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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3 10:21 수정 : 2011.06.23 10:21

이기수(왼쪽)씨가 트라스포 단원들과 함께 민속씨름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이기수 제공

김민아의 플레이어스
샅바 잡다 공연기획하는 이기수, 강호동·최홍만에겐 인생 멘토

‘기술 씨름의 달인’이라 불리던 왕년의 스타. 강호동·최홍만의 ‘인생 멘토’. 지금은 씨름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만능 엔터테이너. 이기수(44·사진)씨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한두개가 아니다. 1990년대 민속씨름 한라급을 주름잡던 씨름선수인 이기수는 한라장사 타이틀만 6번 차지했고, 천하장사대회에서는 2품까지 올랐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독특한 씨름 기술을 보여줬던 그는 지금도 아무도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여주려 애쓰고 있다.

그는 현재 민속씨름 공연단인 ‘트라스포’를 이끄는 공연기획자다. “트라스포는 전통(Traditional)과 스포츠(Sports)의 합성어예요. 씨름선수 출신들이 씨름을 하며 하나의 마당극을 보여주는 것이죠.” 지루할 것만 같은 씨름에 이야기를 불어넣자, 기적같이 사람들의 마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픈 기억이 그를 공연기획자로 이끌었다. 그가 코치로 있던 엘지(LG)프로씨름단은 2004년 해체됐다. 순식간에 씨름단 모두가 실업자로 나앉았지만 그에겐 기회가 됐다. 씨름을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야겠다는 포부가 막 시작되던 순간이다. 평소 색소폰·드럼·기타·대금 등 동서고금을 막론한 악기에 재주를 보였던 그다. 씨름단 후배들은 그를 따라 트라스포 팀원이 됐다.

3살 아래인 고향 후배 강호동도 그의 ‘절친’이다. 누구보다 궁합이 잘 맞고 시합에서 맞붙어도 대등한 실력을 겨뤘던 그들은 아직도 틈틈이 만난다. 한번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그의 아들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자 “호동이 삼촌과 친해서 사투리 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투리만 쓰면 다 강호동과 친하냐”고 비아냥거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강호동은 학교에 유재석과 함께 나타나 아들의 기를 잔뜩 살려줬다.

케이원(K1)의 격투기 선수 최홍만은 씨름단 시절 제자다. 팀이 사라지고 일본으로 떠나겠다는 최홍만을 붙잡고 한참 만류하기도 했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 아니냐”며 떠난 최홍만을 더는 붙들지 못했다. 지금도 특유의 미소를 머금고 그를 찾는 최홍만과 종종 술잔을 마주한다. 소주잔 대신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 줘야 한단다.

김민아의 플레이어스
“연기를 한다는 게 아직은 어색”하지만 만면엔 자신감이 가득하다. 그 자신감으로 그는 트라스포와는 별도로 최근에는 국내 최초의 ‘전국 치어리더 씨름대회’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 대회는 다음달 충남 태안 연포해수욕장에서 열린다.

그는 씨름이 아시아경기대회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는 꿈을 꾼다. 내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씨름이 아시아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2002년 월드컵 때 일본 스모선수들의 축구장 시범행사가 가장 아쉬웠어요. 우리는 씨름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고 있어요.” 그는 씨름판의 인공호흡기 같다. 하나둘 떠나간 씨름판 안에 새 이야기를 불어넣으며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민아 <엠비시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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