되더라는 거다. 자기가 죽고 나면, 남겨진 자기 가족도 저렇게 될 거라는 사실에 목이 턱 막혔다고 한다. ‘오버한다’며 저녁에 ‘치맥’(치킨과 맥주)을 쏘겠다고 했더니, 단호히 거절하고 헬스클럽으로 가는 최 과장을 보며 새삼 느끼는 바가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병이, 죽음이 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야 헬스클럽은 살 빼는 데였지, 살기 위해 다니는 곳이 아니었다. 근데 벌써 운동하지 않으면 죽음이 가까운 나이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에효….

우울함에 방점을 찍는, 업계 선배로 술잔도 몇 번 기울였던 분의 자살 소식이 있었다. 늦은 나이 결혼해 이제 늦둥이가 초등학교 몇 학년밖에 안 된 그 선배가 집에서 목을 맸다는 거다. 우울증이 있었다, 성격이 예민했다, 회사에서 너무 쪼아서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다들 원인을 추측했다. 몸 아픈 사람이야 겉으로 티라도 나지만, 마음이 아픈 건 웬만한 사람은 눈치채기 힘든 법이다. 그런 까닭에 선배의 자살 소식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선배의 자살 사건 이후, 회사에서는 입단속령을 암암리에 내렸다고 한다. 망자를 위해서도 괜한 추측성 소문은 내지 말라는 거였다. 하긴 뭐 굳이 입단속 하지 않아도, 죽은 사람은 산 사람 기억에서 잊히기 마련이다.

오늘 출근하고 보니, 옆자리 대리의 얼굴이 누렇다. 평소 같으면 ‘어제 술 좀 푸셨구먼’ 하고 넘어가겠지만 오늘은 더 맘이 쓰인다.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니, 애가 아파서 어제 한숨도 못 잤단다. 괜찮으면 오후 반차 쓰고 싶다는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왜’가 튀어나온다. 아! 현실이란!

○○ 기업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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