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의 ‘내성천에서 쓴 편지’ 7
지난여름, 어류 생태학자가 되는 것이 꿈인 정훈이와‘물깃사랑 - 물에 깃든 생명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예쁜 이름의 동아리 친구들이 내성천으로 어류 조사를 왔다.
서울에서 버스를 3-4번씩 갈아타고 온 학생들을 보니
기특한 생각이 들어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려 함께 강으로 갔다. 학생들은 강가에 닫자마지 어류조사는 뒷전으로 강물로 뛰어들었다.
스스로 고기가 되어 물에 놀아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듯이
한바탕 물장구를 치고 난 후 학생들은 지천합수부 부터 어류 조사에 들어갔다.
정훈이가 어망을 치고 나머지 세친구가 어망 쪽으로 고기를 몰았다.
능숙한 솜씨였다. 어망에 걸려 올라온 고기들에게는 퍽 미안한 일이지만
물 밖 세상에 나온 이 물고기들은 내성천의 생태계를 대표하는 물고기들이다.
붕어, 모래무지, 피래미, 버들치, 옆새우, 물방개, 물자라......
때로는 모래사장을 기어가는 넓적조개가 관찰의 대상이 되었고
모래위에 찍힌 수달의 발자국과 배설물에도 관심을 보였다. 고무신 한 짝만 있으면 언제든지 피래미를 가득 잡을 수 있던 어린 시절,
강은 우리의 놀이 동산이었고 우리는 한 마리의 물고기에 지나지 않았다.
강은 점점 화려해졌지만 강가에는 “위험”,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붙어있고
급기야 강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물깃사랑’아이들이 그리는 세상이 하루빨리 오기를 빌었다.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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