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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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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턴 온 더 뮤지컬] 밤무대 로커에서 뮤지컬 배우 된 사연
“어떻게 뮤지컬, 시작하셨어요?” 자주 듣는 질문이다. 뮤지컬에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 어릴 적부터 기타 치고 노래하며 최고의 로커가 되기를 꿈꿨을 뿐이다. 그래서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하고 록밴드를 만들었다. 홍대 클럽에서 연주하며 하루하루 로커의 꿈을 키워가던 1999년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긴 머리를 흔들어대며 클럽공연을 마치고 내려오는데 낯선 사람이 다가왔다. 그 사람은 마치 “도에 관심 있나요?” 하는 ‘도인’ 같았다. “뮤지컬에 관심 있으신가요?” 내게 연락처를 건네며 오디션에 참가하라고 제안했다. ‘춤도 못 추고 연기도 못하는데 설마 내가 되겠어?’호기심에 일단 오디션 장소를 찾았다. 전형적인 1980년대 로커의 교복이라 할 수 있는 허리까지 기른 긴 생머리에 가죽재킷, 가죽바지, 거기에 웨스턴부츠를 신고 다녔는데 그 복장 그대로 오디션장을 찾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오디션장 입구에 들어서는데 응시표 검사하는 사람이 위아래로 훑어봤다. “오디션 보러 오셨어요?” “네.” 그 사람은 다시 한번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대기실을 가리켰다. 괜히 온 건 아닌가 하며 문을 열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숱한 남자들이 다리를 찢으며 희한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몸과 목을 풀고 있었는데, 그들은 마치 예전 영화 <페임>에서 본 듯한 형형색색의 민망한 무용복을 입고 헤어밴드를 하고들 있었다. 너무 놀라 문고리를 잡고 선 채로 5초 동안 얼음이 되어버렸다. 놀라기는 그들도 마찬가지였던 듯. 너무나 다른 내 모습을 본 그들도 나를 멍한 눈으로 바라봤다. 당황한 나머지 문을 닫고 나왔다. 화가 잔뜩 난 나는 오디션을 제안한 이에게 전화를 걸어 소리 질렀다. “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그는 그냥 노래만 하고 나오라고 달랬고 10분 정도 고민한 끝에 일단 대기실 구석에 앉았다.
오디션은 5명씩 들어가 치렀다. 다른 응시자들이 춤출 땐 뭘 해야 하지? 멀뚱멀뚱 서 있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박수를 쳤다. 노래 부를 차례가 되자 평소 즐겨 부르던 이글스의 ‘데스페라도’를 불렀다. 오디션이 끝나자 마음은 후련했지만 괜히 왔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는데, 맙소사! 다음날 1차 오디션에 통과했다는 연락이 왔다. 이제 2차 연기 오디션을 보러 오란다. 어릴 적 교회에서 한 성극 외에 연기 경험이 없지만, 나름의 최선을 다해 연기 오디션을 봤고 며칠 뒤 합격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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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의 턴 온 더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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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진 음악창작단 ‘해적’ 대표·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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