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9.01 14:02
수정 : 2011.09.01 14:10
④ 금·토·일 여행가기…인도네시아까지는 충분
여름휴가가 끝나간다. 그래서인지 최근 페이스북 등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보면 어디를 놀러 갔다 왔다는 사람들이 눈길을 끈다. 경로도 다양하다. 가장 많은 것은 역시 타이 푸껫이나 베트남 등 해변이 아름다운 동남아지만 오사카·홍콩·뉴욕·파리 등 대도시도 빠지지 않는다. 이번 여름휴가를 포기한 나 같은 직장인의 마음을 붕괴시키는 사진들이 속속 올라온다. 멋진 해변과 비키니 혹은 고풍스러운 서양 저택 레스토랑에서의 이국적인 음식 사진들 말이다.
먼 곳은 무리지만 가까운 곳은 얼마든지 알차게 갔다 올 수 있는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 30대 초반의 영어 강사 유혜승씨는 다음의 경로를 밟아 하루의 휴가도 쓰지 않고 필리핀 세부의 막탄섬(사진)에 다녀왔다. 그의 일정 코스를 한번 음미해보자.
금요일 ‘칼퇴근’을 해서 비행기를 탄다. 저녁 7시 반 비행기. 인천공항 도착. 막탄공항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 새벽 1시를 조금 넘어 막탄섬 도착. 리조트에 짐을 풀고 밤바다를 보며 칵테일을 한잔하고 바로 잠들었다.
토요일 아침 9시께 일어나 스쿠버 다이빙의 기본을 배웠다. 오후에는 배를 타고 나가 ‘호핑 투어’를 즐겼다. 호핑 투어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다이빙이나 낚시 등을 즐기는 투어다. 우리나라 바다와 전혀 다른 따뜻하고 투명한 열대 바다의 멋진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그곳에서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 등장하는 열대물고기 ‘클라운피시’를 볼 수 있었다. 유씨는 니모의 실물을 꼭 보고 싶었던 것이다. 밤에는 보홀섬으로 숙소를 옮겼다. 이것저것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먹고 밤에는 역시 술도 한잔 즐기고. 친구들과 편안하게 놀았다.
일요일 보홀섬의 안경원숭이를 구경하고 원주민 마을을 돌아다녔다. 보홀섬의 명물인 초콜릿 힐(키세스 초콜릿 모양의 언덕이 연달아 있다!)도 보고. 비행기 놓치지 않도록 서둘러 세부 막탄공항으로 뛰었다. 저녁 7시 반 비행기였다.
월요일 새벽 1시. 인천공항에서 나옴. 새벽 3시. 강남의 집에 도착. 취침.
금 저녁 출발, 월 새벽 도착…꽤 괜찮은데?어쨌거나 단 하루의 휴가도 쓰지 않고 이틀을 노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마지막 하루는 약간 강행군의 여지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몇 시간은 잘 수 있다. 이 정도면 알차게 보낸 것이 아닐까? 비행기삯으로는 왕복으로 60만원이 들었고 그 외 비용도 60만원 정도. 유씨는 충분히 괜찮은 여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여름휴가로 갔더라면 더 느긋했을 순 있겠지만, 딱히 그보다 못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직장인의 주말 여행을 위한 다양한 코스가 꽤 개발되고 있다. 비행기로 6시간 이내 코스인 일본이나 중국 혹은 타이나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의 동남아가 주요한 대상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했던 ‘도깨비 여행’도 비슷한 것인데, 이 경우는 비행기 안에서 잠을 자고 되도록 현지에서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증대한다는 장절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1박3일 도쿄 여행’ 등의 코스가 바로 그것. 그 외에도 하루 휴가를 내서 다녀오는 ‘2박4일 싱가포르 도깨비 여행’ 등의 코스도 꽤 찾아볼 수 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가장 호황이다.
이런 짧은 여행 패키지의 증가는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일종의 증표이기도 하다. 첫째로 주 5일제가 실시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토요일에도 일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시스템이니까. 둘째는, 대학 시절 어학 연수 등을 다녀오면서 영어에 익숙해진 세대가 직장에 다니면서 충분한 자금력을 가지게 된 영향이 크다. 1년에 한두번 정도의 짧은 해외여행은 감당할 수 있게 된 것. 앞으로의 세대는 더욱 외국어에 익숙할 것이 틀림없으니 이 시장은 더 커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수요의 증대로 인한 각종 여행 상품의 개발로 비행기삯이 싸진 것이 또 원인이다. 도쿄 도깨비 여행의 경우 20만원짜리 비행기 티켓도 있다. 숙소와 식비 등을 포함하면 50만~60만원에도 다녀올 수 있다는 이야기.
도깨비 여행 식으로 몸을 학대해서 하지 않더라도 금요일 하루 정도 휴가를 낼 수 있다면 목·금·토·일을 이용해서 유씨의 사례보다 더 느긋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휴가 하루 보태면 느긋하게 즐길 수 있어모든 것은 충분한 사전 계획으로 가능하다. 안내원이 붙는 코스 여행이 아니라면 돈을 크게 절약할 수 있고, 항공편을 저렴하게 미리 잘 섭외하면 더욱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항공편이 여행 경비의 반은 차지하므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여행 서적인 <금토일 해외여행>에서는 여행사가 가장 저렴한 항공권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잘 이용할 것과 ‘땡처리 항공권’ 등을 구해서 후딱 다녀오는 것도 여행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좋은 방법이라고 권한다. ‘땡처리 항공권’은 여행사에서 팔리지 않은 항공권을 2~3일 전에 싸게 내놓는 것이다. 구입을 확신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비성수기에는 확실히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성수기를 피해서 가는 것도 좋은 비용 절감법. 물론 해외여행만이 능사는 아니다. 필자의 친구 부부는 월요일 휴가를 하루 끼워서 울릉도로 놀러가 있다. 부부 둘이 주말에 여행을 가는 것이 굉장히 평범한 일로 보이지만, 한국 현실에서 이게 절대 흔한 일은 아니었다. 적어도 우리 부모님은 그런 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식의 즐기는 생활이 더욱 일반화되지 않을까? 아이를 낳게 되면 가족이 함께 주말 여행을 가는 것도 드물지 않은 풍경이 될 것 같다. 국내든 해외든 말이다. 어쨌든 주말엔 숨통이 트여야 하니까.
자유기고가·눈뜨고 코베인 보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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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놀이평가 → 금·토·일 여행
비싸도 숨은 쉬고 살아야지
더하기+ 비용지출도 ★★★★ 자주 한다면 아무래도 지출이 크다. 특히 비행기삯 면에서. 항공비가 50만~60만원은 될 터이니, 100만원 안팎이 든다. 하지만 일년에 두세번 정도라면. 현재확산도 ★★☆☆이미 꽤 확산된 방식. 하지만 더욱 늘어날 듯하다. 확산잠재력 ★★☆☆어쨌거나 해외여행은 더욱 많이 갈 것이다. 폭발적인 성장은 하지 않겠지만. 매력도 ★★★★주말에 ‘현실’을 벗어나는 용도로는 아마 최고가 아닐까. 여행 마니아들은 여행 다녀온 뒤 다음 여행 상품 검색만 하고 있더라는….
빼기- 난점 ★★★☆ 휴가를 자주 낼 수 없다면 힘들다. 물론 돈도 많이 든다. 편견 ★★☆☆ 요즘에야 해외여행 가는 것에 대한 편견은 별로 없지만 주말에 자주 나갔다 온다면 소비지향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합계 ★★★☆ 돈은 들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숨은 쉬고 살아야 한다. 특히 한국에서 갑갑함을 느낄 경우에는. 나갔다 오는 것이 정신적 건강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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