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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30일 김진숙 위원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힘들다”는 말 뒤의 표정은 여전히 천진하다. 한겨레21 박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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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 당신에게/산적 두목
희망 버스가 오기 전 까지 나는 당신을 알지 못 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그때 그 시절 그런 일들이 있었음을 알게 해 었습니다.
당신께서 미싱 보조를 할 때 저는 마이깡(후크) 망치질을 했습니다.
당신께서 해운대 백사장에서 하드통을 울러 메고 뛰어 다닐 때
나는 갈대꽃 비자루를 등에 지고 남천동 주택가 골목을 헤매였습니다. 당신께서 전태일을 만나 이땅에 근로기준법이 있음을 알리고 자본과 맞서 싸울 때 저는 노동은 천한 것이라고 생각 하고, 자본가를 꿈꾸며 자본을 좇아 부나방 처럼 달려 가 노예가 되었습니다. 삶이 벅찰 때 마다 세상을 원망 하며 긴 세월을 덧 없이 보낸 내게 “거북선을 만드는 사람도 노동자요,아름다운 선율의 악기를 만든 사람도 노동자” 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당신께서 크레인에 올라 갔다는 뉴스가 신문 끄트머리를 메울 때 의례히 있는 연중 행사 쯤으로 치부 하며 내 입에 밥술 넣는게 먼저라 생각 하고 애써 외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촛불 하나 드는게 전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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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7일 회사 관리자들과 함께 ‘희망버스 반대’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 영상캡처.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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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타워크레인에서 158일째 고공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응원하려고 전국 각지에서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대교에 도착한 시민·학생들이 12일 새벽 한진중공업을 향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부산/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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