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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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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버지의 정치적 과오를
손톱만큼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긍정하는 딸이기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서 극보수 새누리당이 다시 집권하든 민주통합당과 안철수를 아우른 중도세력이 정권을 되찾아오든, 민중 생활에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이다. 어려운 사람들의 기대와 환호 속에서 태어난 노무현 정권 아래서 사회양극화가 되레 심해졌다는 사실은 이런 예측을 슬며시 정당화한다. 남북관계가 더 나빠지지도 않을 것이고, 외교가 미국에 더 종속적이 되지도 않을 것이다. 새로운 새누리당 정권이라 해서 전쟁을 각오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를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지는 않을 테고, 유권자들의 자연스런 민족주의 감정을 거스르려 작정하지 않는 한 지금보다 더 친미적인 스탠스를 취하기는 어려울 테다. 다만 중도세력이 집권하면 이명박 정권이 크게 훼손한 시민적 정치적 자유를 제자리에 되돌려놓으리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이런 예측을 바탕에 두고, 좌파 정치권 한켠에서는 정권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계급투쟁이 중요하다고 힘줘 말한다. 한정된 정치적 도덕적 열정을 정권교체 같은 허깨비에 쏟을 게 아니라, 민중 생활 개선을 위해 쓰자는 얘기다. 일리가 없지 않다. 나 역시 지난번 대선 땐 그런 생각으로 민주노동당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다르다. 왜? 새누리당 후보로 나올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이가 박근혜이기 때문이다. 왜 박근혜는 다른 새누리당 후보들과 다른가? 그가 박정희의 딸이기 때문이다. 낡아빠진, 위헌적인 연좌제라고? 결코 그렇지 않다. 박근혜가 아버지의 모든 것을 긍정하는 딸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의 정치적 과오를 손톱만큼도 인정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불법으로 빼앗아 지금 그가 움켜쥐고 있는 엄청난 재산을 본디 주인에게 되돌려줄 생각도, 나라에 헌납할 생각도 없다. 따라서 박근혜와 박정희를 구분하는 일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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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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