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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5 20:00 수정 : 2012.02.05 20:00

고종석 언론인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4·11 총선을 앞두고 썩 데면데면해졌다. 지도부를 선출한 직후 야권 연대를 다짐했던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그쪽에 신경을 덜 쓰는 눈치다. 그러나 나는 이번 총선에서 두 당이 ‘완전한’ 선거연합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4·11 총선의 중요성이 12·19 대선의 중요성보다 외려 더 크기 때문이다. 리버럴-진보세력 처지에서는 이 선거가 반드시 이겨야 할 선거일 뿐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할 선거다.

왜 그런가? 지금 여론 동향이 어떻든, 올 12월 대선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이는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소위 안철수 현상이든 문재인 바람이든 언제라도 신기루로 변할 수 있다. 더구나 올해 대선에서 야권 후보는 이명박과 겨루는 게 아니라 박근혜와 맞선다. 총선에서야 이 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에너지가 되겠지만, 대선에서도 그럴 가능성은 사뭇 낮다. 유권자 대부분은 박 위원장을 이 대통령의 동지로 보는 게 아니라 최대 정적으로 여긴다. 따라서 민주통합당은 이번 대선에서 진다는 가정 아래 4월 총선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압도적 여소야대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렇게 될 때, 12월 대선에서 정권을 바꿀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갈등을 빚는 것은 좋은 조짐이 아니다. 이 점을 민주통합당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선거구에서든 통합진보당이 자력으로 자당 후보를 당선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 잡탕정당은 대다수 선거구에 후보를 냄으로써 민주통합당 후보의 당선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사실 이런 자살테러 협박은 통합진보당의 유시민 공동대표가 개혁당 시절에 민주당을 겨냥해 이미 써먹은 바 있다.

그렇다면 작게는 선거구 수십 군데, 최악의 경우 200여 군데에서 두 당이 협상을 하거나 경선을 해야 하는가? 이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두 당의 갈등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있다. 두 당이 ‘자매정당’임을 선언하고, 출마 선거구를 나누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민주통합당은 영남 이외 지역에만 후보를 내고, 통합진보당은 영남 지역에만 후보를 내는 것이다. 독일에서 기독교민주당과 기독교사회당이 자매당으로서 함께 움직이듯 말이다. 알다시피 독일에서 기독교민주당은 바이에른주 이외 지역에만 후보를 내고, 기독교사회당은 바이에른주에만 후보를 낸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도 그 정책을 놓고 보면 자매당이 못 될 이유가 없다.

물론 이 제안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양쪽에 다 맞갖지 않을 것이다. 우선 당장 영남권 출마를 디딤돌로 삼아 대권을 겨냥하고 있는 민주통합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손사래를 칠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통합진보당대로, 지역당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리버럴-진보세력이 큰 갈등 없이 이번 총선을 치러낼 유일한 방법이다. 더구나 이 방식은 새누리당의 영남 독식을 깨는 유력한 길이다. 실상 영남 유권자들이 민주당이나 그 전신 정당들에 표를 주지 않은 것은 이념적 이유에서가 아니라 지역적 이유에서였다. 이것은 누추하지만 인정해야 할 현실이다. 민주통합당은 그 출범 과정에서 호남색을 꽤 씻어냈지만, 영남 유권자들이 만족할 정도는 아닌 듯하다. 이것은 과거 열린우리당이 영남에서 홀대받았다는 사실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반면 통합진보당에는 호남색이 전혀 없다.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을 경우, 해볼 만하다. 특히 통합진보당의 명망가들은 이길 확률이 꽤 높다.

물론 꼭 그러리라는 법은 없다. 이 방식은 대선 이후 연합정부 구성을 전제로 한 것이니만큼, 영남 유권자들이 통합진보당을 백안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고려는 해 보자. 양당 지도부가 통 큰 결단을 내리고 자매당으로서 함께 움직인다면, 4월 총선만이 아니라 12월 대선도 리버럴-진보세력에게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메아리를 불러일으키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이런 정치공학적 글을 칼럼이랍시고 쓰는 내가 무참하다. 고종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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