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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27 11:19 수정 : 2011.10.27 11:19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거리의 뮤지컬 극장들.

[esc] 송용진의 턴 온 더 뮤지컬

자유분방·엽기발랄한 뉴욕 브로드웨이…상상 초월의 문화가 부러웠다

3주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미국 극작가 미아 청과의 국제협력 프로젝트 ‘모던 판소리’ 공연 제작을 위한 여행이었다. 지원금도 미국에서 받았다. 2주 정도는 뉴욕에서 머물며 20편이 넘는 공연을 봤다. 브로드웨이에서는 화려한 뮤지컬을 볼 수 있었고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는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멋진 공연들을 접할 수 있었다.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는 문화적 충격까지 받았는데, 여기에서 본 다양한 시도 덕분에 예술적 감성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가장 놀라운 점은 뉴욕 대부분의 공연장에서 술과 음료, 스낵 등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음식물 반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객석 안에 작은 바를 마련해 놓은 곳도 있었고 어떤 극장은 객석에서 주문을 받고 서빙까지 해줬다. 공연을 관람하며 맥주와 칵테일을 마시는 경험은 신선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공연에선 배우가 담배를 실제로 피우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객석에서 담배 냄새를 싫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뉴욕에선 여전히 담배를 피우며 공연을 하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시늉만 하는 게 개인적으로 더 좋지만, 무대 조명과 어우러지는 담배 연기나 살짝 나는 담배 냄새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요즘 우리나라는 객석에 과잉 친절을 베풀고 있는 건 아닌가. 담배 피우는 장면에선 그래도 직접 불을 붙이고 피워줘야 맞는 것 같다.

나이든 배우들도 인상적이었다. 배역의 나이에 맞는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었고, 중년을 넘어선 배우들이 주인공을 해야 하는 공연도 참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어린 배우들이 분장을 하고 나이든 역을 연기하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사실 공연에서 10대 역은 20대가, 20대 역은 30대가 잘한다. 그래야 좋은 연기가 더 안정적으로 나온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40대 이상의 배우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부러웠던 건, 다양한 지원 속에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올려지는 것이었다. 창작자들이 상업적 작품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작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시도나 발상만으로도 충분히 부러운 일이다. 실제로 뉴욕에서 접한 최고의 공연은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의 공연이었다. 제작자는 ‘사이코 록 오페라 퍼포먼스’라고 공연을 소개했다. 우리도 지원 프로그램이 많다면 이런 일이 가능할 텐데….

3주간 미국의 공연을 매일 만나며 느낀 점은, 훨씬 유연하고 자유롭게 공연을 대하고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좀 딱딱하고 제약이 많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잘라 말할 순 없지만 예술은 자유로운 사고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우리도 황당하고 엉뚱한 상상에 과감히 투자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글·사진 송용진 음악창작단 ‘해적’ 대표·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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