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8.04 11:19
수정 : 2011.08.04 11:19
송용진의 턴 온 더 뮤지컬
뮤지컬 시장 커지는데 스타급 빼면 현실 열악
최근 한 뮤지컬 시상식의 수상 소감이 큰 이슈가 됐다. 연출자 겸 극작가인 ㄱ씨는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현실의 어려움과 스태프들이 겪고 있는 고통 등을 토로하면서 “독립운동을 하는 기분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말했다. 뮤지컬계의 톱스타인 ㄴ씨는 “최근 개런티(출연료)가 공개돼 어려움을 겪었고, 많은 돈을 받는 것답게 제값을 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동안 뮤지컬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고 대형화됐다. 편당 제작비도 엄청나게 올랐고 1년 동안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도 엄청 많아졌다. 시장이 이렇게 커지면 이 업계 종사자들의 환경도 그만큼 좋아져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무대 공연예술의 수입원은 대부분 티켓 판매로 이루어진다. 객석 수는 한정적이어서 최대 수익금은 대략 예상이 가능하다. 제작자들은 어느 정도의 손익분기점을 결정하고 총 제작비와 티켓 금액을 결정할 텐데 그 제작비의 많은 부분이 스타배우들에게 집중되는 것이 문제다. 스타배우들은 그만큼 이른바 ‘티켓파워’를 갖고 있고 실제로 톱배우들은 자신이 출연하는 공연 회차를 대부분 매진시키니 당연히 그만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공연은 영화나 다른 대중예술과 달리 수익이 한정적이다. 제작비의 많은 부분이 스타배우에게 집중된다면 누군가는 그만큼 희생을 당해야 한다. 그 희생자는 어린 앙상블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인 것이 현실이다. 공연계에서 일하는 배우나 스태프들은 대부분 계약직이다. 보통 신인 앙상블 배우들은 회당 3만~7만원의 개런티를 받는다. 연습기간까지 고려하면 금액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함께 일한 무대 스태프인 어린 후배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두달 공연과 두달 연습 동안 총 3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월 30만원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총 30만원이었다는 것. 그나마 공연을 하면 이만큼이라도 벌고 밥이라도 먹지만 그나마 공연이 없으면 이마저도 어렵다. 일을 하고도 돈을 못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한 배우가 배우들을 대표해 제작자에게 밀린 개런티에 대해 이야기하러 갔다가 폭행당한 사건도 있었다. 영화계에서 최고은 작가의 사망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ㄱ씨가 극작가로 참여해 뮤지컬 시상식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고 5개 부문을 수상한 창작 뮤지컬 <서편제>의 제작자인 조왕연 대표도 빚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근 이런 사건 이후 뮤지컬계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저예산의 인디뮤지컬들이 생겨나고 있고 스태프, 배우들이 개런티 없이 수익금을 공동으로 나누는 공연도 생겨났다.
오는 22일엔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위원회의 총회가 열린다. 이런 모임이 처음이라 다들 낯설어하지만 배우들 사이에서도 뭔가 바꿔 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 자리를 통해서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어린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을 위해 대안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나 또한 참여해서 작은 도움이 되도록 하려 한다. 참고로 나의 첫 개런티는 연습과 공연 8개월 동안 총 350만원이었다.
음악창작단 ‘해적’ 대표·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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