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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19 19:18 수정 : 2011.11.09 18:15

명동는 거대한 백화점이다. 거리 전체가 상품의 전시장이다. 한 속옷 가게를 지나가는 여성들.

도시 공간과 사람, 명동 이야기’ 실험 프로젝트
<3회> 사람과 공간
보조 2: 건물 관리인에게 들어 본 ‘임대료의 경제학’

“워낙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브랜드 홍보 효과 엄청나지. 수익이 크게 나지 않더라도 기업들이 비싼 임대료 내가면서 가게를 내는 것 아니겠어.”

대기업 매장이 앞다퉈 명동에 진출하는 이유에 대한 한 건물 관리인의 진단이다. 그는 퇴직 후 11년 동안 부동산 중개업을 했고, 2년째 4층짜리 건물을 관리하고 있다. 명동의 부동산과 임대료 흐름에 대해 나름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졌다.

그가 관리하는 화장품 매장의 창업자금은 최소 6억원(인테리어 비용 3억5천만원, 기타 창업자금 2억원, 월 임대료 5천만~6천만원)이다. 그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요즘 명동에서 개인들이 장사하기는 힘들어졌다”며 “자영업자가 명동에 장사가 되는 목에 가게를 낼 수도 없을뿐더러 자금력이 없으면 버티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인터뷰 중 임대료와 부동산과 관련한 주요 부분이다.

명동거리에서 부동산 점포는 건물의 맨 위층에 존재한다. 1~2층 등 목이 좋은 상가는 옷 가게나 화장품 가게 차지다.
-관리하는 건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달라.
“4층짜리 건물인데, 7곳에 임대를 내주고 있다. 1층은 브랜드 화장품 대리점이고, 2층은 음식점, 3층은 카페, 4층은 개인 사무실 등이 있다.”

-여기서 하는 일은?
“건물 관리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건물 청소와 경비 업무는 기본이고, 임차인과 계약, 세무 관리, 임대료 수납 등을 한다. 일반 건물의 경비 업무와는 수준이 다르다.”

-건물 임대에 특징이 있나?
“이 건물은 대체로 임차인이 자주 바뀌지 않는 편이다. 보통 1층이나 2층, 지하는 손님들이 많아서 임대료도 비싸고 그만큼 자주 바뀐다. 임대료가 비싸 수지 맞추기가 어려우니 당연하다. 장사 안되면 비싼 임대료 맞추기 힘들다. 그러면 나가야지 별수 있나? 반면 고층일수록 임대료가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임차인이 자주 바뀌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런 곳은 개인 사무실이나 사주카페, 병원, 피부미용실 등 단골을 꾸준히 유치할 수 있는 업종이 분포하는 것 같다. 자기 건물을 가지고 장사하는 사람이 아니면 명동 건물의 상가 입주 형태가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이다.”

-이런 곳에 매장을 열려면 얼마나 필요할까?
“이 건물 1층에 화장품 가게를 낸다면, 임대료가 월 5천만~6천만원 할 것이고, 인테리어 비용 3억5천만원, 기타 창업 자금 1억5천만 등 최소 5억~6억은 들 것 같은데….”


-그렇게 비싼데 수익이 나나?
“그러니까 그런 곳은 대기업이 들어오는 것 아니냐. 자영업자는 목 좋은 데는 들어올 수도 없고, 들어오더라도 자금력이 없으면 버틸 수가 없다. 일반인들이 사업하기 힘들다고 봐야지.”

-그래도 대기업들이 매장을 내는 이유는?
“명동은 일종의 백화점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직접 보고 만져 보고 비싸면 안 사고, 대신 인터넷이나 홈쇼핑에서 그 물건 사는 경우도 있잖아. 브랜드 홍보 효과가 엄청나지.”

-1층 화장품 가게는 어떤가?
“거기는 장사를 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관광객들 유치해 돈 버는 거지. 관광회사와 연계가 돼 있어서 가이드가 한 바퀴 돌고 나가면 얼마씩 떼주고 하는 것 같더라.”

-명동도 가이드가 손님 끌어오면 수익 배분을 하나?
“물론이지. 우리도 외국 관광 가면 다 그렇게 하지 않나. 우리랑 똑같지 뭐. 주로 중국 사람들이 단체로 들어오면 꼭 들르는 가게들이 있지.”

-전직 부동산업자로 봤을 때 명동의 부동산은 어떤가?
“매매는 거의 없는 것 같고, 순전히 임대지. 그래도 곳곳에 부동산 중개소가 많다. 건물 하나 팔면 1년치 연봉 나오지 않나? 금액이 워낙 크잖아. 수수료 양쪽에서 다 받는다 치면 4천만~5천만원 되잖아. 1년 먹고사는 거지 뭐.”

-상가 임대료는 어떻게 결정하나?
“특별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업자들끼리 정해놓은 관례에 따르지. 목에 따라 가격이 딱 나와 있다고 봐야지. 이 건물처럼 삼거리에 있고, 어디서나 눈에 들어오잖아. 그런 곳이 비싸지. 일반인들이 볼 때는 1, 2층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겠지만, 층마다 다 다르고 그래. 그게 살아 있는 생선하고 다를 게 없어. 싱싱하고 좋은 물건일수록 값이 높은 게 당연한 이치 아니겠어.”

명동 1·2가 주요지역 공시지가.

-임대료 어떻게 올리나?
“2년 만에 한번씩 계약을 다시 하니까, 그때마다 오르겠지. 이미 들어와 있는 가게와 재계약 할 때는 아는 사람이라 아무래도 올리기 힘들겠지. 임차인이 바뀔 때 많이 올려 버리지. 그동안 안 올렸던 것까지 포함해서 올려 버리는 거지. 상대가 대기업일 때는 더 사정 안 봐주고 올리고. 그런 걸 다 요령껏 하는 거지.”

-건물 주인은 어떤 사람인가?
“30~40년 전쯤 이 건물을 매입했다고 들었다. 이 건물 시가로 100억원은 될 테고, 임대 수익만으로 한 달에 1억은 넘겠지. 어지간한 중소기업 매출 저리 가라지. 하루에 한번씩 운동 삼아 꼬박꼬박 가게에 온다. 명동 토박이는 아닌 것 같고, 다른 사업을 하다가 건물을 매입했다고 들었다. 명동 건물 주인들이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명동 토박이들은 거의 없고, 멀게는 40~50년 전 가깝게 10여년 전에 명동에 땅을 구입한 경우가 많다. 건물 주인이 ‘명동은 눈 뜨고 코 베어가는 곳’이라고 늘 조심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건물 관리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한류 스타 나타나면 일본 아줌마들 난리 나지. 장근석이 왔을 때는 일본 아줌마들이 아예 밤을 새우더라고. 새벽 1시가 됐는데, 떠들고 소리지르고 난리야. 밤새 그러더라고. 지난번에 화장품 매장 개업 사인회 때는 이승기가 왔는데, 일본 사람들이 여기 옥상 계단까지 와서 자고 그랬어. 일본 아줌마들이 왜 한국 젊은 애를 그렇게 좋아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니까.”

▶링크: 명동의 용도별 공간 분포

기획: 신기섭·박종찬 | 글, 사진 취재·편집: 박종찬 pjc@hani.co.kr | 지도·슬라이드: 신기섭 | 개발지원: 원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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