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12.22 14:38 수정 : 2011.12.22 14:38

[esc] 男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송년모임이 절정으로 치닫는 계절이다. 이 무렵이면 보통 회사, 부문, 부서, 거래처, 동문회까지 최소 주 2~3회의 전투를 치른다. 이 때문에 위와 장에 내상을 입은 부상병(?)도 속출한다.

꿀물부터 헛개나무 달인 물, 숙취해소 음료, 콩나물국, 북어국까지 다양한 치유 음식들이 애용되지만, 최고의 치료법은 단연 잠이다. 해장의 정석으로 불리는 ‘잠-물-변-잠-식-잠-식’에서 알 수 있듯, 수면은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관건은 어디서 어떻게 짱박혀 자는가이다. 신입사원들은 대개 화장실을 이용한다. 쏟아지는 졸음을 견딜 수 없어도, 아직 회사 짬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찾는 곳. 하지만 자세가 불편하고 가끔 추락 사고도 발생해 기피하는 공간이다.

여유롭게 쉬려면 첫째, 회사를 구석구석 정찰해야 한다. 필자도 신입사원 시절 화장실에서 몇번 추락사고를 겪고, 옥상에 신문지 깔고 자다가 문이 잠겨 고생한 경험이 있다. 이후 면밀한 사옥 수색을 거쳐 빈 강당을 확보하고 즐겨 찾았다. 하지만 사납기로 소문난 사장에게 걸려 벌을 선 뒤부터, 오히려 등잔 밑인 접견실을 애용했다. 테이블에 그냥 퍼질러져 있으면 다른 선배들의 눈에 띄기 때문에, 구석자리를 등지고 앉는다. 다이어리와 인쇄물을 여유있게 가져와 늘어놓으면, 미팅을 기다리는 모습이 연출된다. 정장 재킷까지 갖춰 입으면, 외부 사람으로 오해받아 더욱 편하게 잘 수 있다.

여러 사람들과 두루 친해지면 좀더 아늑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업계 후배는 시설관리담당 형님과 친해 관리실을 자주 찾는다. 외진 곳이라 오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다, 히터도 빵빵하기 때문에 강당이나 접견실과는 차원이 다르단다. 얼마 전부터는 청소담당 아주머니들과도 친해져, 청소직원 휴게실에서 전기장판 틀고 담요까지 덮고 자곤 한다.

직무를 활용하기도 한다. 영업직 사원들은 거래처를 핑계로 사우나에 가거나 차에서 휴식을 취한다. 홍보실에 근무하는 한 친구는 사내 방송실을 찾는다. 스튜디오는 방음이 완벽해 코를 골더라도 걱정이 없다.

때로는 윗사람에게 보고하고 쉬러 가는 정공법을 택하기도 한다. 팀 후배는 접대 다음날 숙취가 심하면, 팀장에게 보고한 뒤 병원에 가 수액 맞으며 자고 온다. 인류가 발견한 해장법 중 이것보다 나은 방법이 없다.

잘 쉬었다면 마무리는 더욱 중요하다. 수면시간은 30분을 넘지 않는 게 좋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고, 자리 오래 비우는 사람은 우습게 보이기 마련이다. 더불어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고 얼굴의 눌린 자국이나 머리의 새집을 제거한다. 일어나서 바로 들어가면 목소리가 갈라지고 눈충혈도 있을 수 있으니, 이들이 가라앉을 때까지 따뜻한 물 한잔 마시는 여유를 갖자.


짱박혀 취하는 잠깐의 휴식은 보약과 같다. 단, 약 좋다고 너무 남용하지는 말자. 어차피 선배들은 그대들이 뭐 하고 왔는지 경험을 통해 다 알기 마련이다. 다만 모르는 척 넘어가주는 것일 뿐.

□□기업 과장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男과장 S, 女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