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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02 10:58 수정 : 2011.09.06 17:14

경북 예천군 용궁면 회룡포 모습

지율스님의 ‘내성천에서 쓴 편지’ 6
4대강 공사가 시작된 뒤 마치 계절이 옷을 바꿔 입듯 변해가
SF 영화 같은 변신, 마지막 변신의 주인공이 ‘괴물’이 아니길!

강섶에서 울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점점 높아간다. 유난히도 비가 많아 온통 강을 향해있던 시선이었지만 여름의 기억은 벌써 우리에게서 멀어져 가고 있다.

이 여름한철 나는 강가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던 것일까? 여름 초입부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시작했고, 거의 매주 내성천 답사안내를 했다. 지난 2년 동안 낙동강의 변해가는 풍경을 눈이 아프도록 보았기에 지금 눈앞에 펼쳐져 있는 내성천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오히려 가슴이 조려지던 시간이었다.

지금 내가 서있는 지점은 위로는 영주댐이 건설되고, 아래로는 배고픈 강이 내성천의 물과 모래를 집어 삼키고 있는 강줄기의 한 지점이다. 앞으로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육지속의 섬마을이라 이름 붙은 회룡포에는 두 개의 다리가 놓이고 이 마을 아래쪽에는 낙동강에 맑은 물과 모래를 공급하던 내성천의 물길을 가두는 보가 놓이게 된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낙동강의 합수 지점인 삼강에서부터 회룡포를 지나 내성천의 중상류까지 자전거 도로가 놓이고 각종 연계 사업이 계획되어 있다.

지역 주민의 80%가 농업인구이고 60대 이상의 노인 인구가 대부분인 이곳에 수십억 대의 자전거 도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성천 종합정비 계획도 : 국토해양부>

혹자는 정권이 바뀌면 이 모든 상황이 중지되리라고 생각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3당의 대선주자와 경남도지사 그리고 부산 시장이 재검토와 백지화를 공약했던 천성산은 이후 어떻게 진행되었던가?


환경영향평가의 부실, 법적 절차의 하자, 10여개로 중복 지정된 보존 지역에 대한 실태조사, 심지어 활성화 단층으로 알려진 양산단층대를 통과하는데 대한 자료 한 장 없이 천성산관통 노선은 계획되고 설계되었지만 언론은 물론 법정에 까지 등장한 것은 500배가 부풀려진 손실수치였다. 사람들은 이 수치를 의심하지 않았고 당시 관련 논문이나 보고서를 쓰지 않은 기관이나 연구소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천성산을 통해 나는 개발논리에 기대어 사는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모습을 보았고 그 논리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논리인지 알게 되었다.

기실 4대강 사업은 그 고삐를 잡고 있는 기획자가 아직 누구인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 있어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내용과 알려져 있지 않은 내용사이에 간극은 SF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것이어서 내가 예측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4대강 사업을 총괄했던 기획자는 이 사업이 종결 된 후, 우리가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된 모습으로 타날 것이라는 것이다.

바라기는, 마지막에 나타날 변신의 주인공이 ‘괴물’이 아니기를!

지율스님

회룡포 전망대에 올라

내성천에서 쓰는 편지 6

풍양 버스터미널에는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 그려 있는,
빛바랜 회룡포 마을 전경사진이 걸려 있다.

2009년, 4대강 사업이 시작된 후,
이곳은 마치 계절이 옷을 바꿔 입듯 변해갔다.

마을 둘레에는 올레길이 생기고
호수공원과 주차장, 편의시설들이 생겨났다.

앞으로 두 개의 다리와 자전거도로가 놓이고
마을 아래쪽에는 흐르는 물과 모래를
가두는 보가 생긴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시선이 머물었던
무색의 아름다움이 위협받고 있다.

어쩌면 위협당하고 있는 쪽은
우리들에게 남겨진 내일인지도 모른다.

이제 갈 수 없게 된 옛길,
그 순한 아름다움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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