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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1.24 11:45 수정 : 2011.11.24 11:45

[매거진 esc] 男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매년 달력이 날씬해지는 계절이면 기업 총무팀 직원들은 거대한 스트레스에 맞닥뜨린다. 그 ‘웬수’ 같은 스트레스는 바로 ‘회사 송년회’다. 이들 앞에서는 그 버겁다는 명절 며느리 스트레스조차 가벼운 애교일 뿐이다.

송년회 준비는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하고 고된 일이다. 우선 전체 인원이 저녁식사를 할 공간을 찾는 것부터 벅차다. 이름 있는 호텔은 8월이면 예약이 완료되고, 그나마 100명 이상 들어갈 공간도 11월 중순이면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직원 규모 200명이 넘어가는 회사들은 부서별로 송년회를 나눠서 하는 경우가 많다. 건설업체 총무팀에 근무하는 친구는 올해 송년회는 일찍 준비한다고 9월부터 알아봤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단다. 음식이고 프로그램이고 장소 예약이 안 되면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간을 확보하고 나면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높은 분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야 한다. 소재기업의 행사 담당인 이 과장은 지난해 처음 맡은 송년회에 쓰라린 추억이 있다. 먼저 총무 담당 임원은 격조 있고 화려한 행사를 주문했다. 더불어 의미도 부여해야 하고, 직원들도 신나야 하고, 식사 메뉴도 맛깔스러워야 했다. 하지만 배정받은 예산으로는 대관과 식대도 벅차 공연과 경품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임원에게 추가 예산을 요청했지만, 예산으로 행사 만드는 건 본인 능력이라는 핀잔만 들었다. 결국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 인디밴드를 소개받았다. 통사정하고 개인돈으로 술대접까지 한 끝에 아주 낮은 공연료로 초빙에 성공했고 직원들의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두번째 곡 도중 회장이 임원에게 던진 한마디, “좀 어수선하지 않나?”

즉각 담당 임원이 공연을 중단시키라고 지시했고, 한창 달아오르던 직원들과 밴드 멤버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격조 있게 하랬잖아. 재즈밴드 같은 친구들 알아보라니까!” 그 임원은 사전 보고까지 받아놓고 사장 앞에서 이 과장을 벼랑으로 밀어버렸다. 밴드 멤버들도 무시당했다고 화가 나서 소개해준 친구와도 서먹한 관계가 됐다. 올해 이 과장은 연말 비품조사를 혼자 맡기로 하고, 송년회를 동료 과장에게 맡겼다. “몸은 힘들지만, 속은 훨씬 편하다.”

행사를 위해 인재를 키우기도 한다. 대기업 총무팀에 다니는 친구는 평소 춤과 노래, 악기연주, 무술 등에 능한 사원들을 눈여겨보며 술을 사주곤 한다. 송년회 석달 전 공연을 부탁하면 거절하는 이가 거의 없다. 댄스스쿨이나 보컬학원에도 보내줘 개인에게도 좋은 기회를 준다. 친구 역시 몇 해 전 얼떨결에 행사 사회를 맡았다가 송년회를 빙하기로 변질시킨 죄로 레크리에이션 전문과정에 끌려간 경험이 있다. 지금은 강사 자격증까지 따서 행사 기획부터 연출, 각본, 소품, 섭외, 진행까지 1인5역은 기본이다.

이렇게 벅찬 애로사항들을 극복하고 행사를 마치면 몸에서 진이 빠지고 몸살에 앓아눕기도 한다. 잘해야 본전이고 못하면 욕만 바가지로 퍼먹는다. 진행이 좀 어색하고 썰렁하더라도 따뜻한 동료애로 감싸주기 바란다. 총무팀 직원들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아니니까.

□□기업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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