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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벨로스터/ 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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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경섭의 자동차 공인중개소
흔해지고 특별대우 사라지고 정비 어려운데…국산 ‘레어 아이템’은 어떨
수입차가 한해 10만대씩 팔리는 시대가 됐다. 여기를 봐도 수입차, 저기를 봐도 수입차다. 수입차의 호시절, 에라 나도 수입차 한 대 사볼까? 처음 수입차를 본 건 중학생 때였으니 1980년대 초반이다. 시골 작은 도시라 그런지 수입차를 볼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어느 날 집에 귀한 손님이 찾아오셨다. 집안 친척 되시는 아저씨는 할머니를 만나러 ‘외제차’를 타고 오셨다. 검정 광택이 번쩍번쩍하던 생전 처음 보는 차. 대문 앞엔 단번에 동네 조무래기들이 몰려들었다.
당시엔 무슨 차인지 알 리 없었지만 지금 가만 생각하면 피아트 132가 아니었나 싶다. 1970년대 피아트의 고급 모델이었고 기아산업에서도 조립해서 국내 시장에 팔던 차. 이것도 나중의 기억이니 정확하진 않다. 어쨌든 중요한 건 우리 집에 찾아온 ‘외제차 타는 부자 친척’ 덕분에 동네 친구들한테 한껏 으스댈 수 있었다는 거. 그 시절 외제차는 ‘진짜 부자’의 상징이었으니까.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 시절의 그라나다, 레코드 로얄, 그랜저 같은 차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엄청난 럭셔리카였다. 일반 사람들은 감히 꿈꿀 수 없는 차, 지금으로 따진다면 메르세데스벤츠 S600 혹은 그 너머 벤틀리만큼의 위상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이름도 신기한 엠블럼을 달고 나타난 수입차가 변변한 자랑거리 하나 없던 빡빡머리 중학생의 콧대를 단번에 세워줬대도 이상할 건 없다.
우쭐거림은 한나절도 안 돼 끝났다. “이거 타고 드라이브 갈 거야.” 친구들에게 자랑을 해놨는데 철석같이 약속한 부자 아저씨는 누나들만 태우고 드라이브를 가버렸다. “에라잇, 여자만 좋아하는 영감탱이 같으니.” 홀로 남은 나는 배신감에 몸을 떨었다. 그러고 보니 외제차 피아트가 인상적이었다기보다 외제차에 의해 버려졌다는 배신감이 오랜 기억에 압정을 눌러놓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최초의 수입차에 대한 기억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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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게 묻고 싶어진다. 꼭 수입차여야 하냐고. 수입차 장벽이 낮아졌다고 해서 수입차를 선택하는 일이 꼭 필요한 거냐고. 다시 생각해 보시는 게 어떠냐고 되묻곤 한다. 왜냐면 지금은 수입차 사기에 그리 좋은 시절이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그 이유는 이렇다. 첫째 과시하기 힘들다. 수입차를 사는 사람의 심리에는 일종의 허영, 과시욕이 분명히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위 ‘먹어준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구매 자극 요소다. 몇 년 전만 해도 그랬다. 아무리 작은 차를 타도 수입차면 대접이 달랐다. 5년 전에 나도 분명히 경험했다. 하지만 수입차가 흔하디흔한 시절이 되어 너도나도(다른 말로 하면 ‘개나 소나’) 수입차 오너가 된 지금 ‘특별대접’을 받기란 언감생심이다. 폴크스바겐 골프를 처음 본 정비소 아저씨가 “이놈의 프라이드는 왜 이리 철판이 단단한겨?”라고 투덜대시더라는 전설의 시절보다도 못하다. 알아봐주지 않는다, 수입차. 수억원을 넘는 스포츠카나 집 한 채 값이 나가는 럭셔리카가 아닐 바엔. 흔해졌다는 건 곧 수입차 타야 할 가장 큰 장점 하나가 없어졌단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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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 아베오 해치백/ 한국지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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