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07 10:51
수정 : 2011.07.07 10:56
[깜악귀의 라이프 이즈 라이브] ② 물속 별천지 체험 ‘스킨 스쿠버’ 직접 해봤더니
친구가 필리핀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와서 자랑을 늘어놨다. “물속에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 같은 세계가 펼쳐져 있어. 그 열대 바다에 말이야… 완전히 별천지지.” 그렇잖아도 최근 주변에 ‘스킨 스쿠버 다이빙’을 취미로 시작한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것을 느껴왔다. 나도 한번 해볼까? 결국 주말을 이용해 강원도 양양으로 체험 다이빙을 떠났다.
그래서 나는 지금 슈트를 입고 등에는 공기통을 메고 있다.(사진) 물안경을 쓰고 발에는 핀이라고 불리는 물갈퀴를 신었다. 아까까지는 ‘스노클(숨대롱)’이라고 부르는 공기관을 입에 물고 수면에 떠서 물속을 들여다보는 훈련을 했다. 이것을 ‘스킨 다이빙’이라고 한다. 이제는 ‘공기통’(‘산소통’이라고 부르면 큰일난다)을 등에 메고 있다. 수중호흡 장치를 입에 물고 물속에 들어가는 이른바 ‘스쿠버 다이빙’을 시작하는 것이다. “입수!” 하고 소리치고 한걸음 물로 성큼 걸어들어간다. 풍덩! 몸이 물에 동동 뜬다. 부력조절기에 공기가 차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안내를 맡은 ‘버디’가 수신호로 ‘내려가자’라고 신호를 보낸다. 배운 대로 버튼을 조작해서 부력조절기의 공기를 빼자 슈트를 입은 몸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눈앞이 물에 잠기고, 호흡장치에서 기포가 생기면서 몸이 가라앉는다. 몸을 가누지 못해 손발을 조금 허우적대자 몸이 빙글빙글 돈다. 입으로만 호흡을 해야 하는 것도 어색하고, 물속에서 호흡을 한다는 상식파괴가 익숙하지 않다.
아가미 없는 물속 호흡, 육상생물 본능 이겨내야
무엇보다 고막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겨우 수심 2~3m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사전에 배운 대로 ‘이퀄라이징’(코를 잡고 귀로 공기를 보내는 동작)을 해도 여전하다. 결국 수신호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고 다시 상승했다. 벌써 3번째 실패였다. 본래 그냥 포기할까? 고막이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내려가면 반사적으로 다시 수면으로 올라가고 싶어진다. 육상생물로서의 반사적 본능이다. 어쩌지? 귀의 압력을 조정하는 방법을 다시 숙지받고 내려갔다. 다시 고막이 아파온다. 코를 막고 숨을 불어넣어 귀로 공기를 밀어내는데 ‘삐익’ 하고 고막에서 공기 새는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귀가 편해진 것이 아닌가! 버디에게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ok’라고 표시하자 버디가 고개를 끄떡이고 내 몸을 이끌어 시선을 아래쪽으로 유도했다.
눈앞에 별천지가 펼쳐져 있었다. 물 위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지구와 전혀 다른 지구의 모습이 보인다. 동해의 수심 4m밖에 되지 않는 얕은 해안이었는데도 말이다. 수초 사이로 움직여 다니는 어패류들과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작은 물고기들, 그리고 의외로 색이 화려한 불가사리…. 소라를 손가락으로 툭 치니 빨빨거리면서 움직이는 것이 무척 귀엽고 신기하다. 위를 올려다보니 빛이 서려 있는 수면이 보인다. 신기하다.
두려움과 초조함이 어느새 사라졌다. 호흡기로 숨쉬는 것도 익숙해졌고 몸은 적당히 편안했고 무게감도 없었다. 내 숨소리 등을 제외하면 소리가 거의 없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라는 게 이런 것 아닐까? 혹은 엄마의 자궁 속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발에 달린 핀을 조금 움직이면 몸은 쑥쑥 움직였다. 지상에서는 전후좌우만 있었는데 지금은 위아래가 포함되어 상상할 수 없었던 움직임이 가능하다. 함께 체험 다이빙을 시도한 친구들과 서로 물속에서 수인사를 하면서 스쳐 지나갔다.
밤이 되어 바비큐를 구워 나누며 다른 다이버들이 찍은 외국 바다와 동해의 사진을 보았다. “이건 만타레이, 소위 만타라고 하는 물고기예요. 이건 멍게가 산란하는 건데….” 구경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한 탄성이 새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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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악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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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워터 과정 넘어 더 깊은 바닷속 헤쳐보리라최근 몇년간 스킨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인구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직접 체험을 하고 이야기를 들으니 왜 이 해양 레저가 각광받는지 알 것 같았다. 우선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은 스포츠적인 재미가 있다. 또한 카메라로 경이로운 바다 생태계를 관찰하는 재미는 동물원 구경 같은 가벼운 취미부터 아프리카의 산림을 조사하는 탐험가의 전문가적 측면까지 포괄한다. 바다는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세계이지만,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자주 먹는 오징어도 물속에서는 그토록 아름답게 빛난다는 것이 친구의 이야기였다. “왜, 우리는 그게 살아있다 생각 못하잖아. 그냥 먹을거리로만 생각하지. 물속에서 보면 그게 반짝반짝 빛나면서 얼마나 아름답게 살아있는지 몰라.”
이렇게 말한 친구는 여성인데, 안전성이 보장되면서 여성 인구도 많이 생겼다. 필리핀 등으로 여행 가서 다이빙 체험을 하고 들어오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국내외 바다를 가리지 않고 국제적으로 놀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일반적으로 교육과정인 오픈워터 과정을 거치면 자격증을 얻고, 별도의 조력자 없이도 다이빙을 할 수 있는 ‘펀 다이빙’을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단독 잠수는 안 되지만, 수심 18m 이내에서는 별도 강사의 도움 없이도 다이버 동료들과 함께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자격증이다. 이미 ‘오픈워터 과정을 클리어한 어드밴스트 자격’을 지닌 친구들이 수심 20~30m를 오가는 보트 다이빙(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하는 다이빙)을 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나도 빨리 수심 4m의 세계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입문 과정인 오픈워터 과정을 통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수영장들이 가득 찰 지경이라고 하니, 어쨌든 확산 일로의 레저 생활이다. 생각이 있다면, 이번 여름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지.
자유기고가·‘눈뜨고 코베인’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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