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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위기 ‘화이트스완’시대 ④ 금융세계화의 부메랑
금융개혁만이 살길
금융-실물 균형 깨지면서 위기 키우는 구조 고착화
투기로 원유값 상승 폐해도
자산거품 꺼지며 재정타격
실업 등 사회적 약자들 고통 지난달 5일 미국 뉴욕 맨해튼.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의 근거지였던 리버티 플라자(주코티) 공원에 시민들이 둘러앉아 금융자본의 탐욕을 성토하고 있었다. 오하이오주에서 왔다는 스콧 리는 “금융자본은 실물경제의 피와 에너지를 빨아먹는 드라큘라”라며 “금융자본이 괴물이 되면서 미국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대학생이라는 디에이고 에스피티아는 “레이건 정부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금융규제를 조금씩 없애 경제위기를 키웠다”며 “모든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투기적 거래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달 8일 그리스 아테네 도심. 그리스 2대 은행으로 꼽히는 유로뱅크 출입구에 고객을 유혹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엇다. “돈을 맡기시면 금리를 2배로 드립니다.” 바로 옆 그리스 3대 은행인 알파뱅크 출입구에도 “새로운 일을 하고 싶습니까? 이자율은 3.95%를 절대 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들을 비롯한 그리스 은행들은 정부로부터 300억유로(45조원)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다. 유럽연합(EU)의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의 23%를 차지하는 액수다. 모두 국민들이 갚아야 할 돈이지만 문을 닫은 은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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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금융자본의 지배력을 키운건 탈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제임스 패럿 뉴욕재정정책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위기 뒤 구조조정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기존 거대은행들이 금융위기 이전의 시장지배력을 회복했다”며 “실질적인 개혁이 지체되면서 경제 전반적인 취약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뒤 제기된 일련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국에선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공화당과 대형 금융회사들의 치열한 로비가 길을 막고 있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당장의 상황논리에 휘말려 금융기관 구제책이 동원되다 보니 금융부문에 더 많은 세금이 동원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며 “근본적인 시스템을 고치는 금융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 아테네/이재명 류이근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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