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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9 19:32 수정 : 2011.06.10 17:19

[낮은 목소리] 자살방지 카페 운영자 인터뷰

인터넷에서 ‘자살 사이트’를 검색하면 ‘우울증 자살방지 119도우미’라는 카페가 눈에 띈다. 회원수가 3700여명이다. 이곳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위로를 받고 ‘나쁜 마음’을 돌리는 공간이다. 운영자 ‘멜론’은 한때 자신도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가 극복하고 지금은 자살위기자를 돕는다고 했다. 그는 왜 자진해서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의 손을 잡아주고 있을까. 지난 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아직 사람들 앞에 자신을 드러내기 힘들다며 이름과 나이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다.

-자살 카페를 찾으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이곳을 발견했습니다.

“2009년에 동반자살이 유행했잖아요. 강원도에서 2~3일 만에 떼죽음이 일어났을 정도로 대한민국이 초상집이었죠. 동반자살하는 사람들은 혼자서는 못 죽어요. 서로 사이트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못 죽을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자살 사이트를 찾는 사람이 이곳으로 올 수 있도록 카페를 만들고 연락처를 남겨놓았어요.”

-반응이 오던가요?

“3일 만에 50대 남자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자기 부인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는 동영상을 인터넷에서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배신감에 견딜 수 없어 차에다 제초제를 싣고 다닌다고 했어요. 얼른 그를 만나 병원에 데리고 가서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죠. 그렇게 죽고 싶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카페에다 글을 남겼어요. 그들에게 댓글을 달고 필요하면 쪽지도 보내고 전화도 했죠. 지금까지 1000여명에게 상담을 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정말 효과가 있나요?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잘 먹히더라고요. 혼자 캐나다로 유학 간 여중생은 스트레스를 음악 듣는 것으로 풀다가 고막이 터졌어요. 죽고 싶다고 카페에 글을 남겨서 몇번 쪽지를 주고받으면서 나아졌어요. 얼마 전에는 한국에 들어와 저한테 많이 좋아졌다고 안부를 전해왔어요. 사람들은 자기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아요.”

-주로 어떤 사람들이 이곳을 찾나요?


“대부분 어렸을 때 부모가 이혼하는 등 가정이 깨지거나 어릴 때 학대를 당한 경우예요. 다음으로는 사업하다 망해 빚지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고요. 고객 돈을 빼돌려 투자를 했다가 8천만원을 날린 증권사 직원, 사업을 하다 16억원을 빚진 부부 등이 찾아왔어요. 중요한 건 주변에 고민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최근엔 초등학생이나 여중생들이 카페를 많이 찾아 걱정이에요. 그런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부모나 형제들이 고민을 진지하게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릴 때 가정이 깨진 뒤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렸어요. 서른살에 죽으려고 약을 먹었는데, 하늘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어요. 그 뒤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썼지만 우울증이 완전히 가시진 않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에크하르트 톨레의 <나우>(NOW)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책을 접하고 생각이 180도 바뀌었어요. 소프트웨어를 바꾸듯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으로 완전히 바꾸는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날 마음이 고요해졌어요. 그때 ‘아, 이거면 남을 도울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자살률이 높은 사회입니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나요?

“교통사고가 나거나 갑자기 쓰러져 생사를 넘나드는 위급 상황이 닥치면 119를 부르잖아요. 우울증도 마찬가지예요. ‘정신적인 응급 상황’이란 개념을 일반인들은 잘 몰라요. 자살 직전에 도움을 요청하면 누군가가 출동을 하는 시스템이 필요해요.”

이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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