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12.06 16:33
수정 : 2011.12.0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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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타 갤러리에 전시된 피규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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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의 일본시골문화여행기 <6> 나유타 갤러리
온천마을 야마가가타현에 위치…무장한 피규어 전시
갑옷 입은 전사가 맞이…30만엔 짜리 갑옷 입어볼수도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사람들은 두 가지 성향이 있다. 하나는 사전조사를 철저하게 하는 사람, 다른 하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무계획으로 떠나는 사람이다. 둘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계획 없이 무턱대고 돌아다니다 현지에서 생생하게 경험하는 것이 좋을 때가 많다. 하지만 정보가 별로 없는 지역을 여행한다면, 사전에 방문한 곳을 알아보는 것이, 정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이 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본인이 운영하는 블로그에서 흥미로운 여행기를 접했다. 전국시대 무장 관련 피규어를 집중적으로 수집해서 운영하는 ‘나유타(地域活) 갤러리’란 곳이었다. 블로그 내용이 자세하진 않았지만, 평소 뭔가를 꾸준히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찾아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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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나유타 갤러리의 주인인 다카하시 히로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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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안돼 주말관람객 4~5명
‘나유타 갤러리’는 온천마을로 유명한 야마가가타현 가미노야마시에 위치했다. 갤러리 입구는 평범한 상점 같은 모습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전국시대 무장 옷을 입은 남자가 반갑게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올해 55세의 다카하시 히로시. 그가 이 갤러리의 주인장이다. ‘나유타 갤러리’는 블로그에서 본 것보다 내부 공간이 많이 작은 편이어서 의외였다. 갤러리란 명칭이 큰 공간을 연상케 한 모양이다. 보통 한국에서 갤러리라고 하면, 공간의 규모가 제법 되는 편이어서 선입견을 가졌나보다.
규모와 상관없이 전시된 피규어의 숫자는 만만치 않다. 빈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빼곡히 구석구석 빈자리를 빠짐없이 차지했다. 수집은 오래되지 않았다. 3년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구매를 시작했고, 숫자가 늘어나면서 보관과 전시의 목적으로 갤러리를 오픈했다고 했다. 내부를 돌아보면 피규어의 대부분이 무사들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사무라이에 관심이 많고 그 시대의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무라이의 기개, 남자다운 박력에 매료된 것 같다. 밀리터리 마니아인데, 옛 문화에 심취한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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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당 30만엔이 넘는 고가의 갑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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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집가들이 그렇듯이 수집의 첫 아이템은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어느새 그렇게 되었어요!” 콜렉터들의 공통된 성격이다. 다카하시 히로시는 작은 사이즈의 삼국지 캐릭터가 첫 번째로 구입한 피규어였다. 척 봐도 알 수 있는 외모의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들이다. 그 후 열성적으로 수집에 나섰고, 많은 무사들이 나유타 갤러리로 속속 모여들었다.
지금은 거의 군단 수준의 숫자로 불어났다. 크기도 다양하고 무사들의 갑옷 색깔, 투구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피규어를 찬찬히 뜯어보니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다. 작은 것은 개당 500엔에서 1,200엔까지며 10개 세트를 한 번에 구입하기도 했다고.
갤러리 한쪽엔 실물 사이즈의 갑옷이 전시되어 있다. 갤러리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눈에 띄는 갑옷 장식이다. 척 보기에도 고가의 물건이다. 도쿄에 있는 카미아리샵에서 구매를 했다는데, 갑옷 하나당 30만 엔이 넘는 특별한 아이템이다. 눈으로 보기에도 공들여 제작한 것이 역력히 드러난다. 옻칠을 해서 반질 반질 윤이 난다. 철저한 사후 관리를 하는지 깨끗하다. 컬러풀한 갑옷은 <카케무샤> <라스트 사무라이> 에서 익숙한 것들이다. 다카하시 히로시는 사무라이 영화들을 무척 좋아하며, 그 두 영화에서 그려진 사무라이 의상들이 대단히 훌륭했다고 한다.
일본 2위 료칸 등 온천마을로도 유명
‘나유타 갤러리’는 순수하게 개인의 애정으로 운영이 되는 곳이다. 방문객들의 관람은 무료이고 때때로 이벤트를 벌인다. 전시된 갑옷을 입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고가의 갑옷을 다른 사람이 입어도 불안하지 않냐고 하니, 그는 절대 그렇지 않다며 웃는다. 나라면 갑옷에 손만 대어도 손상이 가지 않을까 심장이 쪼그라들 것 같다. 어쩌면 아는 사람과 절교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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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로 구입한 삼국지의 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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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타 갤러리’는 유명 관광지처럼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아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취미 공간인 탓이다. 홍보도 아직 많이 안 되어 있어, 어쩌다 소문을 접한 이들이 찾는 것 같다. 주말의 경우 4~5명 정도의 관람객이 찾는다고. 외국인들도 가끔 방문을 한다고 한다. 외국인이 오면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지 신기하다고 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아니지만, 관심을 가져주고 방문을 하고 수집품을 흥미롭게 봐주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만족한다고 했다.
가미노야마시는 온천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고급 료칸들도 많고, 일본 랭킹 넘버 2를 차지한 료칸도 이곳에 있다. 한국 여행자들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이지만 흥미로운 볼거리들도 많고, 아카데미외국어상을 수상했던 <굿바이>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를 돌아보는 것은 여행의 기본이 되겠지만, ‘나유타 갤러리’같은 작고 소박하지만 특별한 공간도 여행자의 발길을 유도한다. 다음에 이곳을 찾으면 무장들의 갑옷을 입어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뭔가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의욕이 생긴다. 순수하게 개인 소장품으로, 자비를 들여 운영되는 ‘나유타 갤러리’는 대단한 구경거리를 가진 곳은 아니어도, 방문하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머문 시간은 짧았지만, 계속 생각이 나는 이색적인 공간이었다.
글·사진 김종철 문화여행자
rawdel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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