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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9.14 11:52 수정 : 2011.09.14 15:09

아름다운 길 100경으로 선정 된 내성천의 대표적인 물도리 마을인 무섬 강변

지율스님의 ‘내성천에서 쓴 편지’ 8

이명박 대통령이 지천 사업을 강행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날, 우리는 내성천 상류에서 뗏목을 띄웠다. 사실은 물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강에 들어가 흐름을 느껴보고 싶었고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뗏목이라는 창으로 열어보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평평한 내성천에 뗏목을 띄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너무 가벼워도 너무 무거워도 뗏목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저런 여건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뗏목은 작고 사실 좀 우스웠다. 그러나 뗏목은 낭만적인 기대를 하기에 충분했다. 물길을 가는 길은 산길을 가는 것과 달리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물이 가는 것이다. 한용운 스님의 시구처럼 뗏목은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가야 ”하는 것이다.

동행한 친구는 지난 겨울부터 조계사에 설치되어 있는 <공간 모래> 전시를 맡아 기획하고 있는 박은선씨였다. 물야에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 문 총각과 수몰 지구에 사는 평은댁의 도움을 받으며 우리는 운포 구곡의 최상류인 지포에서 뗏목을 띄웠다. 가을 물이 드는 내성천은 아름답고 끊임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 같았다. 뗏목 주위를 빠르게 스쳐가는 물고기떼와 버드나무 그늘 속에 둥지를 틀던 새들의 지저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내성천의 품에 깃들어 갔다.

영주댐 하류 미림 강변 모습

그러나 그러한 평화는 영주댐 공사현장에서 막혀 불과 한나절을 가지 못하고 깨어져 버렸다. 산과 강이 파헤쳐지고 있는 댐 공사 현장은 차마 눈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살풍경이었다. 우리는 차량으로 뗏목을 날라 영주댐 하류인 미림 마을로 내려왔지만 이미 미림 강변은 댐 건설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잃어버려 물은 탁하고 강은 거칠어져 있었다. 우리는 운포 구곡의 나머지 절경지들을 지나쳤지만 더 이상 평화로운 마음을 가질 수 없었다. 영주댐 공사장 주변 마을에는 “여러분의 소중한 추억을 담아 아름다운 영주댐으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라는 금속성 소리 나는 문구의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붙어있었다.

물도리 마을 강변

아름다운 길 100경으로 선정 된 내성천의 대표적인 물도리 마을인 무섬 강변까지 내려왔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뗏목을 타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미 우리의 관심이 이미 모래들이 쓸려 내려 간 곳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뗏목을 버리고 영주댐 하류에서 쓸려나간 모래의 행방을 찾아보기 위해 내성천과 삼강이 만나는 합수부로 향했다.


삼강합수부 모래 전후 비교 사진. 2009년 6월 모습(왼쪽) 2011년 9월(오른쪽)

예상대로 삼강 하류는 4대강공사가 시행되기 전보다 더 많은 모래톱이 형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낙동강에 6m준설이 미친 영향임은 자명했고 낙동강 전역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가장 잘 이야기하고 있었다.

4대 종단 기도회가 열렸던 경천교 상류의 강변은 눈을 의심 할 만큼 깊은 모래톱이 쌓여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절망밖에 할 수 없었고 눈물조차 보탤 수 없어서 나는 그 강변을 떠나왔었다. 하지만 강은 세상이 저를 상처 입히고 잊고 있을 때에도 아무런 원망도 애증도 없이 묵묵히 스스로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부디 이 일을 기록하고 잊지 말아달라고....그리고 같은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경천 강변 전 후 비교사진. 위에서부터 2009년 4월, 2010년 12월, 2011년 7월, 2011년 9월 모습

정말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만일 지금이라도 우리가 강의 변화에 주목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강을 바라본다면 머지않은 시간 안에 강은 우리에게 다시 돌아 올 것이다.

이제 두세 차례 남은 연재 기간 동안 낙동강 하구로 내려가면서 강이 겪고 있는 이 변화들을 전하려한다. 그것이 내가 내성천에서 물과 모래의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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