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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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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산악인 다룬 ‘신들의…’
데즈카 오사무 10년 대작 ‘붓다’
역사서보다 치밀한 ‘조선왕조…’
시공간 초월한 웃음 ‘테르마이…’
주관적 생각이지만 만화는 봄, 가을보다는 여름, 겨울에 더 어울린다. 맘에 드는 만화를 수북이 쌓아놓고서는 여름이면 바람 솔솔 부는 시원한 평상에 누워, 겨울에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계절에 어울리는 주전부리와 함께 만화를 보면 근심이 절로 사라진다. 만화 보기에 좋은 계절이 왔으니, 답답한 세월을 한쪽으로 밀어 놓고 만화를 보자. 2011년 여름에는 ‘인류와 자연의 위대한 유산들’을 만화로 만나보면 어떨까. 태풍도, 폭우도 많은 여름, 좀 통 크게 가보자. 요즘 인기 좋은 포털의 우스개 웹툰과는 구분되는 그야말로 대하서사만화를 보는 맛도 남다를 것이다.
<신들의 봉우리>(애니북스) 자연이 남긴 위대한 유산과 인간의 도전이 한데 어우러진 장소가 바로 산이다. 산에 왜 가느냐, 있으니까 간다는 선문답을 구체화해 보여주는 작품이 <신들의 봉우리>다. ‘그림으로 소설을 쓰는 작가’ 이런 타이틀이 어울리는 만화가인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은 단편과 중편이 주로 소개되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돗토리현의 풍광을 바탕으로 개인과 가족의 삶을 문학적으로 묘사한 <열네살>, <아버지> 같은 중편은 물론 기르던 개의 죽음을 사실적으로 옮긴 <개를 기르다>나 음식을 해설하지 않고 먹는 행위에 집중한 <고독한 미식가>까지. 작가 이름만으로 안심하고 만화를 고를 수 있는 작가가 바로 다니구치 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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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글
다나구치 지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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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데즈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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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박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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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만부는 기본이고 1000만부 넘게 팔렸다는 학습만화들은 대개 이야기 작가와 그림 작가가 나뉘어 있고, 기획단계에서 제시된 패턴에 맞춰 제작된다. 개인의 경험에 의해 설명되는 지식은 쉽게 이해되지만, 공식에 의해 요약된 지식은 한계가 많다. 박시백의 만화는 다르다. 오로지 <조선왕조실록> 창작에만 매달려 자료를 찾고, 재해석해 풀어내는 그의 만화는 마치 조선시대로 돌아가 당대의 처절한 사회, 정치 상황을 보는 듯하다. 최근작인 17권을 보면 11살에 임금이 된 순조 대신 수렴청정에 나선 정순대비가 등장한다. 박시백은 그녀가 영의정이자 당시 집권세력인 노론벽파의 영수인 심환지의 뜻에 의해 움직인 것이 아니라 탁월한 정치 감각과 결단력을 지닌 여성 정치인이라고 해석한다. 꽤나 낯설고 어려운 당대의 정치 상황을 꼼꼼하게 반영해 이야기를 끌고 간 이 만화는 <조선왕조실록>을 가장 꼼꼼하게 해석해 낸 멋진 지식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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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마이 로마이>
야마자키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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