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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포구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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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이 ‘내성천에서 쓴 편지’ 3
운포구곡은 내성천의 아홉 구비 절경지에 붙여진 이름으로구곡은 어느 한곡도 훼손하면 구곡이 되지 못한다.
어쩌다 눈 없는 이들이 구곡에 들어와 허리를 끊고 물길을 막아
상류는 수몰시키고 하류는 산을 허물어 우회철도를 놓는다고 한다. 물위에 푸른 그늘 드리운 우천(愚川).
모래톱이 아름다운 송사(松沙)
미림 마을 영강정 앞 강변 용추(龍湫)
화살같이 유속(流速)이 빠른 전담(箭潭)
구름을 실어 나르는 운포(雲浦)
금강마을을 휘돌아 흐르는 구만(龜灣)
비단을 두른 듯 물빛이 고운 금탄(錦灘)
평평하고 서늘한 동저(東渚)
영지산 자락을 안고 휘도는 지포(芝浦) [위기에 처한 내성천의 절경지 운포구곡]

수장되는 마을과 문화재는 그 수를 알 수 없고
조상의 얼이 서린 고택과 들녘에는 깊은 한숨이 서렸건만
외가에 찾아 온 아이들은 아무런 영문을 모른 채
강가에 줄낚시를 놓고 모래 쌓고 물장구로 여름 한철을 보낸다. 위기에 처한 내성천의 절경지 운포구곡
푸름이 무너져가는 강변에 앉아
빛이 사라져도 눈에 담아가야 할 세상이기에
두려운 마음 억누르며 글 편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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