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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계단을 오르는 사람을 통해 삼나무의 거대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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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일본시골문화여행기 <5> 하구로산 삼나무 숲길
하늘 뚫을 듯 키 큰 나무가 ‘빼곡’…휴지통 하나 없을 만큼 최소한 개발
몇 년 전부터 전국이 걷기 열풍이다. 열풍에 동참하지 않아도 사람은 죽을 때까지 걸어야 할 운명이다. 일을 위해서 건강을 위해서, 정신수양을 위해서건 많은 이유들이 있다. 걷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땀이 나도록 걷고, 맞는 시원한 바람은 쉽게 중독된다. 그래서 여행의 기본은 걷는 것에서 시작된다. 어느 도시의 골목이나 시골의 들판, 숲길까지 걸을 수만 있다면 좋은 여행이 시작된다고 믿는다.
야마가타현 츠로우카시에 위치한 하구로산(羽黒山)은 갓산, 유도노산과 함께 데와삼산(出羽三山)의 하나다. 일본의 산악신앙 중에서도 역사가 오래된 곳으로, 지금도 수행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행자들에겐 가벼운 트래킹 코스로 좋은 곳이다. 단순히 좋다는 표현으로는 많이 부족한데, 직접 가보면 ‘죽기 전에 가봐야할 곳’의 의미를 알게 된다. 그러니까 당신이 하구로산을 보기 위해서라도 야마가타현을 방문할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아름다운 풍경이라는 게 상대적인 것이지만, 이곳은 취향이란 게 없다. 걷다보면 감동의 전율을 맛보게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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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삼나무 사이로 보이는 국보 고쥬노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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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구로산의 휴식터인 중간 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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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서 조금 내려가면 짙은 그늘이다. 아무리 해가 쨍쨍한 날이어도 숲길은 어두울 정도다. 해가 비집고 들어올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삼나무가 빼곡하다. 계단을 내려서면 전망이 트이면서 경치가 좋은 곳이 나온다. 다리를 건너 조금만 걸어가면 하구로산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삼나무를 만난다. 이곳 삼나무들은 워낙 덩치가 좋아서 비슷해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큰 놈이 있다. 천년이 넘은 삼나무는 하늘에 구멍을 낼 것처럼 쭉 뻗어있다. 높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꼭대기를 불려니 목이 부러질 것 같고, 둘레는 몇 사람이 손을 잡고 돌아야할지 모를 정도다. 일본 어디를 가나 삼나무 숲은 쉽게 만나지만, 이런 경치는 흔치 않다. 크기를 보여주기 위해선 사람과 같이 사진을 찍으면 좋은데, 혼자 다니다 보니 그럴 기회가 없다. 이 나무 뒤쪽으로 국보인 ‘고쥬노토(五重塔, 5층 목탑)’가 있다. 예전에 왔을 땐 아무 보호시설이 없었는데, 이젠 울타리가 만들어져 있다. 옛날엔 하구로산 근처에 사는 아이들의 놀이 장소로, 탑 주위를 돌며 기어오르곤 했었다고. 국보의 개념이 없었던 시절이니 그럴 만도 하겠다. 아이들이 노는 상상을 해보면 꽤나 근사한 그림처럼 느껴진다. 고쥬노토가 있는 곳에서 조금 들어가면 본격적인 계단길이다. 아래서 보면 까마득하게 보여, 저길 언제 다 올라가나 지레 겁낼 필요는 없다. 하구로산은 부담 없이 걷기에 좋은 곳이다. 산이 높지 않고 험하지 않다. 높이는 고작 414m에 불과하고, 정상까지 이어지는 돌계단 길은 2,446개로 총 1.7km의 거리에 불과하다. 잘 걷는 사람들은 짧게 느껴질 법도 하다. 계단길이 고행처럼 보일지 몰라도, 막상 걸어오면 어렵지 않다. 주변 삼나무 숲의 풍경이 워낙 대단해서 쉬엄쉬엄 구경을 하며 걷노라면 정상은 금방이다. 가뿐하게 통과를 하고자 한다면, 정상에서 거꾸로 내려오면 된다. 계단이 높지 않아 내리막길이 계속 되어도 무릎에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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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닦여있는 길은 산책하는 기분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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