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18 11:16
수정 : 2011.08.18 21:13
야구배트 대신 골프채 들고 베푸는 삶 꿈꾸는 ‘작은 거인’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방망이를 허리에 끼고 빙빙 돌리던 사나이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원년 1번, 정학수(사진 오른쪽)다. 그가 돌아왔다. 그의 손엔 야구방망이 대신 골프채가 들려 있다. 마산상고, 동아대 졸업 뒤 한전 야구단과 롯데 2루수로 활약해 1984년 우승을 이끌고 1990년 현역 은퇴했다. 그의 인생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은퇴한 뒤 구단 스카우트로 활동했고, 일본 지바 롯데에서 지도자 연수를, 미국 야구 연수도 했다.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지도자 생활은 보장된 것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그는 야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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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의 플레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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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말린스에서 수비 코치를 맡았을 시절. 운이 좋게도 영주권을 제공해줬죠. 미국에서 자유롭게 생활할 자유가 생기다 보니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됐어요. 사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팀에 ‘시니어 투어’(50살 이상 프로 골퍼들의 대회)를 나가는 코치가 있었어요. 어깨너머로 시작한 일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죠.”
그는 지도자의 길을 야구가 아닌 골프에서 찾게 된다. 1998년 피지에이(PGA) 레슨 프로 클래스A 과정을 시작한 이후로 2000년 본격적으로 미국에서 골프를 시작하고 미국골프지도자협회(USGTF) 레벨 3을 취득했고, 2003년에는 토너먼트 우승으로 레벨 4를 취득했다. 2004년에는 피지에이 클래스A 피에이티(PAT·Play Ability Test)를 통과해 과정을 진행중이지만 학생들 레슨 때문에 레벨 2에서 잠시 멈추고 있다. 옛 등번호처럼 그는 프로야구 선수에서 프로골퍼로 전향한 첫 사례다. 왜 야구가 아닌 골프였을까? “마흔을 넘어 프로야구 현역이라면 전설이라는 단어가 붙지만 골프에서는 평범한 선수일 뿐이에요. 50살 이상이 참가하는 시니어 투어도 따로 있잖아요.”
그의 독특한 타격자세는 골프 칠 때도 여전하다. “필드에서 강한 드라이버 샷이 필요한 경우엔 이렇게 말해요. 잠시 야구를 하겠습니다!” 골프 지도자로서 길러낸 선수도 한둘이 아니다. 예일대 졸업 뒤 엘피지에이(LPGA) 멤버가 된 이지혜, 상비군 출신인 최운정, 이미향 등이다. “골프를 하지 않았다면 이보미 대신 이대호를 가르치고 있지 않았을까요?”
174㎝의 작은 거인 정학수는 이제 베푸는 삶을 꿈꾼다. “어린 시절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큰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하죠. 야구에서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계속 현역 생활을 하고 있다고 여기고 있어요. 골프는 내가 그동안 받은 것들을 베풀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거죠.” 그래서 그는 그동안 미국의 아카데미에서 장학사업을 진행해왔고, 한국에서도 골프다이제스트 아카데미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장학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푸른 다이아몬드 안에서 끝내지 못한 정학수의 연장전이 푸른 필드에서 펼쳐지고 있다.
김민아 <엠비시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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