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0.13 11:26
수정 : 2011.10.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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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구단 매니저 김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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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김민아의 플레이어스
삼성 라이온즈 4번째 우승 뒤엔 터줏대감 김정수 매니저가 있었다
“티사츠(우승 티셔츠) 준비했제?” 지난달 27일 삼성 라이온즈가 5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날 더그아웃의 풍경. 거침없이 사투리를 쓰는 감독의 말에 무덤덤한 대답이 돌아온다. “모자랑 우승 티셔츠랑 그리고 물안경까지 다 준비했지.” 매직넘버(우승에 필요한 승수)는 1, 더그아웃에는 평소보다 많은 취재진으로 붐볐다. 모두가 류중일 감독을 바라보고 있을 때, 그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이가 있다. 바로 삼성 라이온즈 구단 매니저 김정수(사진)다. 1987년 류 감독과 입단 동기인 그는 24년 전과 마찬가지로 함께 더그아웃에 있다. 하지만 같은 길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류 감독은 입단 때부터 스타 내야수로 성장했지만 그는 2군에서 활동한 적이 더 많다.
1987년 영남대를 졸업해 외야수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그는 96년 선수생활을 접고 다른 길을 선택했다. 원정 기록원 3년, 2군 매니저 3년, 팀 기록원 3년. 그렇게 9년간 보직을 바꾸며 삼성 라이온즈를 지켰다. 터줏대감이라 불리는 그는 12년차 살림을 도맡아 하며 8개 구단 매니저 가운데 가장 오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벌써 그렇게 됐나? 내가 젤 오래 하고 있지.” 무뚝뚝한 말투에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인상이지만 살림 하나는 12년 동안 똑 부러지게 했다.
“선수들이라 식단이랑 호텔 선택이 가장 중요하지. 우선 침대가 커야 해. 다들 사이즈가 크잖아. 경기 끝나고 저녁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 시간에 맞춰줘야 하는데 경기 흐름을 읽어야만 제대로 된 밥이 나와. 그 정도 노하우는 나한테만 있지. 어제는 1등 팀이라 음료수 협찬이 들어왔는데, 내가 단호하게 잘라버렸어. 아무거나 마시다가 탈나면 어떻게 하라고?”
상대 선발이 좌완일 땐 할 일이 하나 더 생긴다. 타자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준다. 매니저가 배팅볼도 던진다고? 언제부터 시작한 거냐는 물음에 “처음부터”라고 말했다. 얼마나 던지느냐고 물었더니 “30분 정도?”라고 답했다.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일이다. 야구에서는 포수를 안방마님이라고 부르는데, 진정한 안방마님 구실을 그가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선수들은 매니저를 친형처럼 따른다. “형? 아니야. 이젠 삼촌이지. 난 그대론데 세대가 바뀌니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날, 펼침막을 걸고 뿌듯하게 바라보고 있다. 특별한 날 더욱 분주했지만 침착함을 잃지 않은 모습이다. “난 이제 네번째네.” 200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5년, 2006년 그리고 2011년. ‘우리, 삼성 라이온즈 오늘 우승한다.’ 더그아웃 한편에 적힌 한마디처럼 2011 정규리그의 우승트로피는 삼성이 거머쥐었다. 우승트로피를 든 선수의 사진은 벽에 걸리겠지만, 다시 그 트로피를 정리하는 일은 김정수 매니저의 몫이다.
2011년의 프로야구는 특별하다. 1982년 출범 이후 30년. 인생으로 비유한다면 중년으로 접어든 프로야구. 루키가 베테랑이 되고, 중년의 선수가 레전드로 기억되고, 팬들도 함께 나이 들어 간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함께 나이 들어 가는 12년차 베테랑 매니저도 존재한다. 숨은 살림꾼들이 프로야구를 30년 동안 이끌어온 원동력이다.
글·사진 김민아 <엠비시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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