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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19 14:06 수정 : 2012.01.19 14:06

[매거진 esc] 송용진의 턴 온 더 뮤지컬
배우, 스태프, 관객 모두 상처입은 ‘쓰릴미’ 사태

아쉽게도 오늘은 ‘턴 온 더 뮤지컬’의 마지막 칼럼이다. 어떤 내용을 쓸까 고민 끝에 기자들도 다루길 꺼리는 ‘쓰릴미 사태’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한다.

얼마 전, 뮤지컬 <쓰릴미>(사진)의 연출가가 자신의 트위터 보조계정에 그 공연 마니아 팬들을 “크레이지”라고 표현한 것이 알려지며 팬들 사이에서 논란을 빚은 게 이 사건의 핵심이다. 배우로서 바라본다면, 연출가와 팬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 <쓰릴미>는 초연부터 지금까지 공연을 수없이 반복 관람해온 팬을 기반으로 장기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몇 안 되는 작품이다. 그런 팬들에게 아무리 보조계정이라지만 공개되는 매체를 통해 연출가가 크레이지라고 표현한 점은 무조건 잘못이다. 게다가 제작사와 연출가가 팬들의 공개적인 사과 요구에 너무 늦게 응한 점도 큰 문제다.

그렇다면 연출가는 왜 그런 표현을 했을까? 장기공연을 하다 보면, 제작사는 작품 발전을 위해 변화를 시도하곤 한다. 배우나 연출가를 바꾸기도 한다. 비록 이번 <쓰릴미>를 보지 못했고 개인적으로 연출가를 알지도 못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출가가 작품에 새로운 시도를 했고, 기존의 공연에 익숙했던 팬들이 이를 비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연출가가 “크레이지”라는 발언까지 했던 것이다.

배우인 나도 공연을 하다 보면 연출가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연습과정에서 맞춰 나가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 연출가가 결정한 그림에 맞추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보통 자신의 캐릭터와 연기만 생각하지만, 연출가는 공연 전체를 보기 때문이다. 결과가 나쁘다면 책임도 연출가의 몫이다. 축구팀은 시즌 중 성적이 안 나오면 감독을 바꾸는 극단적인 처방을 하지만, 무대에서는 연출을 경질해 공연을 바꿀 수는 없다. 이미 짜 놓은 연출 방식을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최소한 한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그 연출가를 믿어줘야 한다.

건전한 비판은 약이지만, 도를 넘어선 비판은 독이 될 수도 있다. 예전에 공연을 보고 나오는 길에 한 관객이 비장한 모습으로 다가와 공연이 마음에 안 든다며 내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음해서 연출가와 제작사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 공연은 한 연출가가 만든 두번째 시즌 공연이었다. 게다가 예술이란 건 원래 지극히 주관적인 게 아니던가?

‘쓰릴미 사태’는 며칠 전 제작사의 공식 사과로 어느 정도 진정을 찾는 분위기다. 팬들은 그들이 사랑하던 작품의 수장에게 너무 큰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 연출가도 중도하차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자는 그 무대에 서 있는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그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이 아닌가 싶다.

몇년 사이 급성장하면서 뮤지컬 시장은 만만찮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이번 진통이 뮤지컬 시장을 좀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끝>

음악창작단 ‘해적’ 대표·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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