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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01 21:35 수정 : 2012.01.01 21:35

이강국 교수의 경제산책

2012년, 지구가 종말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새해가 밝았다. 천체의 운동에 관해 뛰어난 지식을 지닌 고대 마야인들은 세계의 주기적 파괴에 관해 믿었는데, 그들의 달력이 2012년 12월 동짓날이 되면 끝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태양폭풍, 지구자기장의 역전과 지축의 정립, 행성 X의 접근과 별들의 정렬 등, 2012년 인류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것들이 너무 비현실적이라면, 지진과 화산 등 자연재해, 심각해지는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 바이러스의 확산과 세계대전은 또 어떤가.

경제에 종말론이 있다면 역시 마르크스에서 시작할 것이다.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마르크스의 연구는 흔히 자본주의의 종말론으로 오해되었다. 백 년 전의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자동붕괴론을 주장했고, 자본주의가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물론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자본주의는 숱한 위기들을 거치고, 전쟁과 국가의 개입, 그리고 자유화와 세계화 등 온갖 처방을 통해 기운을 차려 왔다.

이제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주의의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땅이 갈라지듯 금융시장이 무너지고 기업들이 쓰러졌으며, 경제붕괴의 두려움이 해일처럼 전세계를 덮치지 않았던가. 이제 경제신문에서조차 마르크스를 운운하고 급진파 일각에서는 자본주의의 최종적 위기를 말하기도 한다. ‘닥터 둠’이라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위기의 경제학을 고민하더니, 자본주의가 스스로를 파괴할 것이라 했던 마르크스가 옳았다고 고백했다. 물론 그가 이야기하는 위기의 원인과 대안은 마르크스의 원래 주장과는 거리가 크다는 비판도 많다. 하지만 이쯤 되면 정말로 경제학 교과서들을 잠시 덮고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진지하게 읽어볼 때도 되었다.

최근의 위기와 불황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저절로 붕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의 내적 모순과 위기에 이르는 경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했고 이윤율의 변동과 관련된 자본 축적의 동학을 밝혀냈지만, 자본주의의 종말을 예언하지는 않았다. 그는 오히려 공황은 남은 기업들의 수익성을 높여주고 자본주의에 새로운 활력을 준다고 썼다. 종말론과 달리 사회의 변화는 역시 사람의 몫이다. 그는 세계를 해석하는 것을 넘어 바꾸려 한다면 누군가의 의식적 노력과 기득권과의 대결이 필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1980년대 이후의 금융주도 신자유주의의 시대는 분명 저물고 있다. 자본주의는 70년대의 구조적 위기를 노동자에 대한 억압과 부채와 거품을 부추긴 금융의 팽창을 통해 우회해 왔다. 그러나 불평등하고 정의롭지 못한 이 질서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를 낳았고 이제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에 직면해 있다. 낡은 질서를 깨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는 싸움이 결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2012년은 지구 종말의 해 대신, 자본주의 역사의 새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종말과 함께 나타난다고 예언된 마야의 신 ‘볼론 욕테’도 전쟁의 신이자 또한 창조의 신이 아니던가. 리쓰메이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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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이강국·류동민 교수의 ‘경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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