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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05 10:47 수정 : 2012.01.05 10:47

女과장 S의 오피스 메아리

새해엔 사랑을 할 것이다. 맨날 지각해 나를 욕먹이는 신입사원 최군. 작년까진 난 네가 타 부서로 전출가거나, 회사를 때려치우고 공무원시험 준비 하기를 마음으로 간절히 빌었지만, 올해부턴 너를 사랑할 거다.(에로틱한 사랑 아님!) 인자한 누나처럼, 네가 자꾸 지각하면 너의 평가가 깎이고, 그럼 승진을 못 할 거고, 그럼 장가도 못 간다는 사실을 친절하게 자주 일러주며, 매일 출근시간 30분 전에 너에게 문자를 보내는 사랑을 베풀 것이다.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부장에게 보고하는 양 대리. 너는 내가 이 사실을 모르는 줄 알았겠지만 난 다 알고 있었다. 단지 약삭빠르게 행동해서 먹고사는 너의 가식을 불쌍하게 여기고 있었다. 허나 올해부터는 너를 사랑할 것이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흘려, 부장이 너를 신뢰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로 하여금 너를 경계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선생님께 고자질하려는 너의 초딩 습관이 올해에는 고쳐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기다려라.

세상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박 과장. 나는 작년까지 너의 잘난 척에 세상에서 제일 밥맛없는 놈은 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올해부터 너를 사랑할 것이다. 세상에는 너보다 밥맛없는 사람이 많이 깔렸더라! 허나 더이상 그 외제차와 부모님 상가 임대료 자랑만은 그만해다오. 그 얘길 하며, 회사는 취미로 다니는 거라고, 다니기 싫은데 아버지 눈치 보여 다닌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뜨거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이 차장. 너를 사랑하겠다고 고백하기까지, 난 정말 오래 망설였다. 세상의 이기주의자 가운데, 장담하건대 당신은 상위 1%다. 점심 메뉴며 회식 장소까지 무조건 본인이 원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다 싶으면 별별 심부름을…. 당신이 찐 달걀 사오라고, 나에게 2000원을 쥐여주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난 처음에 당신이 회사 사장님 아들인 줄 알았다. 하아. 그러나 이 차장. 난 올해, 당신을 사랑하기로 했다. 당신을 사랑하기에, 당신의 그 아동 입맛을 고쳐주고자 내가 직접 당신을 회사 살빼기 프로그램에 신청해 주겠다.(성공 못하면 회사 게시판에 이름 붙는 거는 알고 있지?)

마지막으로 잔소리 이 부장. 올해 난 당신을 사랑하기로 했다. 아니다. 당신을 불쌍히 여기기로 했다. 점점 가늘어지는 머리카락과 터질 듯이 불어나는 당신 뱃살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상무님 호출에 안절부절못하고 식은땀부터 흘리는 이 부장. 올해는 걱정 마라. 절대 상무님께 당신의 실수를 고자질하지 않겠다. 점심만 먹고 오면 사무실에서 침 흘리고 잔다는 사실도, 요새 일 안 하고 이어폰 꽂고, 디엠비(DMB) 티브이 본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겠다. 단지 부탁이 있다면, 말 좀 줄였으면 좋겠다. 교장선생님도 아니고, 월요미팅 때마다 한시간씩 혼자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당신을 볼 때마다 불쌍해 죽겠다.

하아~ 새해엔 사랑하리란 나의 결심이 깨지지 않도록, 모두들 많은 배려 부탁한다. 사랑한다.

○○ 기업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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